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오른쪽 두번째)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 경위를 수사 중이던 경찰이 사망장소에서 발견된 유류품인 휴대전화(아이폰)의 비밀번호를 해제하는 과정에서 고소인 측의 도움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다.
박 전 시장이 쓰던 아이폰은 최신형으로 비밀번호를 알지 못하면 경찰은 디지털포렌식 작업을 시작도 하지 못하게 될 상황이었다. 그런데 지난 22일 고소인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가 고소인이 알려 준 비밀번호를 제공해 주면서 경찰은 어려움없이 디지털포렌식에 착수할 수 있었다.
이 사실이 보도되면서 손혜원 전 의원과 일부 박 전 시장 지지자 등이 성추행 피해자라는 고소인이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데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시장의 휴대폰 비밀번호를 알고 있으면 증거 조작도 가능하지 않느냐는 의혹제기마저 쏟아졌다.
하지만 기관장이나 국회의원 등의 비서업무를 맡고 있는 이들에게 자문을 구했더니, 비서가 상사의 휴대폰 비밀번호를 아는 경우는 흔한 일이란 의견이 다수였다.
중앙부처 산하기관에서 기관장 비서를 하고 있는 A씨는 “연령대가 높은 기관장의 경우는 명함정리나 연락처 파일, 스케줄 캘린더 동기화 등을 본인이 스스로 하지 못한다”며 “그런 작업을 가끔 해야할 때에는 비번이나 잠금 패턴을 물어 알게 되는데 대부분 나중에도 그 비번이나 패턴을 바꾸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국회에서 행정비서 업무만 8년차인 B씨도 “3명의 의원과 일했는데 그 중 2명의 휴대폰은 비번을 알려 주며 연락처 정리 등을 시켰다”며 나머지 한 명도 다른 수행비서가 그 업무를 담당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의원들이 연락처를 휴대폰에서 추출해 엑셀파일로 업데이트하는 작업을 보좌진에게 시킨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B씨는 ”비서는 휴대폰 비번 뿐 아니라, 금융업무를 위한 공인인증서나 결재용 도장을 관리하기도 한다“며 ”비서 업무를 하다보면 종종 사적인 영역에서 결제나 송금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고 요새는 휴대폰으로 본인 인증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아서 비서가 비번을 알게 되는 게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국회 비서로 일하다 부처 산하기관 인사업무를 하고 있는 C씨도 “상사가 어느 비서에게 휴대폰을 맡기느냐의 문제일 뿐, 보좌진이 있어서 일정이나 연락처를 비서에게 담당하게 할 수 있는 위치의 사람들은 직원에게 휴대폰을 여러 이유로 잠시라도 맡겨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며 “박 전 시장이 일정 담당 비서였다는 고소인에게 휴대폰을 맡기고 비번도 공유했다는 건 비서업무를 해 본 이들에겐 전혀 놀랍거나 이상하지 않을 일”이라고 했다.
국회 보좌관 출신인 한 변호사는 “상사가 믿고 맡기는 비서라면 휴대폰 비번을 아는 건 기본이고 어떤 경우엔 상사의 사적 비밀을 알게 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서 신뢰성 등에 있어 다른 직원들과의 관계와는 조금 다른 관계가 형성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김재련 변호사는 고소인인 전 비서가 어떤 경위로 박 전 시장의 아이폰 비번을 알게 됐는지에 대해선 구체적 설명을 하지 않았다.
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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