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팬티 입은 여자, 샤넬백 멘 남자…이 패션이 먹히는 이유
패션·문화계 남녀의 성벽 무너져
향수·제복도 성별 구분 지우는 중
샤넬 백에 분홍 스카프 매는 남자, 화장하지 않고 넉넉한 재킷 입는 여자, 나무냄새 향수를 즐기는 남녀, 바지 교복을 입는 여학생, 운동화 신은 승무원….
패션과 문화계 중심으로 남녀의 ‘성(性)벽’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남녀 성별 구분에서 벗어나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려는 젠더뉴트럴(gender neutral), 젠더리스(genderless) 바람이 심상치 않다. 이는 ‘남자다움’ ‘여자다움’의 구분을 지양하고 성 평등을 이루려는 MZ(밀레니얼·Z)세대의 가치관과 맞물려 사회 전반과 일상생활에 스며들고 있다.
새빨간 립스틱에 뺨엔 핑크색 블러셔, 눈에 진한 아이섀도를 바르고 화장품 모델로 나선 남자 아이돌의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다. 지방시뷰티의 강다니엘, 토니모리의 김요한, 베네피트의 하성운, 클리오의 김우석 등이 대표적인 예다.
여성의 전유물로 알려진 명품 핸드백을 드는 남자 아이돌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가수 지드래곤은 지난달 화보에서 트위드 재킷과 분홍색 머플러, 샤넬 토트백, 진주 목걸이를 착용했다. 지드래곤은 10년 가까이 샤넬의 공식 뮤즈이자 글로벌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다. BTS(방탄소년단)의 멤버 뷔도 지난해 명품 ‘보테가베네타’의 작은 핸드백을 어깨에 메고 공항에 등장했다.
심지어 남성용 배꼽티(크롭탑)까지 등장했다. 여성의 잘록한 허리가 아닌 복근을 드러낸다. 엑소의 카이, 강다니엘 등은 최근 무대에서 배꼽이 드러나는 의상을 착용했다.
반대로 여성은 볼륨 있는 몸매를 강조한 디자인보다 큼직한 오버핏 수트를 찾는다. 가수 겸 배우 정려원과 손담비가 2018년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동묘 구제 시장에서 찾아 낸 재킷과 바지로 ‘아버지 정장 스타일’을 재현한 것처럼 많은 여성 소비자가 여성스러움을 배제한 옷을 찾고 있다. 실제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온라인 전용 브랜드 ‘텐먼스’는 기본 핏에 충실한 ‘마스터핏 슈트’의 인기로 지난해 목표 매출액을 4배 초과 달성했다.
사각팬티를 입는 여성도 있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는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진 사각팬티를 여성용으로 지난해 말 출시했는데, 2개월 만에 속옷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다. ‘노라인 보이쇼츠’(드로즈)는 여성용 팬티 카테고리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원래 여성복 브랜드인데 난데없이 남성 고객들이 늘면서 중성적인 옷을 확대한 경우도 있다. 스튜디오 톰보이는 남성들이 자신들에게도 맞을 법한 큰 사이즈의 티셔츠, 통이 넓은 바지를 구매하는 것을 보고 2019년부터 젠더뉴트럴한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브랜드 관계자는 “이제는 남녀가 함께 입을 수 있는 재킷이나 티셔츠를 다양하게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수업계에서는 ‘남성용’ ‘여성용’ 구분이 사라진 지 오래다. 향수 브랜드 딥디크·바이레도·엑스니힐로 등은 소비자 성별에 차이를 두지 않는다. 상큼한 시트러스 계열의 향을 즐기는 남성뿐 아니라 묵직한 우디향을 선택하는 여성 고객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교복·제복 등 유니폼 업계도 젠더뉴트럴을 반영하고 있다. 학생복 브랜드 스쿨룩스는 지난해 여학생 교복 바지 화보를 공개했다. 같은 해 신생 항공사 에어로케이도 바지와 맨투맨 티셔츠, 재킷·조끼·운동화 등으로 구성된 승무원 유니폼을 제시했다.
남녀의 경계를 허무는 파격적인 패션은 과거에도 있었다. 가수 김원준은 1995년 치마바지 패션으로 일대 화제를 일으켰다. 가수 박지윤은 2002년 중절모에 넥타이를 착용한 채로 ‘난 남자야’를 외쳤다. 남녀 모두 입을 수 있는 일명 ‘유니섹스’ 패션이 1970~80년대 유행한 적도 있다.
그러나 유니섹스와 지금의 젠더뉴트럴·젠더리스는 사뭇 다른 개념이다. 유니섹스는 여성이 무조건 남성복 스타일의 티셔츠, 반바지 등을 입었던 것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젠더리스는 성의 이분법 파괴를 목적으로 중성성을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더 나아가 젠더뉴트럴은 남녀 구분 자체를 없애고 중립적으로 사람 자체로만 사고하려는 움직임을 말한다. 기존의 성 역할에서 벗어나 자신을 표현하고 성에 고정되지 않은 나 자체로 삶을 영위하려는 철학이 반영돼 있다. 남자가 여자처럼, 여자가 남자처럼 등 일방적인 성별의 교체와는 구별된다.
한국에는 다소 낯선 개념이지만, 미국·유럽에는 ‘논바이너리(non-binary)’라는 새로운 정체성도 등장했다. 논바이너리는 자신의 성을 남성 또는 여성으로 규정할 수 없다고 말하는 이들이다.
미국 드라마 ‘빌리언스’에는 미국 TV 역사상 최초로 논바이너리 캐릭터가 등장한다. 헤지펀드 매니저 테일러 메이슨은 생물학적으로 여자이지만, 삭발 머리에 넥타이를 즐겨 맬 뿐 아니라 여성을 뜻하는 인칭대명사를 모조리 거부한다. 그(he) 또는 그녀(her)가 아닌 그들(they)이라고 불러야 한다. 이름 앞에는 미스(Miss), 미스터(Mr.)가 아닌 ‘Mx.’를 붙인다.
메이슨 역을 연기한 배우 아시아 케이트 딜런(36)은 실제로도 논바이너리다. 딜런 뿐 아니라 영화 ‘인셉션’ ‘엑스맨’으로 잘 알려진 엘리엇 페이지(34)도 성전환 수술을 이후 정체성을 논바이너리로 재정의했다. 영국 싱어송라이터 샘 스미스(28)는 10세 때 자신을 게이로 알렸지만, 2019년 논바이너리로 다시 커밍아웃했다.
문화계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베를린영화제는 내년부터 남녀 주연·조연상 구분을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베를린영화제 첫 여성 집행위원장인 마리에트 리센백은 “영화 산업계에서 젠더 의식을 높이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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