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해야 산다? MS가 '윈도11' 공개한 3가지 이유
"윈도10이 마지막이라며?"
지난 25일 마이크로소프트가 새 PC 운영체제(OS)인 '윈도11'을 공개하자 많은 누리꾼이 보인 반응입니다. 일부 기사에는 "더 이상 새 윈도를 출시하지 않는다는 말에 속아 값비싼 윈도10 라이선스를 구입했다"며 분노(?)하는 댓글들도 보이는데요. 윈도11은 대부분의 윈도10 설치 PC에서 무료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자체가 큰 문제가 아니죠. 다만 MS 입장에서는 자칫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는 상황에서 왜 굳이 윈도11을 개발해야 했는지 배경을 살펴봤습니다.
먼저 '윈도10이 마지막 윈도'란 인식은 2015년 MS 이그나이트 행사에서 제리 닉슨 수석 개발자 전도사가 "현재 윈도10을 개발 중이며 이것이 윈도의 마지막 버전이 될 것"이라고 말한 일에서 비롯됐습니다. 얼핏 들으면 '윈도11이나 윈도12가 나올 일은 없다'란 말과도 같이 들립니다.
하지만 MS의 공식적인 의도는 달랐던 모양입니다. 행사 직후 외신에서 해당 발언의 의미를 묻자 MS 대변인은 "닉슨의 발언은 소비자를 위한 지속적인 가치 및 혁신이 담긴 업데이트를 제공하는 윈도 서비스 제공 방식을 반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자 그대로 '맞다'고 하진 않았지만 전반적인 맥락에서 '동의'한다는 뜻으로 해석되죠. 이는 나아가 당시 MS가 '서비스로서의 윈도(Windows as a Service)' 전략을 고민하는 시기였다는 점에서도 풀이해볼 수 있습니다.
① 모바일, 신흥 OS와 경쟁하기 위한 윈도
디지털 시장의 무게추가 PC에서 모바일, 클라우드로 옮겨 가기 시작했던 2010년대 중반 윈도에 필요한 생존 전략은 잦은 신제품 출시 대신 하나의 제품을 자주, 오랫동안 업데이트하며 윈도 사용자들이 시장 변화에 쉽게 대응할 수 있도록 노선을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이미 안드로이드나 iOS, 크롬OS 등 신흥 OS들은 윈도와 달리 거의 무료였고 지속적인 서비스와 버전 업데이트까지 제공되고 있었죠. MS 입장에서도 일회성 윈도 라이선스 판매 전략을 벗어나 장기적 서비스로 승부를 봐야 할 때에 이른 겁니다.
실제 윈도10은 MS의 달라진 정책을 잘 보여준 버전입니다. 기존 윈도7와 윈도8 사용자들에게는 무료 버전 업데이트를 제공했으며 이후 레드스톤, 크리에이터 등 여러 굵직한 업데이트도 정기적으로 진행했죠. 이 같은 유인 정책의 효과는 뛰어났습니다. 웹 분석 업체 넷애플리케이션에 따르면 2020년 11월 기준 전체 윈도 버전에서 윈도10의 비중은 약 72%로 과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과거 윈도7 출시 이후에도 구버전인 윈도XP가 오랜 시간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던 것과 대조적이죠.
하지만 시대는 계속 변합니다. 기능 업데이트만으로 윈도10이 변화하는 IT 시장의 트렌드를 모두 쫓기엔 역부족인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윈도10 등장 이후 약 6년이 흐른 지금 디지털 환경의 주도권은 모바일로 완전히 넘어가 이젠 아이들도 데스크톱 PC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인터페이스를 더 먼저 접하고 익숙하게 생각합니다. 미래 윈도의 잠재적 소비자인 아이들이 자라서 윈도 PC를 위화감 없이 받아들이게 하려면 모바일과 유사한 인터페이스로 윈도를 개편할 필요가 있었죠. 또 데스크톱 중심 설계를 벗어나 노트북이나 태블릿 등 모바일 폼팩터에 더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구조의 윈도도 필요했던 시점이었습니다.
최근 MS가 공개한 윈도11을 보면 시리즈 최초로 작업표시줄 가운데 정렬을 택하고 다양한 화면 분할 옵션이 추가된 것을 확인됩니다. 또 키보드 없이 음성인식을 통한 텍스트 입력 기능을 강조하는 등 모바일과 연계되는 사용자 경험 확보에 주력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죠. 심지어 아마존 앱스토어를 통해 PC 환경에서 안드로이드 앱 구동도 지원합니다.
