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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름다웠나, 한번 쓰고 버린 유리병들

보헤미안 0 377 0 0

[토요판] 현장
‘리보틀 메이커’ 박선민 작가 인터뷰

녹색·갈색병 많은 수입주류
폐유리병 활용 유리공예가
“버려진 사물에 새 역할을
‘쓰임의 의미’ 배우게 됐죠”

맥주병 등 버려진 유리병이 근사한 유리잔으로 다시 태어났다. 동그란 손잡이는 병의 주입구를 잘라 붙인 것이다.  ‘리:앤티크 시리즈’(2019). 516 studio 제공

노 리필(NO REFILL), 750㎖. 2017, SC813, 보틀(BOTTLE)….

버려진 유리병을 재료로 새로운 유리용품을 만드는 ‘리보틀’(Re:bottle) 유리공예가 박선민(37)의 작품들은 이런 문구의 ‘투명한 문신’을 가지고 있다. 유리병 표면에 용량과 생산 정보 등이 처음 새겨졌던 흔적이다. 내용물을 다시 담을 수 없다는 ‘노 리필’의 운명을 타고난 유리병들이지만, 그의 손을 거치면 실용적인 일상용품으로, 아름다운 예술작품으로 거듭난다.  

박선민 유리공예가. 박선민 제공

박 작가는 지난 19일 <한겨레>와 만나 뜻밖에도 “환경보호 가치를 내세울 만한 작업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유리병을 자세히 보면 근사한 형태와 곡선, 무늬를 가지고 있어요. 카페에 흔한 사과주스병을 떠올려보세요. 식물 무늬가 아름답게 새겨져 있잖아요. 한번 쓰고 버리기엔 아까워서 창작 재료로 쓰다 보니 여기까지 온 거지요.” 업사이클링이 폐유리병을 이용한 창작의 결과이지 목표는 아니었다는 뜻이다.

컵 아래쪽에 ‘노 리필’(NO REFILL) 문구가 새겨져 있다. 내용물을 다시 담을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난 유리병들이 박선민의 손을 거쳐 잔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이난경 제공

2014년부터 시작된 자신의 리보틀 작업이 “환경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너무도 미미할 것”이라지만, 이런 작가가 존재함으로써 작은 변화 정도는 있었다. “작업실이 있는 경기도 이천시 인근 카페나 바 사장님들, 주변 지인이 병을 모아서 갖다주곤 해요.” 그렇다고 모든 유리병이 다 재사용되진 않는다. 그가 쓰는 재료에 국산 주류병은 없다. 소주병, 맥주병 등은 대부분 업체가 수거해 재사용하기 때문이다. 반면 수입된 술병은 그대로 버려지다 보니 박선민의 주재료가 됐다.

잔, 식기, 꽃병 등 그의 유리 작품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 ‘2019 공예디자인 스타 상품’에 선정됐고, 서울 삼청동·청담동·한남동 등 편집숍에 입점될 만큼 상품성도 인정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도 리보틀을 선택한 고객 중 한명이다. “2018년 공예트렌드페어에 참가했는데, 숙취 해소제가 다시 술을 담는 잔으로 재탄생한 작업 과정을 들으시곤 유쾌하게도 그걸 고르셨어요.”

폐유리를 재료로 삼은 드문 유리공예가 박선민의 작품 ‘리:앤티크 시리즈’(2019). 516 studio 제공

<리:앤티크 시리즈>(2019). 516 studio 제공

<리:앤티크 시리즈>(2019). 516 studio 제공

폐유리병과 도자기를 결합한 오브제 <변함없는 사랑-나의 할아버지에게>(2019). 박선민 제공

폐유리병을 새 쓸모와 아름다움이 있는 물건으로 만드는 과정 가운데 가장 어려운 단계는 무엇일까. 박 작가는 “연마”를 꼽았다.

“수거→라벨 제거→세척→색깔·크기별 분류→절단→연마→유광/무광 표현→이어 붙이기까지 긴 과정을 거칩니다. 여기서 연마의 과정만 7~10단계로 다시 나누어져요. 거친 연마에서 점점 부드러운 연마로 넘어가죠. 절단으로 거칠어진 표면을 여러 각도에서 갈고 닦아 매끈하게 만드는 게 핵심입니다. 유리병은 한번 쓰임으로써 그 역할을 다한 거예요. 그리고 이렇게 누군가의 손을 거쳐 새 역할을 부여받으면, 또다시 쓰일 수 있게 되지요. 리보틀 작업을 할수록, 저 역시 특정한 역할을 다한 순간이 오더라도 서운해하기보다는 새 역할을 기대하는 쪽으로 마음가짐이 바뀌었어요. 이런 작업이 쓰임의 시간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꼭 버려진 유리병이 아니더라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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