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건강보험료율 2.89% 오른다
사진=연합뉴스
내년도 건강보험료가 2.89% 인상된다. 월급이 400만원인 직장인은 한달 보험료가 올해 13만3400원에서 내년 13만7200원으로 3800원 오른다.
내년 건보료 인상률은 올해(3.2%)보다는 작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따른 경제 위기가 심각한 상황임을 고려하면 가계와 기업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보건복지부는 27일 열린 제1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2021년도 건강보험료를 2.89%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직장인 가입자 보험료율은 올해 6.67%에서 6.86%로 오른다. 자영업자 등 지역가입자의 부과점수당 금액은 198.5원에서 204.2원이 된다.
건보료는 2018년 2.04%, 작년엔 3.49%, 올해는 3.2% 올랐다. 내년도 인상률은 작년과 올해보다는 낮게 책정된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고소득자와 저소득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가리지 않고 큰 어려움을 겪는 것을 생각하면 작은 인상폭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2분기 가계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5.3%, 사업소득은 4.6% 감소했다. 이 때문에 노동계와 경영계 등 가입자단체는 건보료 동결을 주장했다. 하지만 최소 2% 이상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는 정부와 공급자단체(의료계) 주장에 밀렸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는 건보료 결정 직후 입장문을 내고 "코로나19 충격으로 기업과 가계의 부담능력이 한계상황에 처해 거듭 ‘동결’을 호소했음에도 또다시 과도한 보험료율 인상이 이뤄져 매우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2.89%란 인상률은 정부에게도 만족스러운 숫자는 아니다. 현 정부는 ‘모든 의료서비스에 건강보험 혜택을 준다’는 내용의 ‘문재인 케어’를 추진 중이다. 이를 차질 없이 추진하면서 건보 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면 내년 건보료를 3% 이상 올렸어야 했다. 복지부는 작년 발표한 제1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에서 건보료를 2021~2022년 3.49%, 2023년 3.2% 올린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래야 ‘2022년까지 건보 보장률 70% 상향’과 ‘2023년까지 건보 적립금 10조원 유지’ 목표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년 건보료 인상률이 당초 목표에 못 미치면서 1차적으로는 건보 재정 악화가 불가피해졌다. 건보 재정은 문재인 케어 시행 여파로 2018년 8년만에 적자(1778억원)를 기록했다. 작년엔 적자폭이 2조8243억원으로 커졌다. 2016년 이후 줄곧 20조원을 유지해오던 건보 적립금도 작년 17조7712억원으로 떨어졌다. 내년 충분히 건보료를 올리지 못함에 따라 재정 적자가 불어나는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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