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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더 오래 사는 이유

보헤미안 0 492 0 0

남성은 X염색체가 하나뿐이라 두 개인 여성에 비해 코로나19의 치명률이 높다는 주장이 나왔다. X염색체(왼쪽)에는 유전자가 2000여 개 있는 반면 Y염색체(오른쪽)에는 78개에 불과하다. SPL 제공



“늦어도 4월이면 끝날까요?”

“장기전을 각오하시는 게···”

보름 전쯤 지인과 통화를 하다 코로나19 관련 질문을 받고 이렇게 대답했다. 며칠 뒤 이 분이 카톡으로 한 의사가 쓴 글을 링크해 보내줬는데, 읽어보니 코로나19바이러스와 정면승부하자는 내용이었다. 전파력은 강하지만 독력이 약하므로 백신이 없는 상태에서 확산을 막는다며 질질 끌지 말고 평소대로 생활해 걸릴 사람들은 다 걸려 집단면역을 획득해 넘기자는 것이다. 필자도 이런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지만 독력(치명률)이 약한 건 아닌 것 같다는 게 문제다.

3월 9일 현재 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11만 명을 넘었다. 사망자도 3800명을 넘어 치명률이 3.5%에 이른다. 증상이 미미해 검사를 받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아 실제 환자를 38만 명이라고 쳐주더라도 치명률이 1%로 0.05% 내외인 계절성 독감의 20배다.

만일 확산을 방치해 코로나19가 독감 수준으로 퍼진다면 사망자는 1000만 명에 이를 수도 있다. 참고로 1년에 지구촌에서 약 5700만 명이 죽는다. 일상생활이 불편하고 경제가 타격을 입겠지만 효과적인 치료제나 백신이 나올 때까지 확산 억제에 주력해 최대한 시간을 끄는 현재 전략을 유지해야 하지 않을까.

남성 치명률이 훨씬 높아

얼마 전 미국 ‘뉴욕타임스’에 코로나19 사망자의 특이한 패턴을 다룬 기사가 실렸다. 중국의 환자가 4만5000명 가까이 발생한 시점에서 성별에 따라 치명률을 분석해보니 남성은 2.8%인 반면 여성은 1.7%로 차이가 꽤 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그런 경향이 더 심해 남성의 치명률은 1.1%인 반면 여성은 절반도 안 되는 0.4%다. 환자의 3분의 2 가까이가 신천지 교인이라 젊은이와 여성의 비율이 높아 통계적 착시가 꽤 있겠지만, 이를 보정하더라도 치명률이 올라갈 뿐 남녀 차이는 그다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차이는 어디서 비롯될까.

기사는 세 가지 가능성을 언급했다. 먼저 흡연율 차이다. 대체로 남성의 흡연율이 높아(특히 동아시아는 더 그렇다) 폐렴이 주된 사망 원인인 코로나19에 더 취약하다는 것이다. 그럴듯한 얘기다. 다음은 성호르몬으로, 여성호르몬이 면역계에 도움이 되는 반면 남성호르몬은 억제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사망자의 대다수가 노인들이고 따라서 성호르몬 수치가 낮아진 상태라 그 효과가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끝으로 성염색체다. 여성은 X염색체가 두 개라 하나뿐인 남성(나머지는 덩치가 작은 Y염색체)에 비해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이 높다는 것이다. 발상은 그럴듯해 보이는데 과연 그럴까 싶다.

흥미롭게도 코로나19 치명률의 남녀 차이를 설명하는 원인 세 가지는 수명의 남녀 차이를 설명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남성의 코로나19 치명률이 높은 현상은 수명이 짧은 현상과 맥을 같이한다는 말이다. 남성이 수명이 짧은 또 다른 원인으로는 공격성과 사고위험성이 높다는 점인데 둘 다 남성호르몬과 관계가 있다. 생활습관과 성호르몬이 남성의 수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는 건 수긍이 가는데 X염색체가 하나뿐인 게 과연 얼마나 기여하는지는 의문이다.

새는 수컷이 더 오래 살아

수컷이 동형 염색체(ZZ)인 조류 34종의 암수 수명을 분석한 결과 수컷이 평균 10%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밝혀졌다. 고니(백조) 한 쌍의 다정한 모습. 위키피디아 제공 



학술지 ‘생물학 레터스’ 에는 동물 229종의 암수 수명을 분석해 성염색체가 성별에 따른 수명 차이에 꽤 영향을 미친다는 걸 보여준 뉴사우스웨일즈대 생물학자들의 연구결과가 실렸다. 이들이 궁금해한 건 암컷이 수컷보다 일반적으로 더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동형 염색체를 지닌 성이 이형 염색체를 지닌 성보다 정말 더 오래 사느냐 하는 것이다.

