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괴질’ 의심사례 2건 신고…코로나19와 관련 있을까?
‘소아·청소년 다기관염증증후군’ 미국·유럽에서 들어온 바이러스로 인해 소아·청소년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추정 단계
소아·청소년 다기관염증증후군으로 의심되는 환자들은 몸 곳곳에 붉은 반점이 나타나고 여러 기관에서 염증 증상이 나타난다. 미국심장협회 제공 |
이른바 '어린이 괴질'로 불리는 소아·청소년 다기관염증증후군(Multisystem Inflammatory Syndrome in Children·MIS-C, 다기관염증증후군) 의심 사례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2건 신고됐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26일 오전 0시 기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연관 다기관염증증후군 의심 사례가 2건 신고됐다.
2건 모두 서울 지역 의료기관에서 신고됐다.
연령대는 10세 미만과 10대 각 1명씩이다. 이 중 10세 미만의 경우 신고 대상 사례정의에는 부합하지 않는다.
소아·청소년 다기관염증증후군은 우선 만 19세 이하 소아·청소년에서 38도 이상의 발열이 24시간 이상 지속되면서 동시에 검사 결과 염증이 확인된다. 또 염증이 심장·신장·폐·혈액·위장관·피부·신경계 중 2개 이상 다기관 장기를 침범해 입원을 필요로 하는 중증 상태일 때다.
염증의 원인이 되는 다른 병원체가 확인되지 않고, 현재 또는 최근 코로나19 감염의 증거가 있거나(진단 검사 결과 양성) 발병 전 4주 이내에 코로나19 노출력이 있는 경우다.
그러나 2건 모두 유전자 증폭검사(RT-PCR)에서 양성이 나오지는 않았다.
권준욱 부본부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2건 중 1건의 경우 일단 사례정의에는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된 상황"이라며 "PCR 검사는 현재의 환자 상태를 얘기하는데 발병 시기가 상당히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면 음성이 나올 수는 있다. 항체가나 과거 확진자 명단, 가족·접촉자 중 환자 여부들을 확인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소아·청소년 다기관염증증후군은 지난달 유럽에서 처음 보고돼 현재 전 세계 13개국으로 퍼졌다. 지난 12일 기준 유럽에서는 약 230건(사망 2건 포함), 미국에서는 뉴욕주에서만 102건의 의심사례가 각각 보고됐다.
이 질환에 걸리면 고열과 발진, 안구 충혈, 다발성 장기기능 손상 등의 전신성 염증 증상을 보이다가 심하면 사망하기도 한다.
아직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코로나19와 관련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방대본은 이 질환의 국내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전날부터 감시 및 조사체계 운영에 들어갔다.
방대본은 가와사키병 진단 기준의 전체 또는 일부를 만족하는 소아·청소년이라 할지라도 사례 정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신고하고, 코로나19 감염의 증거가 있는 소아·청소년이 사망한 경우에도 이 질환의 가능성을 고려하도록 한 바 있다.
권 부본부장은 이에 대해 "가와사키 질병의 주 발생 연령이 5세 이하인데 다기관염증증후군의 경우 세계보건기구(WHO)가 연령대를 19세까지로 올려놨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경우 성인(adult)에서의 발생에 대해서도 'unknown'(아직 모른다)고 얘기할 정도로 아직은 다기관염증증후군에 대해 많은 것이 밝혀져 있지는 않다"고 했다.
그는 이어 "처음 발생했던 영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사례를 모으고 있는 중"이라며 "환례(환자의 사례) 정의가 마련돼 조사 중에 있기에 차후 전문가들의 리뷰·검토가 있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방대본은 또 병명에 대해 WHO 용어인 '소아·청소년 다기관염증증후군' 또는 '다기관염증증후군'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줄 것을 요청했다. '어린이 괴질'이라는 표현이 막연한 불안과 공포심을 조장한다는 판단에서다.
권 부본부장은 "현재 일부에서 소아 괴질이라는 표현이 사용되고 있는데 환자의 특성·증상에 대한 분석과 함께 WHO에서 추천하는 용어로 사용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유럽과 미국에서 다기관염증증후군이 극성을 부리는 반면, 최근 중국에서 관련 증상자가 나타나지 않는 것도 국내 의심 환자 발생에 대한 의혹을 부추기는 대목이다.
더구나 최근 이태원 클럽 관련 감염자들은 유럽과 미국과 같은 계통의 바이러스에 감염됐던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WHO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S,V,G 등 3개 계통으로 분류하고,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은 지역에 따라 유행하는 바이러스를 A,B,C형으로 구분한다. S계통(A형)은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많이 발견되며, V(B형)계통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G계통(C형)은 미국과 유럽에 많다.
질병관리본부가 앞서 국내 확진자 142명을 대상으로 151건의 분석을 한 결과, 지난 1~2월 초기 해외유입 사례나 우한 교민은 S그룹(24건), 신천지 대구교회나 청도 대남병원 환자들은 V그룹(67건), 미국과 유럽발 해외 입국자들과 이태원 클럽 관련, 경북 예천군 확진자는 G그룹(55건)으로 나타났다. 이외 일본 현지 확진자 접촉자나 싱가포르 출장 확진자 등은 기타 그룹(5건)이었다.
미국과 유럽에서 바이러스가 들어와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들을 발생시켰다는 얘기다. 이에 다기관염증증후군도 미국과 유럽에서 들어온 바이러스로 인해 소아 청소년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다기관염증증후군 자체가 처음 발견된 '이상한' 질병인 만큼 이와 관련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의미있는 관련성을 단정짓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보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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