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보기엔 이상 없는데···집에 있던 오래된 마스크 써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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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엔 이상 없는데···집에 있던 오래된 마스크 써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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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불법 판매. 사진 충남경찰청

서울 종로구에 사는 직장인 A씨(51)는 12일 집에서 발견한 오래된 어린이용 마스크를 쓰고 출근했다. 11년 전 일본에서 거주할 때 유치원에 다니던 딸에게 사줬던 일회용 마스크를 최근 집 안 청소를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일회용 마스크는 보건용 마스크와 달리 유통기한은 없다. 그래도 60장들이 한 박스짜리로 낱개 포장이 된 것도 아니라서 마음에 걸렸지만, 사용하고 있다. A씨는 “마스크 구하기가 워낙 어렵고 마스크를 사러 다닐 시간도 없다”며 “유통 기한도 없고 코랑 입만 가려도 되겠다 싶어서 아쉬운 대로 쓰고 다닌다”고 했다.

지난 7일 한 인터넷 카페에도 “유통기한 1년 지난 마스크 괜찮을까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집에서 우연히 필터 내장 면 마스크를 발견했다는 글쓴이는 “마스크 유통기한이 지나면 필터가 제 역할을 못 하는 거냐”며 “냄새도 안 나고 겉보기에 이상은 없는데 찝찝하긴 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한두장도 아니고 열 장이 넘어서 한편으론 버리기도 아깝다”고 토로했다.

KF 마스크 유통기한은 왜 3년?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증을 받은 ‘KF’ 마스크의 유통기한은 대부분 제조일로부터 36개월이다. 추인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 뜻밖에 이런 ‘오래된’ 마스크를 발견했다는 경험담이 잇따르고 있다. 문제는 마스크의 유통기한이 3년이라는 것. 이 기한이 지나면 마스크는 쓰지 못하는 걸까.

보건용 마스크는 입자 차단 성능(분진포집효율)이 있는 ‘의약외품’으로 유통기한을 표기하게 돼 있다. 보건용이 아닌 일회용 부직포 마스크나 방한용 마스크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일회용 마스크는 특별한 성능을 보장하지 않는 만큼 유통기한과 상관없이 써도 무방하다는 얘기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증을 받은 ‘KF’ 마스크의 유통기한은 제조일로부터 36개월이다. 마스크 제조업체가 이 기간에 마스크의 품질이 유지된다는 내용의 시험 성적서를 제출하면 식약처가 이를 검토해 승인한다. 유통기한이 지난 ‘의약품’을 판매할 경우 약사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그러나 ‘의약외품’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다.
 

마스크 성능 감소하지만 쓸 만
식약처의 한시적인 마스크 사용 지침 권고사항. 사진 식약처 블로그

유통기한이 지나면 마스크의 성능이 감소하는 건 사실이다. 마스크 제조업체 웰킵스에 따르면, 보건용 마스크 성능 실험 결과 제조일에서 3년이 지난 후엔 MB(Melt blown) 필터 효율이 1.5%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3년 이상 된 제품을 대량으로 보유한 업체는 많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정확한 성능을 실험하기는 어렵다.

식약처 관계자는 “마스크 제조업체가 5년이든 10년이든 성능을 유지한다는 자료만 제출한다면 마스크 유통기한은 5년, 10년으로 허가할 수 있다”며 “마스크 유통 기한이 지나서 성능이 떨어지냐, 안 떨어지냐는 사실상 누구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스크 제조업체들이 이전의 성능 실험을 참고해서 자료를 제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3년으로 통일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해서 마스크를 쓸 수 없는 건 아니다. 성능이 약간 떨어질 뿐 아예 못 쓸 정도가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마스크의 성능 자체가 외부 오염원으로부터 호흡기를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해서 아주 못쓰게 되는 건 아니다”라며 “적극 권장하지는 않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지금 같은 상황에선 마스크를 안 쓰는 것보다는 오래된 마스크라도 쓰는 게 훨씬 낫다”고 조언했다.
 

낱개 포장 아닐 땐 관리 더 중요
보건용 마스크는 약사법에 따라 포장을 봉함해야 하지만 몇 장씩 봉함해야 하는지는 별도 규정이 없다. 제조업체에 따라 봉함된 포장(용기) 안에 있는 마스크 개수는 다양하다. 위메프 캡처

유통 기한보다 중요한 건 외부 노출 여부다. 보건용 마스크는 약사법에 따라 포장을 봉함해야 한다. 그러나 봉함된 포장 안에 몇장을 넣어야 하는지는 별도 규정이 없다. 1매입부터 50매입까지 제조업체에 따라 봉함된 포장(용기) 안에 있는 마스크 개수는 다양하다.

한 포장에 여러 장이 들어있는 벌크형 제품은 잘못 관리하면 마스크의 성능이 더 빨리 떨어진다. 대한약사회 측은 “유통기한은 기본적으로 봉함한 상태에서 관리할 수 있는 최대 기간을 뜻한다”며 “봉함을 뜯었을 때 유통기한은 의미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결국 마스크 포장지를 일단 열고 난 경우엔 위생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벌크 형태의 마스크를 따로 소분해서 판매하는 건 불법이다. 다만 정부가 지정한 공식 판매처에선 한시적으로 판매자가 위생적으로 소분해서 판매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약국과 우체국에서 소분해서 파는 건 그래서다. 한편 정부 인증을 받은 마스크 제조업체 명단은 식약처가 운영하는 의약품 안전나라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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