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새 수수료 정책 열흘만에 "없던 일로"…김봉진도 사과
지난 1일 新 수수료 정책 '오픈서비스' 내놓은 배민…최악으로 치달은 여론
배민 "빠른 시일 내 이전 방식으로 돌아가겠다…점주·국민께 사과"
서울 마포구 배민라이더스 중부지사에 배달 오토바이가 줄지어 서있다. 2020.4.6/뉴스1
(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지난 1일 새롭게 내놓은 수수료체계 '오픈서비스'를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밝혔다. 사과문에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창업자가 직접 이름을 올렸다.
오픈서비스는 배민에서 주문이 성사되는 건에 대해 5.8%의 수수료를 받는 정률제 광고상품이다. 기존 월 8만8000원의 정액제 광고상품을 쓰던 일부 점주들은 새로운 수수료 체계에 반발했다.
여기에 이재명 경기도지사까지 "배민 수수료 개편은 플랫폼 기업의 횡포"라고 비판하면서 '배민'을 향한 여론이 최악으로 치닫자 우아한형제들은 개편안 발표 열흘만에 전면 백지화를 알렸다.
◇"영세상인 불리한 깃발꽂기 없애겠다"…오픈서비스 내놓은 배민
우아한형제들은 기존 광고상품 '울트라콜'이 소위 '깃발꽂기'로 지역 광고를 독식하는 문제를 낳자 지난 1일 수수료 기반의 오픈서비스 상품을 내놨다.
깃발은 매장을 노출하기 위해 꽂는 일종의 광고상품인데 일부 자금력 있는 업주들은 월 1000만원 이상의 광고비용을 내고 200개 이상의 깃발을 꽂으며 배달지역을 장악하는 폐해를 낳았다. 영세 상인과 신규 매장은 앱 하단으로 밀려나며 이용자에게 노출되지 못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점주와의 상생을 위해 울트라콜을 유지하면서도 오픈서비스를 확장해나가겠다 선포했다. 그러나 배달로 높은 매출을 내는 업체는 부담해야 하는 수수료 가격이 높아져 개편에 대한 비판이 강해졌다.
일각에선 배민이 딜리버리히어로와의 인수합병 추진으로 사실상 국내 배달 앱 시장의 98.7%를 독점하게 되는 상황에서 "이번 수수료제 도입으로 배민이 차차 수수료를 올리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왔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왼쪽)와 김범준 차기 대표 (우아한형제들 제공) © 뉴스1
◇코로나에 총선까지 겹친 시국에…이재명 칼 빼자 고개 숙인 배민
배민은 코로나19 여파로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꼼수로 수수료를 올린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집중포화를 맞게 됐다. 여기에 제21대 국회의원선거를 2주 앞둔 시점에서 정치권에도 좋은 '떡밥'을 던져준 꼴이 됐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 5일 페이스북을 통해 배민의 수수료 개편을 '플랫폼 기업의 횡포'라고 비판했다. 그는 "배달 앱은 기술혁신이 아닌 단순 플랫폼에 불과하다"며 "배달 앱 업체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 이용료 인상으로 과도한 이윤을 추구하며 자영업자들을 나락으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전북 군산시에서 시행 중인 공공 앱 '배달의명수'같은 서비스를 만들고 이를 협동조합 등 사회적 기업에 맡겨 운영해 민간 배달 앱 기업과 경쟁하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일부 지자체와 후보들이 배민의 독점을 막기 위해 공공 앱을 개발하겠다 밝히면서 배민을 향한 여론은 악화됐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지난 6일 입장문을 내고 요금체제 개편을 공식 사과했다. 김범준 대표는 "일부 업소가 시장을 독식하는 '깃발꽂기' 폐해를 줄이기 위해 새 요금체계를 도입했으나 자영업자의 힘든 상황을 두루 살피지 못했다"며 "각계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 오픈서비스 개선책을 만들고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업소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세 업소와 신규 사업자일수록 주문이 늘고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는 개편 효과에만 주목하다 보니, 비용 부담이 갑자기 늘어나는 업주의 입장을 배려하지 못했다"며 "이들을 보호할 대책을 포함해 여러 점주와 각계 의견에 귀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배달앱 독과점 및 불공정거래 대책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4.6/뉴스1 © News1
◇계속되는 논란에 공정위도 나서…우아한형제들 "오픈서비스 전면 백지화"
오픈서비스를 이어나가겠다는 우아한형제들 측의 입장에 누리꾼들은 '배민 앱 삭제'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국내 포털에는 모바일 앱 대신 매장에 직접 전화로 주문해 '착한소비'를 해보자는 게시물이 쏟아졌다.
논란이 계속되자 공정거래위원회도 배민 수수료 개편 결정이 합병에 따른 독점적 시장지배력에서 비롯된 것인지 판단해보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조사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소비자 권익과 경제적 효과를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이날 오픈서비스를 철회를 밝히며 점주와 국민에게 사과했다. 김봉진 의장과 김범준 대표는 사과문을 통해 "외식업주의 고충을 세심히 배려하지 못하고 새 요금제를 도입하면서 많은 혼란과 부담을 만들었다"며 "상심하고 실망하신 외식업주와 국민 여러분께 참담한 심정으로 다시 한번 깊이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4월1일 도입한 오픈서비스 체계를 전면 백지화하고 이전 체제로 돌아가고자 한다"며 "기술적 역량을 총동원해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이전 방식으로 복귀하겠다"고 덧붙였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향후 주요 정책의 변화는 입점 업주와 상시로 소통해 결정하겠다"며 "이를 위해 업주와 소통 기구인 협의체 마련에 나서겠다. 정부의 관계부처, 각계 전문가들과도 머리를 맞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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