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검찰이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해 예단 갖게 해"
"피고인 죄책감 느끼며 잠 못 이루는 등 피해 발생"
법원 "양측 신경전, 실체적 진실 가리는데 방해" 중재[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제주에서 오픈카를 몰다 여자친구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의 2차 공판에서 변호인 측이 "공소 절차, 즉 검찰이 작성한 공소장이 (재판부에) 예단을 갖게할 만한 사항이 포함돼 있는 등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배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9일 제주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장찬수)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피
고인의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장이 예단을 갖도록하
고, 공소장 일본주의도 위배했다"며 "유무죄 판단 이전에 이 사건 공소가 기각돼야 한다"
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장으로 인해) 언론과 인터넷에는 해당 사건이 보도되
고, 피
고인은 그로 인해 죄책감을 느끼며 잠을 이루지 못하는 등 피해가 발생하
고 있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그러면서 변호인은 "재판이 공정하게 이뤄지기 위해 피
고인의 입장을 간단하게 나마 설명해야 한다"며 "피
고인은 피해자와 결혼을 약속한 사이다. 사소한 말다툼으로 연인을 살해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고 했다.
이어 "(피
고인은)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라면을 사러 가는 길에 살인을 하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으며
고의로 사
고를 발생시켰다는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며 "자신의 생명도 위험한데
고의로 사
고를 내는 것은 말이 안된다"
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재판장은 "공소장은 하나밖에 가지
고 있지 않다. 양측에서 제출하는 증거와 증인, 모든 증거를 통틀어
고의를 판단하는 게 저의 몫이다"면서 "신경전은 이 사건 실체적 진실을 가리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일이다"
고 설명했다.
이날 공판은 교통사
고를 조사한 경찰관과 도로교통공단,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의 증인신문으로 진행됐다. 검찰의 공소사실처럼 사
고의 '
고의성' 여부를 입증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당시 사
고 차량 데이터를 분석한 경찰관과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데이터 만으로는
고의성 여부에 대해 추정이 불가능하며 단지 사
고 당시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자료로서 가치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다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피해자가)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상태임을 알면서도 급가속으로 사
고를 냈다는 것을 통해
고의 사
고가 의심된다"는 취지의 증언을 내놨다.
앞서 검찰은 지난 6월 진행된 1차 공판에서 "피
고인은 오픈카의 조수석에서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
고 있던 피해자가 급가속으로 인한 사
고 발생 시 차량 밖으로 튕겨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차량을
114.8㎞까지 가속했다"며 "결국 차량을 도로 우측 인도 쪽으로 돌진함으로써 사
고를 내 피해자를 살해했다"
고 했다.
연인 관계로 지내오던 피해자에게 여러 번 헤어질 것을 요구한 A씨가 사
고 당일 자신을 무시하는 피해자의 태도에 화가 나 결국 갑작스런 살인을 계획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피해자가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상황을 인식한 A씨가 왕복 2차선에 불과한 좁은 도로에서 급가속해 사
고를 낸 것은 미필적
고의에 따른 살인 혐의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A씨와 변호인은 강하게 부인했다. A씨는 1차 공판에 출석해 "술을 마시면서 기억을 잃었
고, 운전한 기억도 없다"며 "사
고 기억도 없
고 술을 마시던 중간부터 기억이 끊겼다"
고 말했다. 음주 후 일시적인 기억 장애에 빠지는 이른바 '블랙아웃'(
black out) 증상으로 사
고가 전혀 기억에 없다는 주장이다.
변호인도 음주사
고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살인 혐의까지 씌운 것은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는 입장이다. 변호인은 "경찰에서는 단순 음주사건이었던 것이 유족들이 진정하면서 죄명이 바뀌었다"며 "(음주상태라는) 잘못으로 사
고가 난 것"이라
고 했다.
사
고는
2019년
11월
10일 오전 1시께 발생했다. 혈중알코올농도
0.118%의 술에 취한 상태였던 A씨는 사
고 직전 피해자에게 "안전벨트 안했네"라
고 말한 뒤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 인근 도로에서 렌트차량인 머스탱 컨버터블을 몰아 연석과 돌담, 2차로에 주차된 경운기를 차례로 충격하는 사
고를 냈다.
그 충격으로 안전벨트를 하지 않았던 피해자 B씨는 차량 밖으로 튕겨 나갔
고, 머리를 크게 다친 피해자는 의식불명 상태로 약
10개월간 병상에 누워있다가 결국 사망했다.
이후 피해자 유족은 경찰에 살인미수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해달라
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에게 살인미수 혐의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면서 사건을 음주교통사
고로 정리해 검찰에 송치했다.
반면 검찰은 피해자 유족들이 지난 1월 살인미수
고발장을 제출하자
고발인 조사를 거친 후 국과수 교통사
고 감정서와 도로교통공단 교통사
고 분석서 등을 토대로 A씨에게 살인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다음 공판은 9월
13일 오후 4시
30분에 열린다. 이날 공판에는 검찰 측 증인으로 피해자의 언니 등이 출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