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만·홍콩 문제까지 거론…더 거세지는 '중국 때리기'
폼페이오, 코로나19 갈등 속 WHO의 대만 배제 비난·'일국양제' 언급
에이자 보건장관은 WHO 회의서 중국 겨냥 작심발언
美中, 코로나19 조사 놓고 WHO 총회서 격돌할 듯 (CG)[연합뉴스TV 제공]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을 놓고 연일 '중국 때리기'에 나선 가운데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대만, 홍콩 문제까지 거론하는 초강수를 두며 공격 수위를 더 높이고 있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코로나19를 계기로 지구촌이 '신냉전'에 휩싸이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미 외교 수장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가 제73회 세계보건총회(WHA)에서 대만의 참여를 배제한 데 대해 이는 WHO의 신뢰를 손상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WHO를 이끄는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과 중국을 겨냥,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대만을 WHA의 절차에 포함할 수 있는 모든 법적 권한과 전례를 갖고 있었지만, 중국의 압력에 따라 대만을 초청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미국은 대만의 WHO 참여를 지지해왔지만, '대만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어긋난다며 대만의 가입 시도를 견제해 왔다. 당초 WHO의 가장 중요한 연례행사인 이번 WHA를 앞두고 대만의 초청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이는 중국의 견제로 이뤄지지 않았다.
또 총회에선 대만을 옵서버로 가입시킬지 여부에 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총회는 이 논의를 연말로 미룬다고 발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성명에서 "우리는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명시된 임무를 수행하고 모든 회원국의 이익을 위해 봉사할 다자기구가 필요하다"며 WHO에 강력한 유감을 표시했다.
미·중 이번엔 '언론전쟁'…"규제강화-맞추방" (CG)
[연합뉴스TV 제공]
폼페이오 장관은 전날에는 홍콩 문제를 꺼내 들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언급하면서 중국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전날 내놓은 성명에서 최근 들어 홍콩에서 벌어지는 미국 언론인에 대한 중국의 간섭 위협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면서 홍콩에 있는 미국 언론인은 "선전집단이 아니라 자유 언론의 일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영 공동성명과 기본법에 보장된 홍콩의 자치와 자유에 영향을 주는 어떤 결정도 '일국양제'에 대한 미국의 평가에 반드시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홍콩 민주화시위로 골머리를 앓았고, 대만과의 양안 관계에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천명해온 중국 입장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들을 미국이 거침없이 들고나온 것이다.
중국으로선 넘지 말아야 할 '레드 라인'(타협이 이뤄질 수 없는 쟁점 사항)을 건드리는 행위로 인식할 개연성이 농후하다.
미 정부는 지미 카터 행정부 때인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고 대만과 단교했으며, 이는 지난 40년 동안 대중국 외교의 근간을 이뤘다.
중국에 있어 이는 정부 정통성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중화민국이 대만으로 옮겨가자 양측은 서로 자신이 중국을 대표하는 정통 정부라고 주장해왔다. 다만 미국은 대만과 단교하면서도 국내법으로 대만관계법을 제정, 대만 문제에 관여하는 길은 열어놓은 상태다.
홍콩 문제에서도 중국은 미국 등 외국이 홍콩 통치와 관련해 언급하는 것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여왔다.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번 미중 갈등의 도화선이 된 코로나19와 관련해서도 미국은 중국 때리기를 이어갔다.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장 장관은 이날 화상으로 열린 WHA 연설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은 WHO의 실패로 인해 많은 부분 통제 불능의 상태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을 직접 거명하진 않았지만 "이 발병을 숨기려는 명백한 시도에서 최소한 한 회원국이 투명성 의무를 조롱했다"며 중국을 겨냥, 책임론을 거듭 제기했다.
미국은 코로나19 대유행과 관련, 초반에는 중국에 대한 비난을 삼가다 자국에서 희생자가 급증하며 비난 여론이 확산하자 중국의 확산 책임과 정보공개 불투명을 강도 높게 지적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4일엔 "중국과 모든 관계를 끊을 수도 있다"고 거칠게 몰아붙였고, 고위 관리들도 앞다퉈 '중국 책임론'을 거론하며 국제사회에서 '반(反)중 여론'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은 경제 분야에서도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가 미국의 기술로 제작된 반도체를 공급받지 못하도록 제한하겠다고 발표하고 뉴욕 증시에 상장된 중국 상장사들에 엄격한 회계규정 적용을 검토하는 전방위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AFP통신은 미국의 중국 때리기와 관련, 이전에 중국의 대응을 칭찬하기도 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자국 내 코로나19 대유행에 대한 대처로부터 주의를 돌리려 시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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