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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놀라게 한 특이한 태풍 ‘바비’

보헤미안 0 536 0 0

NASA 지구관측위성 수오미 NPP(Suomi NPP)가 관측한 태풍 '바비'

■ 22일 발생한 8호 태풍 '바비', 불과 사흘여만에 한반도 상륙..."매우 이례적"

제8호 태풍 '바비(BAVI)'의 인생은 지난 8월 21일 타이완에서 일본 오키나와섬 카데나 공군기지 사이 648km에 걸쳐 형성된 열대성 저기압인 '09W'로 시작됐습니다. 이어 다음날인 22일 오전 9시 열대성폭풍으로 강화됐습니다. 기상청은 이에 따라 타이완 타이베이 남남동쪽 200km 부근 해상에서 새로운 태풍이 발생했다고 발표하고 '바비(BAVI)'라고 명명했습니다. '바비'는 베트남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베트남 북부 지방에 위치한 산맥을 의미합니다.  당시 중심기압은 1,002hPa(헥토파스칼), 최대풍속은 시속 64km, 강풍 반경은 200km에 달했습니다.

그리고 23일 오전 5시까지 태풍 '바비'는 주변의 따뜻한 바닷물에 힘입어 세력을 계속 키워나갔고 우리나라 진해에서 남서쪽으로 약 1,000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을 때 본격적인 태풍의 모습을 갖췄습니다.

현지시간 8월 24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미국해양대기청(NOAA)의 지구관측위성 수오미-NPP(Suomi- NPP)에 탑재된  가시적외선 이미지센서(VIIRS)로 본 '바비'의 모습을 보면 중심부인 눈 주위를 강력한 뇌우가 빙빙 돌고 있고 폭풍구름은 일본 오키나와 서쪽 해상 일대를 가득 덮고 있습니다.

NASA "평년보다 1~2도 높은 고수온 해역 지나면서 대형급으로 발달" 

NASA는 평년보다 1~2도 더 높은 고수온 해역을 지나면서 많은 수증기가 더해져 태풍이 대형급으로 발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NASA는 이어 태풍 '바비'는 1등급 허리케인에 버금가는 속도로 한반도를 관통할 것이며 북한 상륙 직전 세력이 다소 약화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리고 8월 25일 오전 9시 제주도 서귀포 남쪽 약 420km 해상으로 접근했습니다.

다음날인 26일 오전이 되자 '바비'의 강도는 '강'에서 '매우강'으로 발달했고, 크기를 의미하는 강풍반경이 380㎞(25일 밤 기준)에서 410㎞(26일 오전 6시)로 규모를 더욱 키웠습니다. 한라산에서 관측한 최대 순간 풍속은 초속 27.6m, 마라도는 22.1m를 기록했습니다.

26일 오후 2시쯤에는 '바비'가 서귀포 서쪽 약 180㎞ 부근 해상을 지나며 제주에 가장 근접했습니다.  0시부터 오후 1시 반까지 한라산 사제비오름에 297mm 넘는 비가 내리기도 했습니다.
25일 오후부터 제주 항로 여객선 운항은 전면 통제됐고  제주공항엔 윈드시어와 태풍특보가 내려져
항공편 운항이 모두 결항했습니다.

제8호 태풍 '바비' 예상 진로도                                                                       그래픽 김미정

이후 태풍 '바비'는 서해로 진입한 뒤 점점 더 속도를 내면서 시간당 35km의 속도로 북상했습니다. 특히 자정 이후로는 방향을 다소 동쪽으로 꺾으면서 북북동쪽 방향, 그러니까 서해안에 좀 더 가깝게 북상했습니다. 오늘 새벽 1시까지 선명했던 중심부의 눈은 새벽 2시가 넘어서면서 다소 흐려진 모습을 보였습니다. 서해안에서 서쪽으로 약 150km 해상에서 북상한 '바비'는 여전히 5단계 태풍 등급 중
3번째인 '강'한 단계를 유지했고 중심기압 955hPa로 역대 서해로 북상한 태풍 가운데 가장 강력한 위력을 보였습니다.

