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자료사진임신한 여경에게 “우리 조직에서 임신은 죄인”이라고 발언한 경찰 간부가 징계심의원회에 회부됐다.
경남지방경찰청은 29일 감찰처분심의위원회를 열고 진주경찰서 ㄱ과장(경정)을 징계 처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경남경찰청은 경찰청에 ㄱ과장에 대한 징계를 요청할 예정이다. 징계 양정은 경찰청 징계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된다.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위원들은 ㄱ과장 발언에 인격침해 소지가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날 감찰처분심의위에는 변호사 등 외부인사 2명과 청문감사담당관 등 경찰 3명, 참고인 1명 등 총 6명이 참석했다. 경남경찰청은 ㄱ과장에 대한 인사 조치도 검토 중이다.
경남 진주경찰서 등에 따르면 ㄱ과장은 지난 2월3일 임신 8~9주차였던 여경 ㄴ씨가 인사 관련 면담을 요청한 자리에서 “우리 조직에서 임신하면 죄인 아닌 죄인”이라고 말했다(경향신문 4월27일자 1면 보도). ㄴ씨가 정기 인사를 앞두고 “9월에 출산휴가를 들어갈 예정이니 6개월만 유임이 가능하느냐”고 고충을 토로하자 ㄱ과장이 원칙상 어렵다며 한 대답이었다. ㄱ과장은 2월5일 ㄴ씨를 불러 “나가더라도 웃으면서 기분 좋게 나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ㄴ씨는 면담 이후 수면과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지속된 스트레스를 받은 ㄴ씨는 2월8일 정기검진에서 유산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인사 요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현재 경남의 한 파출소로 옮겨 근무 중이다.
경남경찰청은 사건 직후 약 2개월간 ㄱ과장에 대한 감찰을 벌였다. ㄱ과장에 대해 두차례 면담 조사를 하고, ㄴ씨 측으로부터 진료기록부 등 자료를 받아 살펴봤다.
ㄱ과장은 해당 발언이 임신을 비하하려는 취지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임신은 다들 축복해줘야 하는데 우리 조직에는 아직도 임산부를 죄인 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일부 있는 것 같다. 조직문화가 잘못됐다’는 식으로 말했다. 비하하려던 의도가 아니었다”고 했다.
ㄴ씨 측은 ㄱ과장의 사과와 중징계를 바라고 있다. ㄴ씨 측은 이날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아직까지 가해자는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자신의 잘못을 숨기고자 사실을 왜곡한다. 분노를 금치 못한다. 합당한 중징계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제2, 제3의 피해자와 갑질이 없는 조직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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