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직접 수사권 확 줄인다…수사·기소 분리 '잰걸음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30일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줄이고 경찰과의 수직적 관계를 수평적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권력기관 개혁안을 발표해 그 배경이 관심을 끈다.
이날 당·정·청이 발표한 개혁안의 취지는 '권력기관 권한의 균형 있는 분산과 민주적 통제'다.
수사역량은 유지하되 기관 간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권한을 분산해 공권력으로부터 국민 인권 보호에 힘쓰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당·정·청이 내놓은 개혁안 중 검찰의 경찰 수사지휘권과 직접 수사 권한 축소가 가장 핵심으로 꼽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검찰은 과도한 권한에도 정치적 중립 보장을 이유로 제대로 된 견제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 여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는 올해 초 검찰청법 개정으로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 범죄와 대형참사 등 6개 분야로 한정된 상태다.
당·정·청은 시행령을 개정해 공직자는 4급 이상만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뇌물 사건은 수수금액이 3천만원 이상,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이 적용되는 경제 범죄와 사기·배임·횡령 사건은 피해 규모가 5억원 이상이 돼야 검찰의 직접 수사가 가능해진다.
국민 다수 피해 사건은 법이 정한 직접 수사 대상이 아니더라도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검찰이 직접 수사하도록 하는 안이 논의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 중립·독립성 침해 우려로 이번 시행령 개정에는 담지 않기로 합의한 상태다.
중요한 수사 절차 과정에서 생기는 이견을 조율하기 위해 대검과 경찰청 사이에는 정기적인 수사협의회가 설치된다. 경찰이 검찰의 수사 지휘 대상이 아닌 협의 파트너로서 위상이 강화된다는 의미다.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수사준칙도 마련해 검찰과 경찰에 모두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개혁안은 궁극적으로 민생치안 등 일부 범죄에 대해 경찰이 수사하고 검찰이 기소하는 '수사·기소권 분리'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부 범죄에 대해서 경찰에 수사권을 넘기고 검사가 기소권을 통해 경찰 수사를 견제하는 모델은 문 대통령이 공약한 검경 수사권 조정의 취지이기도 하다.
논의하는 김태년 추미애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오른쪽)와 추미애 법무장관이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 개혁 당정청 협의에서 논의하고 있다. 2020.7.30 zjin@yna.co.kr
이 과정에서 검찰의 인권 보호 기능을 강조한 점도 눈에 띈다.
개혁안에 인권 보호에 있어 검찰의 주도적인 역할이 명시되지 않았다. 그러나 인권 보호가 법무부의 주요 책무라는 점에서 수사준칙 마련은 경찰보다는 법무부나 법률전문가인 검사들에게 맡겨질 가능성이 크다.
법무부와 검찰은 수사준칙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며 서로 의견 차이는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이날 "경찰의 권한이 강화된 만큼 국민의 인권 보호에 공백이 없도록 검사의 인권 보호 기능을 유지하도록 했다"며 인권 보호 기능의 주체를 검사로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는 수사는 일차적으로 경찰에 맡기되 검찰은 준사법기관이자 행정기관으로서 기소 과정에서 피의자에게 유리한 사실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피의자 인권 보호에도 힘써야 한다는 수사·기소권 분리 취지와 맞닿아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당·정·청은 권력기관 개혁 법률이 조속한 시일 내 국회 심의·의결이 이루어지도록 신속하게 추진할 계획"이라며 "올해 정기국회 안에 통과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부 부처의 업무인데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대통령령안이 확정될 때까지 인권 보호, 범죄 대응 역량이 약화하지 않는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의견 개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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