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으로 돈 벌어 40대 은퇴…2030 ‘파이어족’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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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으로 돈 벌어 40대 은퇴…2030 ‘파이어족’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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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소득 눈 돌리는 2030 직장인
서울 집 사려면 안쓰고 15년 모아야
“월급으로 언제?” 저축 대신 주식
“임원 싫다” 자산 쌓아 조기은퇴 꿈
“뒤처질라” 조바심에 불안한 빚투

증시가 급등하면서 주식 투자에 뛰어드는 20·30대 젊은층이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대형서점에 놓여 있는 주식 관련 서적. [뉴스1]

“월급 빼곤 집값도 주식도 다 올랐어요. 노동가치가 떨어지는 거 같아 회사 일보다 주식 투자에 집중하게 돼요”

20대 회사원인 김민아(29) 씨 얘기다. 그는 지난해 마이너스통장을 만들고 모아둔 돈까지 합쳐 8000만원을 주식에 투자해 1년여 사이 2400만원(30%)의 수익을 손에 쥐었다. 그는 “투자로 돈을 벌어보니 예전만큼 업무에 몰두하기 어렵다”며 “요즘은 주식뿐 아니라 미국 국채를 비롯해 금·곡물 등 원자재 시장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급보다 주식·부동산 같은 자산소득으로 눈을 돌리는 20·30세대가 늘고 있다. 자산 가격은 급등하는 데 예·적금 등으로 월급만 모아선 부(富)를 쌓을 수 없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어서다. 근거 없는 생각이 아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소득 대비 서울 집값 비율(PIR)은 15.6년으로 나타났다. 서울 사는 중위소득(소득순으로 중간 가구의 소득) 가구가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5년 이상 모아야 주택을 살 수 있다는 의미다.
 

금리 1% 밑돌때 주식·집값 확 뛰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반면 근로소득은 거북이걸음이다. 심지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줄어들기까지 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3477000원(통계청)으로 1년 전(3515000원)보다 1.1% 감소했다. 특히 세대별 소득 증가율을 보면 20·30세대의 고민을 이해할 수 있다. 이철승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가 쓴 『불평등의 세대』에 따르면 1960년대 후반 출생 세대의 소득은 90년대 초반 대비 2000년대 후반까지 53% 상승했다. 70년대 후반에 태어난 이들의 소득은 2000년대 초반 대비 2010년대 후반까지 26% 늘어났다. 하지만 80년대 후반에 출생한 이들의 경우 2010년대 초반에서 후반에 이르는 시기에 소득이 7.6%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감소한 근로소득.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근로소득은 찔끔 오르고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젊은 층이 눈을 돌리는 곳이 주식시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키움증권에서 20·30세대가 새로 만든 증권 계좌는 117만개로 전년(25만개)보다 5배 가까이 증가했다. 회사원 손관주(28) 씨는 월급의 70~80%는 증권계좌에 넣는다. 손 씨는 “평생직장이란 건 없고 월급도 오르지 않아 항상 불안하다”며 “우선은 월급 이외에 주식으로 매달 50만원씩 월세 낼 만큼 버는 게 목표가 됐다”고 말했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양모(30) 씨는 이른바 ‘임포자(임원을 포기한 사람)’다. 그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해 집 산 친구들과 자산 격차가 벌어지니 마음이 급해져 승진 등을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가 빨리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으로 찾은 게 주식 투자다. 지난해부터 주식과 펀드로 2000만원을 굴린다. 여기에 매달 월급의 40%를 떼서 주식을 추가로 사들이고 있다.

‘임포자’를 넘어 조기 은퇴를 꿈꾸는 ‘파이어(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족’도 생겨나고 있다. 경제적 자립을 통해 늦어도 40대 초반에 은퇴하는 게 목표인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의 젊은 고학력·고소득 계층을 중심으로 퍼졌다. 이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저축’으로 은퇴 자금을 마련하려 했다면 한국의 파이어족은 주식투자로 은퇴 자금을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개인 신규계좌 크게 증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헤어디자이너인 최모(30) 씨는 10년 안에 4억원을 모아서 은퇴하는 게 목표다. 이후 매달 200만원가량 생활비가 나올 수 있도록 연 5~6% 이상의 고배당주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은퇴자금도 주식 투자로 모으고 있다. 2017년부터 매달 수입의 75%를 증권 계좌에 붓고, 값싸고(저평가)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 위주로 투자했다. 4년 사이 전체 운용자금은 1억원으로 불어났다. 그는 “딱 40살까지만 고생하고 이후에는 번 돈으로 유능한 경영진이 운영하는 기업에 투자하면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요즘 20·30세대가 근로소득보다 자산소득을 쫒는 것은 사회 구조적인 현상”이라며 “집 살 기회조차 잃었다는 박탈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맞물려 주식 투자를 ‘마지막 돈 벌 기회’로 여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도한 투자 열기에 ‘빚투(빚내서 투자)’하는 젊은 층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30세 미만이 증권사에 빌린 돈(신용융자 잔고)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4200억원으로 2019년 말(1600억원) 대비 162.5% 급등했다. 같은 기간 전체 연령의 평균 증가율(89.1%)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들의 빚투 행렬에는 ‘빚내서 투자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불안감과 조바심이 깔려있다. 회사원 편모(30) 씨는 “올 초에 신용대출로 빌린 3400만원 중 절반을 떼서 주식을 샀다”며 “처음엔 망설였는데 친구들이 ‘아직도 빚 안 냈냐’는 반응에 큰마음 먹고 결정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주식시장 중심으로 대출받아 주식 사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며 “증시가 크게 조정받으면 자산기반이 취약한 젊은 층의 타격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염지현·윤상언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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