■ 태풍 '바비'...급속한 대형화, 짧은 기간에 한반도까지 이동 특징 

이번 태풍은 특히 강한 바람을 몰고 왔습니다. 주로 호남 서쪽 섬 지역에 큰 영향을 줬는데 전남 신안 흑산도가 최대 초속 47.4m로 가장 강했습니다.  충남 서쪽 섬인 북격렬비열도에서도 초속 43m의 강풍이 관측됐습니다.
 
태풍은 새벽 4시쯤 인천과 서울 등 수도권에서 서쪽으로 약 150km 떨어진 해상을 통과한 뒤
오전 5시 반쯤 북한 황해도 옹진반도 부근에 상륙했습니다.  그리고 북한 내륙을 관통한 뒤 내일(28일) 새벽 중국 하얼빈 북동쪽 지역에서 온대저기압으로 변질되며 태풍의 일생을 마감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태풍은 천만다행으로 큰 피해를 주지는 않았습니다. 태풍의 소용돌이는 강력했지만 거의 80~90%가량이 바다에 몰려 있었고 내륙에는 일부만 걸쳐 있던 것이 피해를 불러오지 않은 근본적인 이유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김승배 KBS 재난방송 전문위원(한국기상산업협회 기상본부장)은 8호 태풍 '바비'의 특징을 몇 가지로 분석했습니다. 첫 번째는 태풍 발생부터 한반도 접근까지 기간이 이례적으로 짧았다는 것입니다. 태풍은 보통 바다 위에서 최소 1주일에서 10일 정도 거치면서 수증기로 몸집을 크게 불리는데 이번 태풍은 발생한 지 불과 나흘여 만에 한반도에 접근한 것이 매우 이례적이라는 분석입니다.

태풍은 통상 따뜻한 바다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축적하며 이동해야 하는데 나흘여 만에 한반도까지 접근한 것도 특이하고 945hPa(헥토파스칼)에 달할 정도로 강력한 에너지를 단시간에 모은 것도 또 다른 특징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따뜻한 바닷물의 온도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앞서 미국항공우주국, NASA에서도 밝혔지만, 태풍 발생 지역과 한반도 주변의 바닷물 온도는 30도에 이를 정도로 따뜻한 상태입니다. 태풍 '바비'는 발생 이후 시속 3㎞ 정도로 마치 사람이 걷는 속도 정도로 태풍으로 따지자면 거의 제자리에 머물며 매우 느리게 따뜻해진 바닷물 위에서 오래 머물며 에너지를 키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서해로 북상하게 되면 차가워진 바닷물 때문에 태풍의 세력이 급격하게 약화될 수밖에 없는데도 세력을 계속 유지한 것은 이례적으로 긴 장마가 이어지면서 내린 많은 양의 비가 서해로 유입됐고 이것이 결과적으로 태풍의 세력이 유지되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중국 양쯔강과 한반도의 여러 강에서 흘러내려 온 많은 양의 민물 때문에 동중국해와 서해상의 염분이 낮아졌는데, 차갑고 무거운 소금물인 바닷물 대신에 따뜻하고 가벼운 민물이 바다 위를 뒤덮고 있다 보니 해수면 온도가 높아졌다는 설명입니다.

태풍이 고위도까지 올라왔는데 세력을 잃지 않은 것은 태풍의 변화된 모습이어서 앞으로도 계속 연구를 해야 하는 과제지만 결국은 지구온난화라는 기후변화의 틀 속에서 해석을 해야 한다고 기상 전문가들은 말했습니다.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장마전선이 오랜 기간 유지되면서 역대 가장 긴 장마를 불러왔고 이로 인해 내린 많은 양의 비가 서해로 유입되면서 태풍이 단기간에 세력을 확장하고, 세력을 유지하게 하는 여건을 제공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있을 더 큰 재난을 막기 위해 역대급 긴장마와 짧은 기간에 이례적으로 세력을 키우고 유지한 8호 태풍 '바비'의 생성과 소멸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뒤따라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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