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운동화를 아십니까? 오바마도 신는 '올버즈'
지난 4월 새롭게 선보인 올버즈 대셔. 올버즈는 이와 함께 천연 소재 양말도 출시하며 앞으로 '의류 산업'에도 확장 시킬 가능성을 열었다. /올버즈
“사람들은 지속가능한 제품을 사려는 게 아니라 ‘위대한 제품’을 사는 것이다. 우리는 항상 발상을 전환하고 혁신 위에 혁신을 얹으며 위대한 상품을 만드는 데 노력한다.”
얼핏 들으면 최첨단 IT 제품을 만드는 이들의 목소리 같다. ‘혁신’을 목소리 높여 이야기하는 이들은 하지만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2014년 탄생한 친환경 신발 스타트업 ‘올버즈(Allbirds)’의 공동 창업자들이다. 이달 초 팀 브라운(39)이 화상회의 ‘줌’을 통해 이야기를 먼저 풀어내자 역시 샌프란시스코 자신의 집에서 줌을 연결한 동갑내기 친구 겸 공동 창업자 조이 즈윌링거가 말을 거든다. “전통적 업계 질서에 도전하고 파괴적 아이디어로 소재 혁신을 했다. 실리콘밸리와 정말 어울리지 않는가, 하하.”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한 천연소재 운동화 '올버즈'로 "세계에서 가장 편한 운동화"라는 찬사를 들으며 '실리콘밸리 유니폼 운동화'란 애칭과 함께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오른 창업자 팀 브라운(왼쪽), 조이 즈윌링거 /올버즈
창업 2년 만인 지난 2016년 3월 뉴질랜드산 초극세 메리노 울로 만든 ‘울 러너(Wool Runner)’라는 신발 단 한 종류로 세상을 뒤흔든 친환경 신발 스타트업 올버즈. 출시와 동시에 미 ‘타임’지가 ‘세계에서 가장 편한 신발’이라 극찬하는 등 연간 100만 켤레 넘게 판매되면서 ‘실리콘밸리 유니폼’이자 ‘할리우드 스타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올버즈 마니아’ 면면을 보면 버락 오바마 미 전 대통령, 래리 페이지 구글 공동 창업자, 벤 호로위츠 실리콘밸리 투자자,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할리우드 스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등 ‘별 잔치’가 따로 없다. 울에 이어 여름용 신발 소재인 유칼립투스 잎, 사탕수수 등 각종 천연 소재로 만든 신발 등이 연이어 히트하면서 지금까지 7700만달러(약 920억원) 이상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기업가치 14억달러(약 1조6740억원) 규모의 ‘유니콘 기업’이다. 이 회사는 어떻게 ‘신발’이라는 굴뚝산업을 최첨단 스타트업으로 바꿨을까.
천연 양모에서 추출한 섬유로 만든 울 러너. 2016년 3월 첫 선을 보인 '울 러너'는 올버즈가 내세운 '단순화' 모토에 따라 간결한 디자인, 단순한 스타일로 눈길을 끌었다./올버즈
미국·영국·뉴질랜드·네덜란드 등에 이어 오는 18일 한국에 공식 진출하는 이들은 최근 줌 인터뷰에서 “우리는 둘 다 (패션 업계) ‘외부자’였기에 기존 틀을 파괴하면서 다르게 생각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뉴질랜드 축구 국가대표 출신인 팀 브라운은 대학(미 신시내티대)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이력을 바탕으로 디자인과 착용감에 먼저 중점을 뒀다. “축구 선수로 수없이 많은 신발을 신었는데, 로고투성이에 싸구려 인조 재료 제품에 질려버렸다.”
올버즈 울 러너 신발 종류. 끈이 있는 '울 러너'와 과 없는 로퍼형 '울 라운저'. 그레이,블랙,화이트의 기본컬러와 리미티드 에디션 컬러가 추가된다. 해외에선 95달러~125달러로 합리적인 가격으로 통일했고 국내에선 13만~18만 5000원에 책정될 예정이다. /올버즈
실리콘밸리 여느 성공한 스타트업이 그렇듯, 그의 출발점은 ‘와이(why·왜)’였다. ‘자연 소재 운동화는 왜 없는가.’ 고향이자 양 2900만 마리가 있는 뉴질랜드가 떠올랐다. (올버즈는 사람들이 정착하기 이전 ‘새들의 땅’이었던 뉴질랜드를 가리키는 말이다.) “울 러너의 경우 뉴질랜드산 최고급 양모에서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20% 수준인 17.5마이크론의 섬유를 추출하고, 아르마니, 구찌, 톰 포드 등의 의류를 생산하는 이탈리아 최고급 원단 회사인 레다에서 직조하고 나서, 이탈리아 장인이 제작한 라스트(발 모양)에 따라 만들었다. 그리고 전 세계 신발 제조의 정통성과 최고의 기술력을 지닌 바로 그 도시에서 완성했다. 부산 말이다!”(올버즈 제품의 상당수는 부산의 신발 공장에서 생산한다.)
