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초수평선 상륙작전' 시동···유사시 '北 허리' 원산·함흥 차단
지난 9월 26일 국민의힘 대선 예비 후보 TV토론회에서 돌연 우리 군의 작전계획(작계)이 이슈화됐다. 우리 군의 ‘작계5015’를 놓고 일부 예비 후보 간 짧은 설전이 벌어진 것이다. 작계5015는 북한의 급변 사태, 국지 도발, 전면전 감행 등에 대응한 한미의 주요 방어·반격 작전 및 선제적 작전 방향을 담고 있다. 그중에는 반격 작전 차원에서 주요 지역에 대한 우리 해병대 등의 상륙작전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사시 원산·함흥 등이 주요 작전 지역에 포함될 수도 있다. 북한의 도발시 아군의 빠른 상륙으로 적의 허리를 끊어 퇴로와 증원군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지난 2014년 11월 18일 해병대 상륙훈련에서 상륙돌격장갑차가 상륙함에서 나와 해안으로 돌격하고 있다/사진제공=해병대
우리 군은 한미 연합 상륙작전은 물론이고 자주적 합동 상륙작전도 성공시킬 수 있도록 역량을 향상하고 있다. 그런 흐름에서 1만 4,000톤급 대형 수송함(일종의 강습 상륙함) 2번함 ‘마라도함’이 올 6월 취역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앞서 전력화된 1번함 독도함과 2번함 마라도함을 동시에 운용 시 한 번에 최대 1,000여 명에 육박하는 상륙 병력과 다량의 전투 장비를 수송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는 미군이 상비하는 해병 원정 부대(약 2,200여 명 규모)에 버금가는 규모다.
여기에 더해 기존의 천왕봉급 상륙함 4척과 고준봉급 상륙함 4척 등 여타 상륙 함정들까지 감안하면 연대급 이상 병력을 한 번에 상륙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해군이 추진 중인 계획대로 오는 2033년까지 3만 톤급 경항공모함을 건조해 전력화한다면 사단급 병력 이상을 일시에 적진에 쏟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적 사정거리 밖에서 상륙 지점 초토화=물론 북한의 방어 태세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북한도 레이더를 비롯한 감시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주요 해안에는 기뢰, 지뢰, 철제 구조물 등 상륙 저지용 장애물과 공격용 화기들을 집중 배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 군이 주목한 것이 미군의 ‘초수평선작전(OTH)’이다. 적의 탐지 범위나 공격 범위 밖의 수평선 너머에서 주로 미사일·함포·항공기를 동원한 원거리 공격으로 상륙 지점의 적군과 장애물들을 일소한 뒤 병력과 장비를 상륙시키는 방식이다. 이현무 한국국방연구원(KIDA) 전문위원에 따르면 초수평선 상륙작전은 적 해안으로부터 약 50해리(약 90㎞) 이상 떨어진 원거리 해상에서 공격을 가해 상륙 목표 지역을 초토화시킨뒤 병력을 목표 지점으로 돌격시키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2015년 6월 29일 해병대 1사단이 실시한 '완벽한 결정적 행동'작전에서 장병들이 헬기를 타고 상륙지점에 내리고 있다. /사진제공=해병대
대한민국 해병대는 초수평선 상륙작전을 한국의 여건에 맞춰 ‘공지 기동 입체 고속 상륙작전’으로 재해석했다. 공지 기동이란 항공 전력과 지상군 전력의 긴밀한 협력으로 적을 빠르게 무너뜨려 전쟁의 주도권을 잡는다는 개념이다. 한 당국자는 “미군은 각 군종이 자체적으로 (폭격기 등) 항공력과 (인공위성 정보 등) 우주 자산을 동원할 수 있어 해병대나 해군이 일정 규모의 상륙작전을 독립적·입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며 “우리 해병대도 올해 말까지 상륙 공격 헬기와 상륙 기동 헬기 등으로 구성된 항공단을 창설해 자주적인 항공 지원의 토대를 마련하고 (폭격기, 우주 감시 자산 등의 지원을 위해) 공군과도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병대 1사단 장병들이 지난 2015년 6월 29일 '완벽한 결정적 행동'훈련에서 상륙돌격장갑차에서 하차한 뒤 거점을 점령하고 있다. /사진제공=해병대
◇‘오마하 해변’의 참극은 없다=일반인들이 상륙작전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장면은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초반 약 30분간 펼쳐졌던 노르망디 상륙작전이다. 노르망디 오마하 해변으로 돌격했던 연합군 장병들은 속도가 느리고 엄폐 장갑도 부실한 상륙주정을 타가다가 적의 포격에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우리 해병대는 이 같은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륙 돌격 장비의 무장·방호·기동력을 대거 높이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추진되는 상륙돌격장갑차-II사업은 1990년대 개발돼 노후화된 기존의 ‘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KAAV)’를 대체·증강할 신형을 개발·양산하는 프로젝트다. 2036년까지 단계적으로 상당량이 생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상장차의 수상 속도 대비 거의 두배에 가까운 속도를 낼 것으로 추정된다. 구경 40㎜급 무인포탑으로 무장하고 방호력이 획기적으로 증강될 것으로 평가된다.
