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로 면허정지 중 운전해
피해 아동 부상 크지 않지만
경찰, '안전의무 소홀' 판단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교통사고에 대해 운전자 처벌을 강화한 이른바 ‘민식이법’으로 운전자를 구속한 첫 사례가 나왔다. 구속된 운전자는 스쿨존에서 무면허·과속운전을 하다가 어린이를 치어 다치게 했다.
경기 김포경찰서는 자신의 승용차로 스쿨존을 운전하다 건널목을 건너던 7살 어린이를 다치게 한 혐의로 A(39)씨를 구속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지난 4월 6일 오후 7시 6분 김포의 한 아파트 앞 스쿨존 도로에서 무면허 상태로 규정속도(30㎞)를 넘는 시속 40㎞ 이상의 속도로 운전하다 사고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당시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정지된 상태였다.
다친 어린이는 어머니, 동생과 함께 건널목을 건넌 뒤 보행 신호가 꺼진 상황에서 동생이 떨어뜨린 물건을 줍기 위해 되돌아서 건널목으로 들어섰다가 사고를 당했다.
/연합뉴스경찰은 A 씨가 신호 위반은 안 했지만 운전자의 시야를 가릴만한 장애물이 없던 상황에서 주변을 잘 살피지 않는 등 안전운전 의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이러한 점을 고려해 피해 어린이가 이번 사고로 크게 다치지 않았음에도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원은 도주 우려가 있는 점 등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민식이법은 스쿨존에 과속단속카메라나 과속방지턱, 신호등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개정한 도로교통법과 스쿨존 내 교통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관련 규정을 일컫는다. 민식이법에 따라 스쿨존에서 사고를 내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힌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앞서 지난 5월 21일 낮 12시 15분 전북 전주시 덕진구 반월동의 한 도로 스쿨존에서 불법 유턴을 하다가 버스정류장 근처에 있던 2세 아동을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이 50대 운전자에 대해 민식이법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해당 범죄 사실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법원에서 기각됐다.
또 같은 달 25일 경북 경주시 동천동 한 초등학교 인근 스쿨존에서 자전거에 탄 어린이를 자신의
SUV 차량으로 들이받아 다치게 한 운전자에 대해서는 경찰이 고의성을 인정해 특수상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가 기각됐다.
[조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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