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동 재판부 "정경심 행위, 비난받을 수 있지만 횡령은 아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37)씨의 1심을 맡은 재판부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해 "비난받을 수는 있으나 횡령에 가담한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봤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소병석 부장판사)는 전날 조씨의 횡령 혐의를 판단하면서 공범으로 적시된 정 교수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이 혐의는 정 교수 남매가 조씨 측에 돈을 내준 뒤 2017∼2018년 19차례에 걸쳐 받은 1억5천만원에 관한 것이다.
검찰은 조씨가 투자금의 수익을 보장해주려고 허위 컨설팅 계약을 맺고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 돈을 횡령했다고 봤다. 정 교수도 공범으로 기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정 교수 남매에게는 회삿돈을 횡령한다는 인식이 없었다며 공모관계를 부정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 남매가 조씨에게 세금을 줄이는 방법을 요청하고 허위 계약서 작성에 관여했으며, 실제로도 컨설팅을 하지 않고 돈을 받아 나눠 가졌다는 사실 등을 인정했다.
그 과정에서 실제 컨설팅을 한 것처럼 위장하고 세금을 줄이기 위해 허위 자료를 꾸몄고, 공직자 재산신고 과정에서 일부 거짓 신고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이런 행위는 비난받을 수 있지만, 조씨의 횡령 행위의 상대방으로 수익을 얻거나, 부실한 재산신고를 했다는 것을 넘어 횡령에 적극 가담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런 결론이 나오는 데에는 정 교수가 조씨에게 내준 돈이 '투자금'이 아닌 '대여금'이라는 판단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이는 정 교수가 줄곧 해온 주장이기도 하다.
그간 검찰은 이 돈의 성격은 허위 컨설팅 계약에 따른 횡령죄의 성립과 무관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했다.
2017년 정 교수 남매가 코링크PE에 유상증자 형식으로 넣은 5억원만 문제 삼은 검찰과 달리, 법원은 2015년과 2017년에 5억원씩 내준 총 10억원이 모두 이자의 원금이라고 봤다.
그중 2015년의 5억원은 조씨 개인에게 빌려준 돈으로, 코링크PE에 지급되지 않았음에도 조씨가 회삿돈으로 내준 이자 7천800만원은 횡령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조씨를 코링크PE의 실질적 경영자로 인식하던 정 교수 남매는 실제 이 돈이 회사로 갔는지에 관심이 없거나 회사에 지급됐다고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회사에서 이자를 받는 것에 별 문제의식을 갖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공모 혐의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나머지 절반인 2017년의 5억원은 코링크PE에 유상증자 형식을 갖춰 빌려준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당시 코링크PE의 자금 사정이 어려웠다는 점에 비춰 연 10%의 이율이 현저히 높다고 하기 어렵고, 경영 컨설팅 등은 형식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며 조씨의 횡령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조씨가 무죄이므로 정 교수의 공모관계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돈의 성격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정 교수와 조씨가 일상적이고 반복적으로 '투자, 수익률'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고 해도, 둘 사이에는 금전대차관계가 성립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시했다.
이는 정 교수가 조씨의 재판에 나와 자신이 쓴 '투자'라는 표현에 대해 "상대방의 말을 따라 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재판부는 정 교수 가족이 14억원을 출자한 '블루펀드'의 변경보고를 조씨가 거짓으로 했다는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면서 검찰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검찰은 이 펀드가 '가족 펀드'라서 제3자의 추가출자가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주장하지만, 제3자의 투자를 허용하지 않는 펀드라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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