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 입자 스며들어 콘크리트·철근 부식 가능성
건물 저층에 주차장 있어 습기 노출에 특히 취약
생존 공간 안 남기는 '팬케이크 붕괴' 탓 구조 난항 |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24일 12층짜리 아파트가 갑자기 붕괴해 최소 4명이 사망했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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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12층짜리 아파트가 붕괴한 원인은
40년동안 스며든 바닷물 때문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해변에서 발생하는 바닷물 입자가 오랜 시간에 걸쳐 아파트에 스며들어 콘크리트와 철근을 부식하게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최소 4명이 사망하고
159명이 실종된 이번 붕괴 사고에서 사상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지만, 건물 하부가 무너져내린 ‘팬케이크 붕괴’ 탓에 구조대가 난항을 겪고 있다.
구조공학 업체 대표인 폴 질리오는
2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WP)에 사고 원인으로 바닷물 입자를 지목했다. 이번에 붕괴한 아파트가 해안가 바로 앞에 위치한 탓에 소금기 있는 바닷물 입자가 건물을 부식시켰다는 주장이다. 그는 “시간이 흐르면서 소금물이 콘크리트로 스며들어 철근을 부식시켜 팽창시킬 수 있다”며 “이는 콘크리트를 균열시켜 콘크리트 덩어리가 떨어져 나가게 하고, 철근은 부식에 더 노출된다”고 설명했다.
| 사고가 난 아파트는 지어진 지 올해로 40년, 주변 건물에 비해서도 비교적 새로 지어진 편이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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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난 아파트는 지어진 지 올해로
40년 됐다. 마찬가지로 해안가를 따라 들어선 다른 건물들에 비해 비교적 새로 지어진 편이다. 그런데도 돌연 붕괴한 원인으로 질리오는 건물 저층 주차장을 꼽았다. 바닷물에 의한 침식은 특히 이런 상황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그는 “저층 주차장은 비와 습도, 드나드는 차량은 물론 특히 바닷물에 의한 습기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가 매년
2mm씩 침하한 현상도 붕괴 요소로 언급됐다. 앞서 시몬 브도빈스키 플로리다국제대학교 지구환경대학 교수는 지난해 연구결과에서 붕괴한 아파트가
1990년부터 침하하기 시작해
1999년까지 매년
2mm씩 가라앉았다고 밝혔다. 질리오는 이 현상이 붕괴에 일조했을 수 있다면서 “침하가
40년 동안 지속한다면 3인치 넘는 침하로 확실히 붕괴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를 종합하면 바닷물 등 습기로 인한 부식 피해와 침하가 지속하면서 아파트가 붕괴했을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이 아파트에서 팬케이크 붕괴가 일어나 구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팬케이크 붕괴란 건물 무게를 지탱하는 하부가 손상돼 여러 층의 건물이 마치 팬케이크를 겹쳐놓은 모습으로 무너지는 현상을 말한다. 팬케이크 붕괴는 다른 붕괴 형태보다 사상자가 큰 편인데, 여러 층이 눌려 쌓이는 탓에 잔해 속에 사람이 있을 만한 공간이잘 생기지 않아서다.
아직 무너지지 않은 건물 부분도 상태가 불안정해 구조 작업이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구조대가 섣불리 움직였다 추가 붕괴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사고에서 다른 종류의 붕괴 흔적도 발견돼 잔해 속 곳곳에 공간이 만들어졌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도시 구조 전문가인 스콧 골드스타인은 건물 중심부가 무너지는 ‘V자형 붕괴’, 한쪽 벽은 부서졌지만 다른 쪽은 온전한 ‘캔틸레버 붕괴’ 등 총 4가지 종류 붕괴 증거를 사고 현장에서 발견했다고 전했다. 팬케이크 붕괴를 제외한 나머지가 발생한 곳에서는 그나마 생존자가 있을 만한 공간이 생겼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