유칼립투스 나무 추출 섬유로 만든 트리 러너의 가벼움을 보여주기 위한 연출 컷/올버즈
축구 선수 출신 브라운의 야심에 미 샌프란시스코 출신 생명공학 전문가 즈윌링거가 합세하면서 회사의 비전은 더 확고해졌다. ‘친환경 소재로 어떻게 사회 문제를 개선할 것인가’란 문제로 시야를 넓혔다. “미세조류(algae)로 대체에너지를 생산하는 일을 해본 경험에 비추어, 천연 소재로 운동화를 만들었을 때 탄소나 유해물질 배출이 현저하게 적다는 것을 보고 여기서 우리의 가치를 찾게 됐습니다.” 이들에게 공감한 배우·환경운동가인 디캐프리오는 별다른 친분이 없는데도 2018년 이 회사에 투자했다.
운동성을 강화한 러닝 슈즈 대셔/올버즈
운동성을 강화한 러닝 슈즈 '대셔'/올버즈
즈윌링거는 “매번 개선을 거듭하기 때문에 이번에 한국서 선보이는 제품은 지금껏 최상의 혁신 제품일 것”이라며 웃었다. 최근에는 지속가능 소재에 퍼포먼스 기능을 접목한 러닝화인 ‘대셔’도 선보였다. 샘플만 수십 차례 바꿀 정도로 실험을 거듭하다 성공시켰다. 올버즈는 한 해 100만 켤레를 팔지만 전 세계 매장은 약 20개, 미국엔 2개뿐이다. 대부분을 온라인으로 판다. 재료와 제조법을 모두 공개하는 것도 차별점이다. 사업에 위협이 된다는 우려보다는 “함께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라 한다. 이들은 인터뷰 중 “우주에 흔적을 남기고자 사업을 한다”를 반복했다.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즐겨 했다는 말이 그들의 입을 통해 다시 메아리쳤다.
오는 18일 공식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한국에 진출하는 올버즈 창업자 조이(왼쪽)와 팀.
샌프란시스코 태생으로 UC버클리와 와튼 경영대를 졸업한 바이오공학자 출신 조이에게 공동 창업을 권유한 팀은 뉴질랜드 국가대표 축구선수 출신으로 미 신시내티 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학과 영국 LSE를 졸업한뒤 '혁신가'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미디어가 주최한 '쓰리뉴씽'에서 우승한 경력의 보유자다.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던 소재를 통한 '혁신'으로 전형적인 '굴뚝산업'으로 꼽히는 신발업을 실리콘 밸리에서 도전해 성공시켰다. 팀은 "더하는 건 쉬워도 덜어내면서도 최상의 기능을 갖추는 것이 더 어렵다"고 '단순화'에 대한 철학을 설명했다.
트리러너를 신은 여성/올버즈
마린 블루 색상의 트리러너를 신은 남성/올버즈
올버즈 러닝화인 대셔를 신고 뛰는 사람. 올버즈는 오프라인 매장이 많지 않은 대신 온라인 경험을 최대화했다. 교환환불 정책이 대표적이다. 올버즈 측에 따르면 신발류는 해외의 경우 5만원 이상 주문시 전부 무료배송 무료환불이며, 한국도 본사 정책과 대부분 동일하다. (양말과 같은 액세서리 50불 이하 제품은 배송비 받고 있음) 또한 신발류는 30일동안 신어보고 마음에 안들면 교환되며, 리턴된 신발 중 상태가 좋은 신발(사용감이 적은 신발)은 폐기하지 않고 깨끗이 처리한 뒤 저소득층에 무료 신발을 나눔하는 기업 Soles4Souls에 기부한다. (단 의류나 양말류는 포장을 개봉하면 교환/환불 불가) /올버즈
올버즈 대셔 /올버즈
올버즈 대셔를 신고 뛰는 사람들 /올버즈
울러너의 가볍고 포근함을 표시하기 위한 연출 사진. /올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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