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벗고 이렇게 모인 이스라엘, 축제가 압사로 끝났다

대규모 종교행사 최소 45명 사망… “1만명 허용했는데 10만명 모여”
수만 명이 몰려든 이스라엘의 유대교 행사에서 압사 사고가 발생해 최소 45명이 숨지고 150여명이 다쳤다고 AP통신이 2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스라엘 정부가 사실상 집단면역에 도달한 것으로 보고 대규모 모임을 허용한 이후 열린 첫 대규모 종교 행사에서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방역 규제가 사라지면서 들뜬 나머지 안전 불감증으로 이어졌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은 전체 국민의 62.4%가 한 차례 이상 코로나 백신을 맞아 세계에서 접종 속도가 가장 빠르다.

마스크 벗고 춤추고… 이때는 아무도 몰랐던 비극 - 29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북부 메론산에서 열린 유대교 축제 ‘라그 바오메르’에 참석한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춤을 추고 있다. 이날 허용 인원을 훨씬 넘어선 수만명의 인파가 몰려들면서 발생한 압사 사고로 최소 45명이 사망했다. 안전을 위해 경찰 5000명이 현장에 투입됐지만 참사를 막지 못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유대교 축제인 ‘라그 바오메르’가 열린 이스라엘 북부 메론산에 수만 명이 운집했다. 목격자들은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행사장 안으로 들어가려다 도미노처럼 줄줄이 넘어졌고, 서로 떠밀려 들어오는 사람들이 바닥에 깔린 사람들을 밟으며 희생자가 속출했다고 전했다.

응급구조대는 현장에서 38명이 사망했고, 병원으로 옮긴 중상자 중에서 6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사망자 중 어린아이도 포함돼 있다”고 했다. 부상자는 150여명에 달하며 그중 중상자가 18명이라고 응급구조대는 밝혔다. 응급구조대는 헬기 6대를 동원해 부상자들을 병원으로 이송했다. 현지 언론은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목격자들은 일간 하레츠에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였고 사람이 사람을 짓밟는 상황이 벌어져 사방에서 비명이 들렸다”고 했다.

이스라엘 방송사들은 사고 현장에서 커다란 비닐봉지에 시신을 담아 임시로 수습한 장면을 내보냈다. 벗겨진 모자, 신발 등이 나뒹구는 모습도 보였다. 갑자기 사고가 발생하자 시야에서 놓친 가족과 친구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일시에 전화를 거는 바람에 기지국 과부하가 걸렸고, 휴대전화가 한동안 불통 상태가 됐다. 행사장인 메론산으로 올라가는 도로가 좁아 화를 면한 참석자들이 대피하는 과정에서도 큰 혼잡이 벌어졌다.

‘라그 바오메르’는 2세기 유대인 랍비 시몬 바 요차이를 추모하는 행사다. 참석자들은 모닥불을 피우고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뛰면서 춤을 춘다. 당초 이스라엘 당국은 최대 1만명이 모이도록 허용했지만 이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현장에 몰렸다. 일부 언론은 참석자가 10만명에 이른다고 했다. 이스라엘 전역에서 버스를 타고 메론산으로 몰려든 유대교도만 3만명에 달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해 팬데믹 상황이 된 이후 이스라엘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인 행사라고 일간 하레츠는 보도했다. 지난해에는 방역을 이유로 라그 바오메르 행사를 열지 않았다.

당국은 이번 행사에 안전을 확보한다며 경찰 병력 5000명을 투입했지만 현장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 일부 목격자는 “경찰이 출구를 막는 바람에 혼란이 가중됐고 피해도 커졌다”고 주장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현장에 도착해 직접 사고 수습을 지휘했다. 네타냐후는 “이스라엘이 겪은 최악의 사고 중 하나”라며 “사망자가 많아 고통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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