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버스'에 3조원 물린 개미, 증시 급락에 웃었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증시와 반대로 움직이는 '곱버스'(인버스 레버리지)에 투자한 개미들이 간만에 미소 지었다.
강세장의 지속으로 크게 떨어졌던 곱버스 가격이 최근 증시 조정으로 반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곱버스 고점에 물린 개미들이 많아 증시가 대거 조정이 이뤄지지 않는 한 원금 회복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0일 코스피 시장에서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상장지술펀드)는 전일 대비 320원(7.65%) 급등한 4505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가 3%대 급락하면서 지수와 반대로 움직이는 인버스 레버리지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KODEX 200선물인버스2X는 현재 증시에 상장된 인버스 레버리지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코스피200 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반대로 2배만큼 추종한다.
개인 투자자들은 증시 상승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지속적으로 인버스 레버리지를 사들였다. 코로나19의 지속과 실물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어 언젠가 증시가 하락할 것이란 믿음이 굳게 작용한 것이다.
지난 3월 이후 개인은 KODEX 200선물인버스2X를 2조8859억원어치 순매수 했다. TIGER 200선물인버스2X 등 다른 인버스 레버리지를 합하면 순매수 규모는 약 3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강세장은 최근까지 이어졌다.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유동성 확대 정책에 시중의 돈은 증시로 대거 몰렸다. 지난 3월 1400선까지 하락한 코스피 지수는 약 4달만에 전고점을 넘어 지난 13일에는 장중 최고 2458.17포인트를 기록했다.
시장과 반대로 움직이는 인버스 레버리지 가격은 급락했다. 지난 3월19일 1만2815원까지 치솟았던 KODEX 200선물인버스2X 가격은 지난 13일 최저 3880원까지 추락했다.
최근 일주일 사이 국내 증시가 급격히 조정을 받으면서 뚝심으로 곱버스에 투자했던 개미들은 차익을 실현했거나 일부 손실을 만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달 1~19일 개인의 KODEX 200선물인버스2X 순매수 규모는 677억원, 평단가(평균 매수단가)는 4191원이다. 이번달에 곱버스에 투자한 개인은 이날 종가 기준으로 평균 7.5%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가격이 오르자 이날 개인은 1117억원을 대거 순매도하며 차익을 실현했다.
하지만 곱버스에 투자한 개인 대부분은 여전히 손실 구간에 있다. 지난 3월부터 현재까지 개인의 KODEX 200선물인버스2X 평단가는 6603원으로 30%대 손실을 기록 중이다. 1조원 넘게 순매수 했던 지난 4월 평단가는 7465원이었다. 이 당시 곱버스에 들어간 개인 상당수는 지금도 물려있거나 손절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증시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하지만 대부분 증시 전문가들은 지난 3월과 같은 대규모 폭락은 없을 것으로 본다. 고점에 물린 곱버스 투자자들의 원금 회복은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과거 방역통제의 학습효과와 건재한 유동성, 한국 수출 및 기업실적의 개선흐름이 지속 중이란 점에서 시장의 추가 하락 여지는 제한적"이라며 "코스피 2200 전후가 이번 조정흐름의 바닥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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