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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라법'을 구하라…자식 유산 탐내는 '나쁜' 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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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김종훈 기자, 임찬영 기자] [편집자주] 고(故) 구하라씨 사망 후 벌어진 상속분쟁으로 친부모라도 십수년 간 남보다 못한 사이로 지냈다면 상속재산을 못 받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목소리를 반영해 '구하라법'이라는 이름으로 민법 일부개정안이 제20대 국회 때부터 발의됐지만 아직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구하라법을 통과시키라는 여론은 들끓고 있지만 정작 국회가 구하라법 입법에 신중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최근까지 당사자들 사이에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어 이렇다저렇다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구하라법을 둘러싼 논의와 가능성들을 두루 살펴봤다.

[[theL][나쁜 부모와 구하라법]법체계 혼란은 최소화…피상속인 의사는 최대한 반영할 묘수는?]


 

'상속 결격 사유' 추가하자는 민법 1004조 개정, 유산 갈등 촉발할수도


구하라법은 상속 결격 사유를 규정한 민법 제1004조에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으로서 대한 부양의무를 현저히 게을리한 자'를 추가하자는 내용이다. 쉽게 말하면 자녀를 모른 체한 부모는 자녀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게 하자는 것이다.

현행법 상 상속결격자는 △고의로 피상속인이나 그 배우자, 직계존속을 살해하거나 살해하려 한 자 또는 상해를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자 △사기 또는 강박으로 유언 또는 유언 철회를 하게 하거나 이를 방해한 자 △상속 관련 유언서를 위·변조하거나 파기, 은닉한 자 등으로 정해져 있다. 구하라법에 따르면 자녀를 모른체 한 부모는 이들과 마찬가지로 당연히 상속에서 제외된다.

국민 법감정 측면에서 보면 당연히 통과시켜야 할 법안처럼 보이지만 문제가 간단치 않다. 사인 간 갈등을 잠재우는 역할을 해야 할 민법이 갈등을 부추기는 역효과가 날 수 있어서다.

가장 큰 문제는 상속인들 사이 소송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부양의무'라고 하면 몇 살 때부터 얼마만큼의 의무를 수행해야 부양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있는지, '현저히 게을리했다'라고 하면 어느 정도로 부양의무를 방기해야 현저히 게을렀다고 볼 수 있는지 건건이 해석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송을 거치지 않으면 상속 문제가 해결될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제21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 개정안 내용대로라면 상속인은 언제든 부양의무 방기를 이유로 다른 상속인의 자격 박탈을 주장할 수 있다. 이 경우 받아간 상속재산을 토해내라며 '상속회복의 소'를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상속이 이뤄지기 전은 물론, 상속이 이뤄진 후라도 분쟁의 불씨가 꺼지지 않는 것이다.

상속 제도의 취지는 피상속인이 사망한 시점에서 상속재산에 대한 권리관계를 분명히 함으로써 갈등을 예방하자는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구하라법이 상속 제도의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제20대 국회 법사위가 법원, 법무부와 머리를 맞댄 끝에 이 법안을 보류하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피상속인에게 채권이 있거나 상속인과 거래관계에 있는 제3자의 권리가 불안정해질 우려도 있다. 상속관계가 먼저 정리되지 않으면 상속인 중 누구에게 채권을 행사해야 하는지 채권자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상속재산이었던 부동산을 거래한 경우라면 문제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 뒤늦게 결격 문제가 불거져 상속 무효가 되면 거래했던 부동산이나 그 가액을 반환해야 할 수 있다. 그 피해는 1차적으로 거래 상대방에게 돌아간다.
 

방치할 수 없는 '나쁜 부모 상속분쟁들'…뾰족한 수는 없지만



구하라법에 이런 어려움이 있다고 해서 상속 문제를 이대로 내버려 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국회 법사위 박장호 수석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에서 "최근 이혼율 증가와 한부모가정 등 다양한 가족형태가 나타나면서 부모가 자녀와 장기간 떨어져 살면서 양육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양자 간 유대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며 비슷한 사건이 계속해서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미 구씨 뿐 아니라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으로 사망한 군인의 친모가 28년 만에 나타나 군인사망보상금 절반을 지급받은 사건, 2014년 세월호 희생자의 친부가 이혼 12년 만에 나타나 사망보험금 절반을 협의없이 수령해간 사건 등이 있었고, 그때마다 제도 개선 목소리가 높았다. 국회와 법원, 법무부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구하라법을 통해 상속 결격 사유를 추가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 이견…"하루빨리 통과" vs "신중해야"

가사 전문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유튜브채널 '이혼본색을 통해 가사분야 법률지식을 강의하고 있는 조혜정 변호사는 "구하라법을 하루빨리 통과시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상속과정에서 아웃시키는 게 맞다"고 했다. 조 변호사는 "분쟁도 있고 하겠지만 실제 사건을 보면 어릴 때 부양 못 받은 자녀들은 부모에 대한 적개심, 적대감이 엄청나다"며 "본인이 싫다는데 그래도 핏줄이니까 상속재산을 줘야 한다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이어 "소송이 복잡해지고 이런저런 문제가 생기는 것은 기술적인, 부차적 문제"라며 "결국 자녀들 본인의 의사가 제일 중요한 것"이라고 했다.