② 윈도 작동 환경의 보안성 개선
근본적으론 윈도 사용자들의 전반적인 PC 이용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의도도 엿보입니다. 윈도11은 대부분의 윈도10 사용자들 대상으로 무료 업그레이드가 제공될 예정이지만 일부 예외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사용 중인 PC의 'TPM 2.0' 지원 여부인데요. TPM(Trust Platform Module)은 일종의 '보안 전용 칩'으로 간단히 말해 주요 PC 데이터에 대한 암호화 기능 수행 및 소프트웨어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하드웨어 수준에서의 보호를 제공하는 부품입니다. 즉, 단순히 운영체제를 구동하기 위한 연산 성능 요구와 별개로 최소한의 보안이 보장되는 PC에서만 윈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단 목적입니다.
또 PC를 비롯한 디지털 기기에 점점 더 다양하고 민감한 개인정보가 쌓이고 이를 탈취하려는 해킹 시도 또한 줄지 않는 환경에서 이를 통해 PC 보안 상태에 대한 일종의 환기 효과를 거둘 수도 있죠. 다행인 건 최근 4~5년 사이 출시된 PC·노트북은 대부분 TPM 2.0을 탑재하고 있으며 없을 경우 PC 바이오스(BIOS) 설정에서 펌웨어 형식으로 활성화하는 방안도 있기 때문에 너무 오래된 구형 PC가 아니라면 업그레이드 불가를 크게 걱정할 필욘 없어 보입니다.
③ 윈도 '11', 숫자 마케팅이 갖는 주목 효과
이 밖에도 '윈도11'이란 새로운 넘버링이 갖는 주목 효과도 있습니다. 일종의 숫자 마케팅인데요. MS가 발표한 것처럼 윈도11은 윈도10을 기반으로 설계된 만큼 구조상으론 큰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윈도10에 새 인터페이스와 요구 환경이 추가되는 것과, 윈도11의 이름으로 변화하는 것은 주목도의 차이가 큽니다.
간단한 예로, 많은 이가 사용하는 크롬 브라우저는 '익스플로러10', '익스플로러11'처럼 별다른 넘버링을 쓰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변화가 없는 건 아닌데요. 내부적으론 크롬 버전 '91.0.4472.124'처럼 출시 후 지금까지도 자동 업데이트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크롬에도 그동안 여러 굵직한 업데이트들이 있었지만 대외적으로 숫자를 붙여가며 '떠들썩하게' 알리지 않는 탓에 크롬 업데이트 내역을 아는 일반 소비자들은 극히 드뭅니다.
이처럼 아마 윈도11 업데이트도 윈도10 이름으로 진행됐다면 인터페이스 업그레이드 정도로 인식하는 이들이 많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MS는 윈도에 새로운 넘버링을 부여하고 대대적인 공개 행사까지 가지면서 새로운 윈도의 변화를 만방에 홍보했죠. 여기에 의도했는지 모르겠지만 '윈도10이 마지막 버전'이란 인식까지 널리 퍼져 있는 상황에서 '윈도11'의 출시는 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한 소재였습니다.
게다가 MS 입장에선 새 윈도 출시와 방향성의 변화를 가급적 널리 알릴 사업적 이유도 있습니다. 구글의 크롬 OS와 달리 윈도는 MS의 2020년 회계연도 매출 1430억달러 중 482억달러, 약 3분의1을 차지했을 만큼 여전히 비중 있는 사업이니까요. 벌써 발표한 지 6년이나 된 윈도10을 가지고 별다른 변화 없이 매출만 올리고 있다는 인상을 주긴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죠.
결과적으로 윈도11 등장의 배경에는 새로운 시대상을 쫓는 윈도의 변화를 알리고 윈도의 존재감을 새롭게 하기 위한 MS의 전략적 선택이 깔려 있었을 것으로 정리됩니다. 또 비슷한 맥락에서 향후 윈도12, 윈도20이 나오더라도 이상하지 않겠죠. 아울러 이후에도 계속된 윈도 무료 업데이트 제공이 예상되는 만큼, 일부 업그레이드 불가 PC 보유자를 제외하면 소비자 입장에서 윈도11 출시를 부정적으로 볼 요인은 적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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