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불치병에서 '극복 가능한 질환' 되나?
[사진=designer491/gettyimagesbank]
치매 치료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보이는 신약이 등장했다. 이는 치매가 불치병에서 완치 가능한 질환으로 전환되는 초석이 될 것이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치매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퇴행성 신경질환은 '알츠하이머병'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유전적, 대사적, 환경적 발병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정확한 원인을 찾고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전무한 상태였다.
지금까지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들에게는 증상을 치료하는 '치료제'가 아니라, 증상을 줄여주는 '증상 완화제'가 사용돼왔다. 이로 인해 제약사와 연구기관들은 증상 완화를 넘어, 치매의 원인이 되는 기전에 근거한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알츠하이머가 발생하는 대표적인 병리학적 현상은 아밀로이드 플라크 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와 신경세포 내부에 축적되는 과인산화된 타우의 이상 엉킴 현상, 이러한 현상으로 나타나는 신경세포 소실 등이다. 알츠하이머병으로 인지기능이 저하되기 10~15년 전부터 뇌에서는 이러한 병리학적 지표들의 변화가 일어난다.
이번에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시판 허가를 받은 바이오젠의 '아두카누맙(aducanumab)'은 베타아밀로이드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기능으로 사용 승인을 받았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나섰지만, 치매는 언제나 극복 불가능한 질병이라는 불편과 마주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번 치료제의 승인은 큰 의미가 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생화학교실 묵인희 교수는 9일 '바이오 코리아 2021(Bio Korea 2021)' 컨퍼런스에서 "아두카누맙이 승인을 받은 어제는 이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역사적인 날이었다"며 "조건부지만 FDA가 승인을 내준 치매 치료제가 18년 만에 등장했다"고 말했다.
현재 알츠하이머 치료를 위해 가장 많이 진행되고 있는 임상 3상은 이처럼 아밀로이드를 타깃으로 한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인 만큼, 알츠하이머 치료를 위한 접근법도 보다 다양화할 수 있다.
뇌와 장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장-뇌 연결축(gut-brain axis)'도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한 연구 분야다. 파킨슨병이나 뇌졸중 등의 치료제를 개발하는데 장뇌축 접근법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근거들이 나오고 있어, 치매 치료의 근거로도 삼을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쥐 실험에 따르면 알츠하이머가 있는 쥐의 장내 독성물질들은 혈액으로 흘러들어가 염증 면역세포들을 늘린다. 그런데 4개월간 정상 쥐의 분변을 알츠하이머가 있는 쥐의 장에 매일 이식하자, 알츠하이머 쥐들의 장내 환경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장내 독성물질이 혈액으로 빠져나오는 것도 멈췄다. 장과 뇌는 서로 상호작용한다는 점에서, 장이 이처럼 건강해지면 뇌의 기능도 개선될 여지가 생긴다.
뇌 오가노이드 연구도 최근 주목 받고 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의 어려움 중 하나는 환자의 뇌를 실험 샘플로 이용하기 어렵다는 점에 있다. 이에 묵인희 교수와 카이스트 바이오·뇌공학과 조광현 교수 공동연구팀은 알츠하이머 환자에서 유래한 '뇌 오가노이드(역분화 줄기세포(iPSC) 유래 인공 뇌)'와 '시스템생물학'을 융합해 약물 효능을 예측하는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처럼 뇌와 유사한 환경에서 약효를 확인하면, 치매 분야에서도 환자 맞춤형 치료에 최적화된 약물을 발굴해낼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밖에도 빛, 전기, 산소 자극 등을 통해 치매를 치료하는 연구 등이 활발히 진행 중에 있다. 이러한 연구들이 지속되면서, 못 고치는 병으로만 여겨왔던 치매도 이제 치료 가능한 질환이 될 가능성이 조금씩 열리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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