상륙 공격 헬기는 기존의 국산 상륙 기동 헬기 ‘마린온’에 무장과 최신 항전 시스템 등을 장착하는 방식으로 2031년까지 개조·개발된다. 피탄시 생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장갑이 강화되며 향후 유무인 복합 체계 구축 등을 통해 임무 수행 능력이 한층 향상될 예정이다.
해병대 2사단 상륙장갑차들이 상륙돌격훈련을 하고 있다./사진제공=해병대
◇시험대에 선 한미 연합작전 능력=한미 연합 상륙작전 능력은 현 정부 들어서 시험대에 올랐다. 군의 한 관계자는 “아직 국군만으로는 대규모 합동 상륙전을 펼치는 데 한계가 있어 미군과의 연합작전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런데도 한미 연합 훈련 중 실기동훈련은 대대급 이하 규모로만 축소 운용되고 있어 대규모 연합 상륙작전의 실전적 경험를 함께 익히고 발전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쌍룡훈련’과 같은 대규모 한미 연합 상륙 훈련은 문재인 정부 들어 폐지된 상태다.
실전적 교리·교범 확립도 시급하다. 불과 4~5년 전까지만 해도 해병대는 미국의 구형 UH-1H헬기를 주력 기동 헬기로 운용해왔다. 그마저도 수량이 많이 부족한 가운데 운용시간의 80~90%가량을 상륙작전 관련 훈련이 아닌 산불 진화 지원, 단순 인원 수송 등의 업무에 빼앗겼다. 그나마 국산 상륙 기동 헬기 마린온이 개발돼 점진적으로 전력화되고 있어이어서 다소 숨통이 트일 예정이지만 여전히 기타 임무 투입 시간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해소하려면 기동 헬기의 실전적 상륙 훈련 비중을 늘려 우리 군의 상황에 맞는 교리·교범을 발전시키고 체득시켜야 한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변화하는 전장 환경도 숙제=미 해군을 견제하기 위한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과 이를 추종한 북한의 무기 개발은 한미 연합 상륙작전의 최대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은 다양한 사거리의 대함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개발해왔다. 특히 음속의 5배 이상으로 개발되는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은 기존의 함대 대공 방어 체계로는 요격하기가 극히 어려울 것으로 평가받는다. 북한도 최근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데 이어 극초음속활공체(HGV)를 탑재한 탄도미사일 시험에도 나서고 있어 향후 지대함 미사일로 응용 개발될 우려가 있다.
미군은 근래에 초수평선작전보다 진화한 개념인 ‘바다로부터의 작전적 기동(OMFTS)’ 개념을 발전시켜왔다. 그러나 이는 주변국과 동서로 좁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는 한국 군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국 여건에 맞는 대응이 필요하다. 유사시 북한 및 지원 세력이 한미 연합 상륙군을 탐지·추적하기 어렵도록 주요 상륙 함정들을 저피탐(스텔스) 형상으로 개량해야 한다. 적의 위성·항공 정찰 장비와 지상·해상 레이더를 선제적으로 교란·마비·파괴할 수 있는 역량도 확충할 필요가 있다. 또한 북한 주요 해역에 대거 깔려 있을 기뢰 등을 빠르게 해체할 수 있도록 소해함 등 인프라를 한층 확충해 한국전쟁 당시 ‘원산 상륙작전’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고 군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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