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금지령 내린 중국, 디지털 위안화 상용화 준비 ‘착착’

지역 확대·도시 연계 시험…내년 올림픽 맞춰 정식 선보일 듯
화폐 발행 비용 절약·통화 관리에 용이…기축통화 노림수도[경향신문]



중국 후난성 창사시는 4000만위안(약 70억원) 상당의 디지털 위안화 30만장을 시범 발행하기로 하고 지난 25일 주민들의 신청을 받았다. 120만명의 신청자 가운데 지급 대상을 선정해 100∼200위안 상당의 디지털 위안화를 나눠줄 계획이다. 이 디지털 위안화는 실물 화폐와 동일한 가치를 갖지만, 스마트폰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일정 기간 동안 제한된 지역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이미 여러 도시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시범 발행해 왔지만, 창사시에서 진행되는 이번 실험은 금액면에서 역대 최대 규모다.

중국이 디지털화폐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미국이 본격적인 디지털화폐 도입 논의를 시사하고, 한국도 8월부터 모의실험을 진행하기로 하는 등 각국의 디지털화폐 도입 경쟁이 예고되고 있지만 이 분야에서 단연 앞서 있는 건 중국이다. 중국은 이미 2014년부터 인민은행에 전담팀을 구성해 디지털 위안화 도입 가능성을 연구해 왔다. 지난해 10월에는 광둥성 선전시에서 세계 최초로 디지털화폐를 시범 발행해 대규모 실험을 진행했다. 지금 속도라면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디지털화폐를 상용화하는 나라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아직까지 공식적인 도입 시기는 밝히지 않고 있지만, 올해 계속해서 시범사업을 확대한 뒤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맞춰 디지털 위안화를 정식으로 선보일 것이란 예상이 많다. 이미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결제시스템을 실험했고, 이달 초 노동절 연휴에는 상하이와 장쑤성 쑤저우시에서 도시 간 연계 실험을 진행하는 등 상용화 기반을 착착 쌓아가고 있다.

중국 관영 경제참고보는 최근 중국이 비트코인 유통은 물론 채굴까지 금지하며 가상통화 단속을 강화하는 것도 디지털 위안화 도입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디지털화폐 도입에 속도를 내는 배경은 여러 가지로 해석된다. 우선 국내 유통 통화량이 증가하는 문제를 든다. 통화량이 많아지면 화폐 발행과 관리 비용 등이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에 이를 디지털화폐로 대체하려 한다는 것이다. 또 디지털화폐는 위조 화폐 유통과 불법적인 자금 거래 등을 차단할 수 있다는 일반적인 장점이 있다. 통화 관리에 있어 정부의 통제력을 키우고, 돈의 흐름을 추적할 수 있는 더 많은 힘을 가지려 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중국에서 이미 알리페이나 위챗페이 같은 전자결제시스템이 일반화된 것도 디지털화폐를 도입하기에 좋은 여건이다.

디지털 위안화 도입의 가장 큰 이유로는 위안화의 국제화가 꼽힌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통계에 따르면 현재 위안화가 국제 결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 정도로, 달러(38.43%)나 유로화(37.13%)는 물론 엔화(3.18%)에도 미치지 못한다. 세계 두 번째 경제대국이라는 중국의 위상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디지털화폐의 선제적인 도입이 위안화의 국제화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디지털화폐 도입을 선도해 달러 패권을 넘어서고 위안화의 위상을 국제 간 거래의 기본이 되는 기축통화로 끌어올리려는 원대한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물론 디지털 위안화의 국제화가 얼마나 성공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중국도 “우리의 목표는 달러나 다른 국제 통화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몸을 낮추고 있다.

미국이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위상을 넘보는 디지털 위안화 개발을 견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달러화의 위상이 쉽게 무너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많다. 블룸버그통신은 “대부분의 국가가 권위주의 정부에 의해 통제되는 플랫폼을 원하지 않고, 디지털화와 상관없이 위안화가 국제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제자리걸음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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