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 먹구름 끼자 ‘금값 껑충’

ㆍ미·이란 무력 갈등 고조되면서 금·채권 등 ‘안전자산’ 오름세
ㆍ국제 금값, 6년래 최고가 눈앞
ㆍ미·한국 채권시장 금리는 하락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로 훈풍이 불던 금융시장이 미국과 이란의 무력갈등 고조로 또다시 얼어붙으면서 금과 채권을 비롯한 대표적 안전자산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지정학적 악재가 빠른 시일 안에 해소되지 않을 경우 경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 금값은 지난 3일 전 거래일 대비 1.6% 오른 1온스당 1553.52달러로 지난해 9월 미·중 무역갈등 격화 이래 최고가를 찍었다. 6년 만에 최고가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대니얼 브리스먼 코메르츠방크 연구원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미국의 이라크 공습으로 중동 지역 위기가 고조되면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려 금 시세를 밀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지난 한 해 동안 18% 오름세를 기록한 국제 금 시세가 1온스당 1600달러 선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국제 금 시세 및 환율을 반영하면서 한국거래소의 KRX금시장 거래 가격도 1g당 5만7850원으로 전날보다 1.74% 상승했다. 한 돈(3.75ｇ)으로 치면 지난달 20일 20만8388원 수준이던 가격이 7거래일 만에 21만6938원으로 뛴 것이다. 거래대금도 올해 첫 거래일인 2일 22억7000만원으로 작년 말일보다 21.9% 늘었고 3일에는 36억4000만원으로 전날보다 60.1%나 증가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채권 값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이와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는 내림세를 보였다. 이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0.07% 하락했다. 서울 채권시장에서도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전 거래일보다 0.083%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중동 정세가 계속 불안할 경우 위험자산을 회피하는 투자 움직임이 커질 수 있다는 신중론과 사태가 장기화되지 않을 것이란 낙관론이 교차하고 있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공습으로 이란에서 격렬한 보복을 경고해 중동 정세 불안이 부각됐다”면서 “부담스러운 점은 중동 전략을 둘러싼 미국의 태도가 점점 강경해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5일 지적했다.

반면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란 경제는 미국 제재로 인해 마이너스 성장 중이고, 트럼프 미 대통령은 과도한 무력충돌로 지지율을 잃는 것을 우려해 협상을 유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군사적 충돌의 장기화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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