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지고 AI 뜨자…머스크, '앙숙' 저커버그에 부자 톱3 내줘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성공으로 세계적인 부호로 떠올랐던 일론 머스크가 평소 티격태격하던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에 재산 순위에서 밀리는 굴욕을 겪게 됐다.

머스크를 돈방석에 올려놓은 전기차는 성장세가 주춤한 반면, 저커버그의 메타는 AI(인공지능) 열풍을 타고 가장 유망한 기업 중 하나로 떠오르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블룸버그통신은 저커버그가 2020년 이후 3년여 만에 머스크를 누르고 ‘세계 3위 부자’에 올랐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의 억만장자 지수(Billionaires Index) 집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저커버그가 보유한 자산의 가치는 총 1869억 달러(약 253조원)로 집계됐다.

저커버그의 자산은 올 들어서만 589억 달러(약 79조7천억원)나 늘어났다. 메타의 실적 개선과 AI 분야 투자에 앞서왔던 점이 주목을 받은 결과다.

저커버그가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서 3위에 오른 건 2020년 11월 16일 이후 3년 4개월여 만이다.

반면, 머스크의 보유자산액은 작년 말보다 484억 달러(약 65조5000억원)나 감소한 1806억 달러(약 244조원)로, 저커버그보다 아래에 놓이게 됐다.

머스크가 보유한 테슬라 지분 가치 하락에 따른 것이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대중화 이전 일시적 정체기)에 빠져 성장세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비야디(BYD) 등 중국 경쟁 경쟁업체들까지 치고 올라오면서 테슬라의 1분기 차량인도건수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여기에 테슬라가 그동안 추진해온 저가 전기차 생산 계획을 폐기한다는 로이터 통신 보도도 테슬라 주가를 추가로 끌어내렸다. 머스크는 해당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현재 테슬라 주식은 지난해 말 대비 34%가량 떨어졌다.

한편, 저커버그와 머스크는 지난해 메타가 ‘트위터 대항마’ 격인 소셜미디어 ‘스레드’를 출시한 것을 계기로 신경전을 벌이다가 종합격투기로 ‘현피’(현실에서 만나 싸운다는 뜻의 은어)를 벌이겠다며 온라인에서 설전을 펴기도 했다.

세계적 부호이자 세계적 기업을 이끄는 거물들이 벌이는 ‘세기의 주먹다짐’은 결국 현실화되지 못했으나, 서로에 대한 악감정을 털어버리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부자 순위 역전 소식은 머스크의 자존심을 크게 자극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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