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칩 심어 조종…원숭이 다음은 인간일까?
아마존이 제작한 드라마 '업로드'는 과학기술이 발달한 미래를 배경으로 합니다. 죽기 직전 생전의 기억을 가상 공간에 업로드해 가상 사후세계에서 계속 살 수 있습니다. 이들은 디지털 세상 속에서 영생하게 됩니다.
일론 머스크가 그리는 미래 인간의 모습도 이와 비슷합니다. 인간의 뇌에 칩을 심어 인류를 '초인'으로 만들겠다는 머스크의 구상. 그는 "미래에는 컴퓨터에 기억을 저장하고 재생할 수 있고, 새로운 몸이나 로봇에 자신의 기억을 다운로드(내려받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드라마 업로드가 묘사하는 세상과 놀랍도록 일치합니다.
머스크가 이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2016년 설립한 회사가 뇌신경과학 기업 '뉴럴링크'입니다. 인간의 뇌를 컴퓨터와 연결해 질병·장애를 극복하고, 쌍방향 기억 전송 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기억을 전송할 수 있다면, 다른 로봇이나 인간의 몸으로 우리 자신이 '이동'할 수 있다는 게 머스크의 생각입니다.
머스크의 생각을 놓고 일각에선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엔 볼 수 없을 기술"이라며 비꼬았지만, 머스크와 뉴럴링크는 하나씩 단계를 밟아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공개한 돼지 '거트루드'의 뇌에는 칩이 심겨졌습니다. 이 칩을 통해 돼지가 생각하는 정보가 실시간으로 컴퓨터로 전송됩니다. 지금은 일방향 전송이지만, 곧 쌍방향 전송이 가능하다는 게 뉴럴링크 측 설명입니다.
뉴럴링크가 뇌에 칩을 심은 돼지 '거트루드'
쌍방향 전송이 된다면 컴퓨터를 통해 돼지의 뇌로 정보를 전달해 조종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지난 1일(현지시각) 머스크는 원숭이들의 뇌에 칩을 심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돼지에 이어 이번에는 원숭이입니다.
머스크는 "우리는 원숭이가 서로 마인드 퐁(mind pong)을 하기를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마인드 퐁은 신체를 사용하지 않고 생각으로 움직이는 비디오 게임입니다. 원숭이 뇌의 칩을 통해 정보 전달이 가능한지 시험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뉴럴링크 측은 "원숭이들은 아무런 불편 없이 생활하고 있다"며 한 달 뒤에 원숭이 실험 결과를 공개할 계획입니다.
돼지, 원숭이에 이은 머스크의 최종 목표는 물론 인간입니다. 뉴럴링크는 2024년까지 일반 사람의 뇌에 칩을 이식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이식 과정이 간단치 않습니다. 인간의 두개골에 구멍을 뚫고 마이크로 칩을 심어야 합니다. 머스크는 "칩 이식을 라식 수술을 받는 정도로 간단하게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머스크는 '이미 우리 인간은 사이보그화가 됐다'고 진단합니다. 컴퓨터와 핸드폰, 각종 애플리케이션에 둘러싸인 현대 인간은 순수한 인간만으로 존재할 수 없는 존재라는 시각입니다. 여기서 한 단계 나아가 '초인'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게 머스크의 주장입니다.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제어하고, 구체적 행동 없이도 각종 정보를 전달받고, 수술하지 않고도 불치병을 치유하면서, 영생에 가까운 생명력을 갖게 되는 미래 인류. 이게 인간에게 어떤 결과를 낳을 지 모르지만, 지금도 개발은 진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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