지난 7월에도 괴롭힘에 차단 조치
피해 알려지자 반성문 “ADHD 앓아”
경찰, 계획 살인 추정… 경위 조사 중살인 사건이 벌어진 서울 은평구 공인중개사무소의 모습(왼쪽), A씨가 범행 전 흉기를 구매하는 모습. KBS 캡처지난 4일 여성
BJ(인터넷 방송 진행자)의 모친인
50대 공인중개사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30대 A씨가 지난 8월에도 다른 여성
BJ B씨를 스토킹하다 반성문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A씨의 지속적 괴롭힘에 법적 대응을 경고하기도 했다.
11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평소
BJ들에게 거액의 별풍선을 쏘는 등 대화방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인물로 알려졌다. 다만 일부
BJ에게 ‘너희 부모님 모두 죽길 기도하겠다’ 같은 심한 말을 해 문제가 발생한 적도 있었다.
특히 A씨는 B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복해서 욕설하다 집 주소까지 알아내려 했다. 괴로워하던 B씨는 A씨를 블랙리스트로 등록하고 영상 시청과 대화 참여를 차단했다. 자신의 계정에 ‘A씨가 내 주소를 캐고 다니며 괴롭힌다. 다들 차단하라’는 내용의 공지글을 올리며 피해 사실도 알렸다. 지난 7월에는 A씨에게 시달린 증거를 모아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도 밝혔다.
해당 글이 퍼지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A씨는 반성문을 올리며 진화에 나섰다. 스토킹을 이유로 접근 차단 조치를 당한 그는 지난 8월
BJ와 시청자들이 주로 활용하는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본보가 확보한 반성문에는 “좋아서 시작한 장난이었는데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 “(
BJ가) 너무 심하게 복수해서 억울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앞으로는 다른
BJ에게 장난으로도 욕하지 않겠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그러면서 A씨는 자신이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환자라고 주장했다.
BJ에게 욕을 하거나 집착하는 행위가
ADHD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변명 같지만 학창시절부터
ADHD가 있어서 약을 먹는데 저녁이 되면 약효가 떨어지는 것 같다”고 썼다.
하지만 반성문을 작성한 지 두 달 만에 또 다른
BJ를 스토킹한 끝에 그의 가족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BJ의 모친을 찾아가 ‘딸을 만나게 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살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이 알려진 후
BJ들은 비슷한 사건이 또 발생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한 게임
BJ는 “특히 여성
BJ는 별풍선을 대가로 사적 만남을 지속적으로 요구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별풍선 액수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는 상황에서 시청자가 별풍선을 많이 쏘면
BJ에게 그만큼 요구할 권리가 주어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현실 속 관계 형성이 원활하지 않은 사람들은 인정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별풍선을 쏘며
BJ의 관심을 요구한다”며 “돈을 냈으니 무례한 요구를 정당하다고 여기게 되면서 ‘
BJ는 나의 아바타’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돈을 쓴 만큼 만족감을 얻으려는 보상 심리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사적인 친밀감을 형성하며 별풍선을 유도하는
BJ들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지급한 별풍선만큼 기대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시청자는 배제당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임 교수는 “시간과 돈을 투자했는데 인정은커녕 무리에서 배제되거나, 자신의 만족감이 충족되지 못하면 피해의식이 커져 실제 범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서부경찰서는 A씨의 범행이 계획적인 것으로 보고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다만 피의자가 사망함에 따라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