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차 누가 사, 전기차는 중국차”…수상한 댓글 출처 보니
“현기차(현대차·기아) 누가 사냐. 중국차도 품질 좋아졌다.”
인터넷 기사나 유튜브에 붙는 이런 댓글들을 중국의 특정 그룹이 조직적으로 작성한 정황을 분석한 연구 결과가 제기됐다. 전기차·배터리·전자상거래(이커머스) 등 한국과 중국의 경쟁 산업 분야 여론을 중국 쪽에 우호적으로 만들려 수상한 움직임을 보인다는 의혹이다.
한겨레가 29일 입수한 ‘한·중 경쟁 산업 분야에 대한 중국 영향력 공작 실태 파악 연구’ 보고서를 보면, 김은영 가톨릭관동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와 홍석훈 국립창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네이버·유튜브·네이트의 기사 댓글을 분석해 ‘중국인 의심 계정’을 찾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중국식 이름의 아이디와 프로필 이미지를 사용하거나 중국식 표현, 비슷한 댓글의 반복적 작성 등 10개 특성 중 3∼5개에 해당하면 중국인 의심 댓글러(댓글 다는 사람)로 분류했다.
연구진은 네이버 기사에 댓글을 쓴 중국인 추정 계정 77개를 분석한 결과, 이 계정들이 그룹 2개로 이뤄진 점조직 형태로 국내 산업 기사에 조직적으로 댓글을 작성했다고 지적했다. 개별 계정이 맺은 친구 관계를 가리키는 팔로워·팔로잉 관계를 일일이 추적해 조직도를 파악한 것이다.
보고서는 네이버에서 전기차·배터리·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을 키워드로 한 기사 70개를 무작위로 골라 댓글을 분석해 봤더니, 기사당 평균 댓글 수 73.01개 중 중국인 의심 댓글러가 쓴 댓글이 평균 2.91개(4.0%), 최대 13개로 집계됐다고 짚었다. 연구진은 “중국인 의심자들은 전체 댓글 수가 많고, 한국인이 주로 댓글을 작성하는 기사에 댓글을 더 많이 게시했다”고 진단했다. 국내에서 논란이 되고 한국 네티즌의 댓글이 몰리는 기사에 조직적으로 의도된 댓글을 달아 여론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이야기다.
유튜브와 네이트의 경우 분석 대상 기사 63개의 기사당 평균 댓글 수 386개 가운데 중국인 의심 댓글이 평균 53개(13.7%)로 파악됐다. 중국인 의심 댓글러들이 네이버보다 대중성이 높고 영상 등이 포함돼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미디어인 유튜브에서 더 많이 활동한다는 의미다.
중국인 추정 계정들이 쓴 댓글은 한국산 제품을 폄훼하고 중국산을 추켜세우는 ‘겁주기’, 한국의 대외 정책을 비판하는 ‘갈라치기’, 중국 비판 매체를 비난하는 ‘버리기’ 전략을 주로 구사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예를 들어 기사 댓글에 “현대차는 안 되지…중국 전기차가 최고”라거나 “한국이 이제 남은 건 메모리반도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뿐인데 (중국에) 따라잡히는 거 시간문제다”는 등의 내용을 담는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중국인 의심 댓글 게시자들은 한국인이 관심 가질 수 있는 기사들 중에서 중국 옹호 목적에 따라 기사를 선별하고 조직적이고 인위적으로 목적와 의도를 가지고 댓글을 게시했다”면서 “다만 결과에 대한 보다 객관적인 결론을 내리기 위해선 깊이 있고 체계적인 후속 분석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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