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채무변제 확인서를 위조해 돈을 챙기는 데 활용한 보이스피싱 사기에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범죄수익은닉규제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3일 대법원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사기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A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에 따라 저금리 대출을 미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받고, 이를 차명계좌로 전달하는 소위 '송금책' 역할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그는 금융기관 직원 행세를 하며 피해자들에게 가짜 채무변제 확인서를 써준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A씨는 지시받은 업무를 수행하며 자신이 하는 일이 보이스피싱 범행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 또는 예견했다고 할 수 있다"며 대부분의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1심 형량을 유지하면서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받아 송금한
1045만원은 사기죄를 통해 생긴 재산일 뿐"이라며 "이를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이 정한 범죄수익이라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현행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은 형법 제
231조(사문서등의 위조·변조)와 제
234조(위조사문서등의 행사)에 해당하는 범죄를 중대범죄로 규정하고 있으며, 일반 사기죄는 포함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대법원은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가 채무변제 확인서를 위조·행사한 것은 재산상 부정한 이익을 취득할 목적에 따른 것"이라며 "이를 행사하고 피해자에게서 돈을 받았기 때문에 범죄수익은닉규제법상 중대범죄인 사문서위조죄 및 위조사문서행사죄에 의해 취득한 재산으로서 범죄수익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상의 범죄수익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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