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민 씨와 부친이 나눈 대화 / 사진=손현씨 블로그 캡처

서울 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시고 잠들었다가 실종 엿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 씨와 그의 부친이 나눈 대화 내용이 공개됐습니다.

아버지 손현 씨는 어제(2일) 자신의 블로그에 '아들과의 대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손 씨는 "오늘은 장례 2일째다. 드디어 입관을 했다"며 "한강물속에서 혼자 외로웠을 아들을 생각하면 괴롭지만 예쁘게 예쁘게 해줬다"고 시작하는 글을 게재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들과 나눈 카톡 대화를 캡처해 함께 첨부했습니다.

그는 "이제 제 아들과의 대화를 남기고자 한다"며 "제가 받고싶은 이모티콘을 선물한뒤로 그걸 써주면 너무 고마웠다"고 적었습니다.

대화 내용 속 손정민 씨는 '아빠 고마워융' 이라는 말과 함께 귀여운 이모티콘을 함께 보냈습니다. 뿐만 아니라 손정민 씨는 '저도 고맙고 사랑합니다', '아빠 감사해용 나도 가끔 옛날 생각 하는데 그래도 추억이 많은 것 같아요 특히 요즘 여행도 못 가서 앞으로도 속 안 썩이고 잘 지낼게요' 등 부친에게 다정한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또한 '아빠 사랑해'라는 이모티콘도 자주 사용했습니다.

손정민 씨와 부친이 나눈 대화 / 사진=손현씨 블로그 캡처

손정민 씨가 할아버지의 건강을 걱정하자 손씨는 "아빠 엄마는 건강하게 오래오래 정민이 늙는 것까지 보겠다"고 답하는 내용도 나옵니다. 이에 대해 손씨는 블로그에 "저는 이 말을 지키고 있는데 이놈(아들)이 지키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전 이 아들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러웠다. 이제 같이 여행은 못가지만 아내와 다짐했다. 이 집에서 영원히 살면서 아들방을 똑같이 유지하기로"라며 "이제 이 정민이 게시판은 이런 용도로 사용하고자 한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언제나 환영한다"고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아울러 손씨는 지난달 30일 정민씨를 최초 발견한 민간구조사 차종욱 씨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블로그를 통해 "(차씨가) 물때까지 파악해서 구해주지 않았다면 정민이가 며칠째 찬 강물 속에 있었을 테고, 생각하기도 싫다"며 "정리되면 꼭 뵙고 인사드리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강에 폴리스라인 설치하는 경찰들 / 사진=연합뉴스

앞서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달 30일 오후 3시 50분쯤 반포한강공원 인근 한강 수중에서 실종된 손정민 씨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실종 장소인 수상택시 승강장 약 20ｍ 앞에서 떠내려오는 시신을 민간구조사의 구조견이 발견했습니다. 경찰은 옷차림새 등을 토대로 손씨 신원을 확인하고 시신을 인양했습니다.

시신을 처음 발견한 민간구조사 54살 차종욱 씨는 "실종 후 사흘간 만조로 한강이 하류에서 상류로 역류했다"며 "이후 다시 물이 빠지면서 시신이 실종 위치 인근으로 떠내려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손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11시쯤부터 이튿날 새벽 2시까지 현장에서 동성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신 뒤 잠이 들었다가 실종됐습니다.

실종자를 찾습니다 / 사진=연합뉴스

실종 기간이 길어지자 경찰은 기동대·한강경찰대와 함께 헬기·드론·수색선 등을 동원해 집중 수색을 벌였습니다. 가족들은 소셜미디어(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아들을 찾는다는 글을 게재했습니다.

그제(1일) 경찰과 유족 등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날 오전 정민씨의 시신을 부검한 뒤 "시신의 부패가 진행돼 육안으로는 정확한 사인을 알 수 없다"는 취지의 1차 구두 소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과수는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이날 채취한 시료를 정밀 검사할 계획입니다. 정민씨의 사망 원인은 정밀검사 결과가 나오는 약 15일 뒤에야 명확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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