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 뒤통수 제대로 맞았다"…삼성전자 '긴급 회의'
LG전자, LG베스트샵에서 아이폰 판매 유력
애플 소비자, LG전자 생활 가전 유입 확대될 듯
"LG전자-애플, 이이제이로 삼성전자 공략"
애플 로고 [사진=AP 연합뉴스]
스마트폰 사업을 접은 LG전자가 자사 유통망인 LG베스트샵에서 아이폰 등 애플 제품 판매를 검토하자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LG전자와 애플이 사실상 '협공'하는 양상에 삼성전자는 예의주시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LG베스트샵 매장 전경 [사진=LG베스트샵 홈페이지 캡처]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스마트폰 관련 부서 임직원들은 최근 LG베스트샵에서 아이폰을 비롯해 애플 제품을 판매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자 긴급회의를 열었다. 올 하반기 경쟁사들과 5G 폰 본격 대결을 앞둔 상황에서 애플이 LG베스트샵을 등에 업으면 갤럭시 시리즈 판매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란 판단에서다.
LG전자는 오는 8월부터 자회사 하이프라자가 운영하는 LG베스트샵을 통해 애플 통신 제품을 판매할 것으로 전망된다. LG베스트샵에 입점할 제품으로는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가 꼽힌다. 맥북과 아이맥, 맥프로 등 노트북, 데스크톱은 LG전자 제품과 품목이 겹쳐 판매 대상에서 제외됐다. 사후 서비스(A/S) 문제에 민감한 애플 정책을 감안해 해당 서비스 역시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LG베스트샵에서 애플 제품을 판매하는 효과는 '통신 가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업계에서는 입을 모으고 있다. 충성도 높은 애플 사용자들을 자연스럽게 'LG 안방'으로 불러들이는 효과가 있어 여타 가전 판매량에도 LG전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것. 삼성전자로서도 갤럭시뿐 아니라 가전 비스포크 시리즈에도 예상 밖 큰 변수를 만난 셈이다.
양사 가전제품 유통사업을 담당하는 하이프라자(LG 베스트샵)와 삼성전자판매(삼성디지털프라자) 매출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판매와 하이프라자의 지난해 매출은 각각 3조2977억원과 2조8910억원이었다. 애플 제품이 LG베스트샵에 입점하면 올해 하이프라자의 역전 가능성이 크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딜라이트 매장에 폴더블 폰 갤럭시Z폴드2와 갤럭시Z플립 5세대(5G)가 진열된 모습 [사진=뉴스1]
삼성전자는 지난달 28일 LG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중고폰 추가 보상 프로그램'을 실시하며 LG폰 점유율을 통째로 흡수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LG전자 스마트폰을 쓰는 이용자가 최신 삼성 폰인 갤럭시S21 시리즈와 갤럭시Z폴드2, 갤럭시Z플립5G, 갤럭시노트20 시리즈를 새로 개통하고 사용하던 기기를 반납하면 중고폰 시세에 추가로 15만원을 보상하는 내용이다.
애플도 맞불을 놨다. 애플 역시 LG폰을 반납하고 아이폰 시리즈로 교체한 이용자에게 중고가에 보상금 15만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중고 보상 정책을 오는 9월25일까지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 정책은 애플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실시하는 것으로, 애플이 타사 모델을 대상으로 한 중고 보상 정책을 도입한 것은 애플 창립 역사상 처음이다. 추가 보상금 15만원 지급을 위한 재원도 이례적으로 전액 부담, 삼성과의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번에 LG전자와 애플이 '동맹'을 맺는 모습이 연출되자 갤럭시 라인업을 총괄하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비상이 걸렸다. 애플이 5G폰을 앞세워 빠르게 시장을 공략하는 상황에서 국내 판매처로 LG베스트샵의 400여개 매장까지 확보했기 때문이다. 내부에선 LG전자에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는 말도 흘러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던 삼성전자는 애플 5G폰 출시 이후 5G폰 점유율 1위 자리를 애플에 내줬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애플은 첫 5G폰 아이폰12를 출시한 후 올 1분기 5G 스마트폰 점유율 29.8%로 1위에 올랐다. 삼성은 애플분 아니라 중국 오포(15.8%)와 비보(14.3%)에도 밀려 5G폰 점유율 4위(12.5%)에 머물렀다.
삼성으로선 5G 스마트폰 점유율 확대가 시급한데 LG베스트샵에 깔리는 아이폰까지 견제해야 하는 상황을 맞는 것이다. 업계에선 LG전자의 스마트폰 철수로 애플 아이폰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30%대로 올라설 것으로 본다. 현재 아이폰의 국내 점유율은 20% 수준이다.
서울 용산전자상가에 휴대폰 판매 대리점들이 빼곡히 늘어선 모습 / 사진=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이동통신 유통점들도 비상이 걸렸다.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 유통점으로 구성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지난 21일 동반성장위원회와 LG베스트샵 운영사인 하이프라자에 동반성장협약 준수를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협회는 이 서한에서 LG전자가 전국 LG베스트샵에서 아이폰을 판매할 경우 2018년 5월 체결된 '이동통신 판매업 대·중소기업 상생협약'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협회와 동반성장위원회, 삼성전자, LG전자가 공동 서명한 상생협약서에 '삼성전자판매는 삼성전자가 생산 또는 공급하는 모바일폰을, 하이프라자는 LG전자가 생산 또는 공급하는 모바일폰만을 판매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대리점들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대기업이 자체 매장을 활용해 타사 제품까지 판매할 경우 영세 대리점들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 유려했다.
협회는 LG베스트샵에서 아이폰을 취급하면 소비자 유출이 불가피하고 중소 유통망 사업자들이 큰 타격을 입는다고 주장했다. 영세 사업장을 위해 LG전자가 상생협약을 준수해달라는 취지다. 협회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에도 서한을 보내 LG전자의 아이폰 판매 대행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다만 LG전자는 "아이폰 판매에 대해서는 검토 중인 사안이라 현 상황에서 밝힐 입장은 없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와 애플이 공동의 경쟁사인 삼성전자를 '이이제이 전략'으로 공략하고 있다"며 "LG전자로선 충성도 높은 애플 구매층에게 자사 생활 가전을 소개하고, 애플은 국내에서 가장 큰 유통망을 확보해 물류·공급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어 '윈윈'(win-win)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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