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피해자 처벌 원치 않고, 음란물 직접 제작·편집하지 않아"
여성단체 "인권감수성 낮은 재판부 시대적 상황 모르는 판결"© News1 DB(경남=뉴스1) 강대한 기자 = 8000명 이상 참여한 텔레그램에 여성 피해자의 신체가 노출된 영상과 함께 이름·거주지·휴대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유포하며 성매매여성인양 허위사실을 기재한 소위 ‘N번방’사건과 꼭 닮은 범죄를 저지른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창원지법 형사1부(최복규 부장판사)는 29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씨(25)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년2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및 장애인 복지시설에 3년간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김씨는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서울 동대문구 자신의 집에서 인터넷 텔레그램 메신저에 ‘대한민국 창녀
Database’라는 제목의 채팅방을 운영하면서 성행위 동영상 80여개를 올려 8000여명이 보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또 텔레그램 메신저 1:1대화를 통해 영상 및 개인정보를 삭제해 달라는 피해자의 연락을 받고 성희롱 메시지와 함께 음란 사진 등을 보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신체를 찍은 사진을 보내주지 않으면 영상도 지워주지 않을 것처럼 협박하기도 했다. 피해자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이후에는 피해자의 신체가 노출된 영상을 텔레그램 방에 올리며 여기에 이름·나이·휴대전화번호·거주지 등을 추가해 마치 피해자가 성매매여성인 것처럼 허위사실을 적었다.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임을 알면서도 총 7개의 동영상을 자신의 컴퓨터에 저장해 뒀던 사실도 확인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신분이 확인된 피해자들과 합의해 피해자들이 피고인의 처벌을 원치 않고 있다”면서 “금전 보상이 이뤄진다고해서 그 상처가 완전히 치유되고 범죄 행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피해자들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피고인과 그 가족들이 벌이는 노력과 성의는 평가받을만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리를 목적으로 이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음란물을 탐닉하다가 이에 중독됐고 수집했던 음란물을 채팅방에 전시하고 나아가 피해자를 협박했다”고 지적했다.
또 “음란물을 전시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음란물을 접하게 되고 그 피해가 더 커졌다고 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 이 음란물들은 인터넷에 유포된 것들이며 김씨가 제작하거나 편집하지 않았던 것은 고려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방청석을 메운 여성들 사이로 “너무하다. 형을 원심보다 적게 하다니 말이 안된다”는 등 큰소리가 나왔다.
법정 앞에서 만난 경남여성연구소 사무소장은 “피해가 확인되는 여성들이 처벌을 불원했다하더라도 확인되지 않은 수많은 피해자들이 더 있다”며 “우리나라 모든 여성들이 분노하고 있는 ‘N번방’에 대한 시대적 상황을 모르는 판결이다. 인권감수성이 낮은 판결이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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