반면 가사소년전문법관 출신 이현곤 변호사는 형평성 문제를 우려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 상속 결격 사유는 부모를 살인하려 한 자 등으로 매우 엄격하게 규정돼 있다. 내용을 추가하려면 기존 사유와 비슷한 정도로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양의무를 게을리한 경우를 가족을 살인하려 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다루는 것은 맞지 않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모든 상속 사건을 분쟁화시킬 우려가 있다.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나쁜 부모의 상속 요구…'구하라법'말고 다른 대안은?



남보다 못한 사이로 지낸 부모가 십수년 만에 나타나 상속재산을 가로채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데 이견은 거의 없다. 문제는 해결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소위 '구하라법'이라 불리는 민법 일부개정안 외에 다른 대안은 없는지 살펴봤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법원 판단에 맡기자" 상속권 상실선고 제도는?



구하라법 외 가장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은 '상속권 상실선고' 제도다. 쉽게 말하면 이 사람이 상속을 받아도 괜찮은지 법원에 판단을 맡기자는 것이다. 2011년 법무부 가족법개정특별분과위원회에서 도입을 논의했던 제도로, 이번 사건과 관련된 핵심조문은 아래와 같다. 

제1004조의2(상속권 상실선고)
①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피상속인은 가정법원에 상속인이 될 자의 상속권 상실선고를 청구할 수 있다. (중략)
2. 상속인이 될 자가 피상속인에 대한 친족 사이의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때.(후략)


제20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구하라법 대안으로 논의됐지만 최종적으로 도입이 보류됐다. 구하라 사건처럼 피상속인(구하라)의 예기치 못한 사망으로 유언조차 없는 경우엔 적용될 수 없는 제도다. 조문을 보면 피상속인만 상속권 상실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돼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으로 사망한 군인의 친모가 28년 만에 나타나 군인사망보상금 절반을 지급받은 사건, 2014년 세월호 희생자의 친부가 이혼 12년 만에 나타나 사망보험금 절반을 협의없이 수령해간 사건도 상속권 상실선고 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구하라법과 마찬가지로 상속권 상실선고 역시 상속인들 사이 분쟁을 부추길 우려가 크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현재 법무부가 TF(태스크포스)를 꾸려 법조계, 학계와 함께 제도 보완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유류분 줄이거나 아예 없애자" 유류분 제도 수정안은?


유류분 제도에서 해결방안을 찾는 입장도 있다. 김상용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16년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기고한 '변화하는 사회와 상속법'에서 유류분권 감축·상실 규정 신설을 제안했다. 유류분은 원칙적으로 상속인에게 일정분 이상의 재산이 상속되도록 상속 비율을 고정해놓는 제도다.

김 교수는 "가족 간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최소한의 유대관계가 결여돼 있고 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된 책임이 유류분권리자에게 있는 경우에는 그의 유류분을 상실시키는 것이 타당하다"며 "유류분 제도를 두고 있는 나라에서 유류분 상실(또는 감축)에 관한 규정을 함께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현행법이 이 문제에 전혀 손쓰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갑자기 나타나 상속권을 주장하는 부모에게 권리를 인정해주는 대신 양육비 이행 책임을 묻는 식으로 이득을 줄일 수 있다. 소방관 딸이 순직하자 32년 만에 나타나 유족급여를 타간 친모에 대해 친부가 양육비 지급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양육비 7700만원 지급 판결을 받아낸 바 있다. 다만 양육비를 무한정 올릴 수는 없기 때문에 양육비를 초과하는 부분은 어쩔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민법 상 신의칙' 활용한다면?



민법 상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한 판결도 있었다. 치매를 앓는 친모를 8년 간 모른 체하다 상을 당하고 나서 유류분 소송을 제기한 형제들의 사건이었다. 친모는 배우자로서 친부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을 자녀 A에게 물려줬다. 이후 A는 8년 간 친모를 형제들 도움 없이 혼자 간호했다. 친모가 사망하자 형제들은 A가 물려받은 재산에 대한 유류분권을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형제들의 유류분권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8년이나 모른 체하다 뒤늦게 나타나 유류분권을 주장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나고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자녀가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였지만 부모가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례에도 검토할 만한 판례로 분석된다. 다만 신의칙 적용도 해석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어 분쟁 소지가 적지 않다.

