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구경만 해도 중개수수료 내라···논란의 복비 개편
권익위 권고안 따라 집 보면 '수고비' 지급할 듯
2~9억원 사이 수수료율은 오히려 올라
'부담 경감' 개편에도 소비자들 원성 그대로
서울 용산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오승현기자
[서울경제]
공인중개사를 통해 집 구경을 했다면 앞으로는 발품을 판 ‘수고비’ 명목으로 일부 비용을 지불해야 할 전망이다. 계약이 이뤄지지 않으면 발품을 들여도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공인중개사들의 불만 제기에 따른 것이다. 중개수수료 인하와 관련해서는 실수요자가 몰리는 일부 구간에서 오히려 중개수수료 인상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오는 등 제도 개선과 관련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발품 팔면 ‘수고비’ 내야···반응 엇갈려>
정부에 따르면 국민권익위는 9일 발표한 ‘주택 중개보수 요율체계 및 중개서비스’ 제도개선 방안 권고를 통해 공인중개사에 대한 수고비 지급 근거를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권익위는 “실제 거래계약까지 가지 못한 경우 중개물의 소개·알선 등에 들어가는 수고비를 받지 못해 왔다는 공인중개사들의 불만이 꾸준히 제기됐다”며 “중개대상물에 대한 알선횟수 등을 감안해 실비보상 한도 내에서 중개·알선수수료 지급근거를 마련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종 거래계약이 성사된 경우에는 이른바 ‘수고비’는 별도로 받을 수 없도록 했다.
이정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실에서 '주택 중개보수 및 중개 서비스 개선방안'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민권익위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권익위 권고에 따라 ‘중개보수 및 중개서비스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본격적인 제도 개선 검토에 착수하기로 했다. 3월 초 연구용역을 시작으로 6~7월 중에는 최종 개선안이 확정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는 ‘수고비’ 지급이 이뤄질 수 있을 전망이다. 수고비는 교통비와 최저 시급 등을 합친 수준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예상되는 수고비 규모가 크게 부담되는 수준은 아닐 것으로 보여 ‘받아들일 만한 수준’이라는 반응이 많지만, 일각에서는 “새로운 비용 부담을 또 만드느냐”며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30대 직장인은 “집 보러 다니는데 부동산 눈치를 보느니 수고비를 내고 당당하게 다니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번 권익위 권고를 통해 중개 관련 소비자들의 가장 큰 요구사항이었던 ‘중개수수료율 인하’가 일부 관철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수고비는 충분히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는 여론도 있다. 공인중개업계에서도 이를 계기로 계약 의지 없이 집만 보러 다니는 ‘유령 손님’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수고비를 지급하는 것은 너무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집주인·세입자 등 집을 보여주는 쪽에서는 별도 보상이 없다는 데 대한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복비 싸지는 줄 알았는데···오히려 오른다고?>
이번 권고안의 핵심인 중개수수료 개편과 관련해서는 전반적으로 인하한다는 취지와 달리 일부 가격대 구간에서는 오히려 더 비싼 수수료를 내야 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권익위가 전달한 개선안을 보면 매매의 경우 6억 원 미만은 0.5%로 통합하고 6억~9억 원은 0.6%, 9억~12억 원은 0.7%, 12억~18억 원은 0.4%, 18억~24억 원은 0.3%, 24억~30억 원은 0.2%, 30억 원 초과는 0.1%를 적용하는 식이다. 여기에 가격 구간별로 추가 금액을 더하거나 빼는 식으로 가산·공제 보정을 하는 방식이다.
전반적으로는 현행 최고 요율 대비 수수료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지만 일부 구간에서는 더 비싸질 가능성이 있다. 현행 수수료 체계를 보면 6억~9억 미만 구간에서는 0.5%가 최고요율인데, 개선 권고안에서는 0.6%로 오히려 0.1%포인트가 올라간다. 이 구간에서는 60만원을 공제해주긴 하지만 소폭 인상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8억5,000만원 짜리 주택을 매매 거래하는 경우 권고안에 따른 최고 수수료는 0.6%인 510만원에서 60만원을 공제한 450만원이다. 반면 현행 0.5% 요율을 따르면 425만원이 최고여서 25만원이 더 비싸지는 셈이다.
2억~6억원 구간도 마찬가지다. 권고안은 6억 미만 구간을 0.5%로 통합하도록 했는데, 이 가격대에서는 현행(0.4%) 요율이 더 저렴하다. 5억5,000만원짜리 주택 거래라면 권고안에 따른 최고 수수료(275만원)가 현행(220만원)보다 55만원 더 비싸다.
소비자들은 실수요층들이 가장 많이 거래하는 가격대에서 오히려 수수료를 더 내게 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부동산 커뮤니티의 한 이용자는 “수수료를 낮추는 것처럼 언론플레이를 잔뜩 하더니 정작 서민 집 수수료는 올리고 있다”며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번 권고안에 대해 반발하는 공인중개사들이 앞으로는 최고요율을 무조건 받으려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는 인하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중개보수 부담을 경감할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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