故 구하라 오빠 구호인 씨(왼쪽 두번째)가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구하라법 통과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논란의 구하라법…해외에선 어떻게?



고(故) 구하라 사망 후 벌어진 상속분쟁으로 관련 민법 조항을 개정하자는 '구하라법' 입법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개정안은 유산을 상속받을 수 없는 결격사유로 직계존속(구하라 사건에서 친모)으로서 피상속인(구하라 사건에서 구하라)에 대한 부양의무를 게을리 한 경우를 포함시키는 내용이다. 자녀인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상속만 받으려는 직계존속이 없도록 하려는 취지다.

현행 민법 제1004조에는 일정한 형사상의 범죄행위(피상속인·직계존속·배우자 등의 살인·살인미수·상해치사)와 피상속인의 유언의 자유를 침해하는 부정행위(사기 또는 강박으로 유언 방해, 유언서 위조·변조·파기·은닉 등) 5가지를 상속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해외에도 우리 민법과 유사한 '상속결격사유'를 두는 경우가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구하라법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유사법제는 △상속결격을 두는 경우 △법원의 결정에 의한 상속권 상실 제도를 두는 경우 △상속결격과 상속권상실제도를 병행하여 운영하는 세가지 경우로 나눠 볼 수 있다.


우리와 유사한 상속결격 제도를 두는 중국과 대만


중국은 상속법에서 상속결격사유 중 하나로 '피상속인을 유기한 경우 또는 피상속인에 대한 학대의 정도가 중한 경우'를 제시해 두고 있다. 대만도 민법 상 법정상속인은 중국과 유사하게 규정하면서 상속결격사유 중 하나로 '피상속인에게 심각한 학대 또는 모욕을 해 피상속인이 상속을 못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내도록 하는 경우' 두고 있다.

법원 재판을 통한 상속권 상실 제도를 둔 독일과 일본독일 민법도 우리 민법과 유사하게 피상속인에 대한 살인·살인미수 등 중대범죄, 피상속인의 유언 방해 등으로 상속결격사유를 한정하고 있다. 여기에 법정상속인에게 인정되는 의무분(유류분)을 박탈할 수 있는 사유 중 하나로 '직계비속이 피상속인에 대하여 법률상 부담하는 부양의무를 악의적으로 위반한 때'를 더 두고 있는 점이 다르다.

일본 민법의 상속결격사유는 우리 민법과 거의 유사하다. 다만, 유류분이 인정되는 △추정상속인이 피상속인에 대하여 학대를 하거나 △중대한 모욕을 가하거나 △그 밖에 추정상속인에게 그 밖의 현저한 비행이 있는 경우 피상속인은 생존시에는 그 추정상속인이 상속권을 잃도록 가정재판소에 청구할 수 있다. 사망시에도 유언으로 그 의사를 표시해 그 추정상속인의 상속권을 상실하도록 가정재판소에 청구할 수 있다.


결격사유와 결격효과로 경중을 고려한 프랑스

프랑스는 형법의 범죄 체계에 따라 민법에서 결격효과와 결격사유를 구분짓는다. 프랑스 민법 제726조에서는 사망자를 사망하게 해 중범형을 선고받은 자는 해당 결격사유가 있으면 상속결격의 효과가 법률상 당연히 생기는 것으로본다. 제727조에서는 △사망자에 대해 경범형을 선고받거나 △형사소송에서 사망자에게 불리하게 거짓으로 증언하여 유죄판결을 받거나 △사망자에 대한 무고죄로 유죄판결을 받는 등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결격선고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해당 상속결격사유가 있는 경우, 상속인 사망이나 관련 판결 후 6개월 이내에 다른 상속인이나 검사의 청구로 재판을 청구해 법원 판단을 기다려 상속 개시시부터 결격의 효과가 생기게 한다. 피상속인이 해당 상속결격자에게 상속의 의사를 분명히 표시한 경우에는 상속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보완하고 있다.

살펴본 바와 같이 해외 주요 국가들은 상속과정에서 구체적 사안을 반영해 피상속인에 대한 학대나 유기 혹은 가족법상 의무 해태 등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 법정상속인의 상속이 배제되도록 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 대체적으로 피상속인의 상속 의사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상속권 제한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방식이다. 상속인이 결격사유가 있더라도 피상속인이 상속인을 용서해 상속을 원하는 경우에는 해당 상속을 그대로 이뤄지도록 하고 있는 것도 참고할 만 하다.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임찬영 기자 chan0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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