여성의 XX처럼 성염색체 한 쌍이 같은 게 동형 염색체이고 남성의 XY처럼 다른 게(나머지 하나는 대체로 빈약하다) 이형 염색체다. 그런데 모든 동물이 이런 건 아니다. 포유류는 암컷이 동형 염색체이지만 조류는 암컷이 이형 염색체(ZW)이고 수컷이 동형 염색체(ZZ)다.

행동이나 성호르몬의 효과는 대체로 수컷에서 수명에 불리하게 작용하므로 포유류처럼 수컷이 이형 염색체일 경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암컷에 비해 수명이 꽤 짧을 것이다. 실제 229종 가운데 수컷 이형 염색체 동물(포유류, 경골어류, 양서류(일부), 거미류, 곤충류(일부), 파충류(일부))의 암수 수명을 비교한 결과 암컷이 평균 20.9%나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조류처럼 수컷이 동형 염색체일 경우 행동이나 성호르몬의 부정적인 효과를 상쇄해 암수 수명 차이가 줄어들 것이다. 실제 수컷 동형 염색체 동물(조류, 양서류(일부), 연골어류, 곤충류(일부), 파충류(일부))의 암수 수명을 비교한 결과 오히려 수컷이 평균 7.1%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염색체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이 행동이나 성호르몬을 합치 것보다도 크다는 말이다.

안전망을 갖춘 여성

이형 염색체가 어떻게 수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가를 설명하는 이론으로 ‘안전망 없는 X 가설(unguarded X hypothesis)’(일반화해 ‘안전망 없는 염색체 효과(unguarded chromosome effect)’라고도 부른다)이 있다. 이를 설명하기 전에 먼저 성염색체의 유전자 발현에 대해 사람을 예로 들어 잠깐 살펴보자.

여성은 XX, 남성은 XY다. 그리고 X염색체에는 전체 유전자의 10%에 해당하는 2000여 개의 유전자가 있다. X염색체에 있는 유전자의 경우 여성은 쌍으로 있으므로 발현량이 하나뿐인 남성의 두 배가 될 것이다. 발현 산물(대부분 단백질)에 따라 양이 큰 상관이 없는 유전자도 있지만 민감한 유전자도 있다. 무려 2000가지 유전자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발현량이 두 배라면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포유류는 성염색체 진화(Y염색체 퇴화) 과정에서 놀라운 장치를 개발해 이 딜레마를 해결했다. 바로 X염색체불활성화다. 암컷의 경우 X염색체 두 개 가운데 하나는 불활성화돼 작동을 하지 않는 것. 따라서 X염색체가 쌍으로 있어도 유전자 발현량은 X염색체가 하나뿐인 수컷과 별 차이가 없다.

X염색체불활성화는 배아발생과정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어떤 X염색체(모계냐 부계냐)가 불활성화가 될지는 임의로 정해진다. 일단 정해지면 그 세포가 분열한 딸세포는 불활성화 계열을 유지한다. 바꿔 말하면 포유류 암컷은 사실상 모두 모자이크 개체인 셈이다. 어떤 세포는 부계의 X염색체가 활동하고 어떤 세포는 모계의 X염색체가 활동한다.

‘안전망 없는 X 가설’은 X염색체의 한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나 기능을 잃었을 때 이형 염색체인 남성은 대안(안전망)이 없어 수명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이론이다. 반면 동형 염색체인 여성은 X염색체 쌍 가운데 하나가 변이 유전자이더라도 몸의 세포 절반만이 영향을 받을 뿐 나머지 절반에서는 다른 X염색체의 정상 유전자(안전망)가 작동해 부정적 영향이 없거나 완화된다. 물론 부모 양쪽에서 다 변이 유전자를 받으면 남성과 마찬가지이지만 그럴 확률은 남성에 비해 훨씬 낮다.

극단적인 예가 혈우병이다. 피가 나면 몇몇 혈액응고 인자가 작용해 출혈이 멈춘다. 혈우병은 피가 잘 굳지 않는 질환으로 80%를 차지하는 A형은 X염색체에 존재하는 혈액응고 8인자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일어난 결과다. 혈우병은 드문 유전질환이지만 과거에는 치명적이었다. 여성의 경우 한쪽이 변이 유전자라 세포 절반이 혈액응고 8인자를 못 만들더라도 나머지 세포가 만들 수 있으므로 문제가 없다.

‘안전망 없는 X 가설’을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예가 혈우병이다. 왼쪽은 정상 유전자인 남성과 열성 유전자를 하나 지닌 여성(carrier. 본인은 혈우병에 걸리지 않았다) 사이에 혈우병(affected) 아들이 태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오른쪽은 혈우병인 남성과 둘 다 정상 유전자인 여성 사이에 혈우병 자녀가 태어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위키피디아 제공


X염색체에 수용체 유전자 있어

앤젤라 라스무센 미국 컬럼비아대 감염및면역학센터 교수는 코로나19 치명률의 남녀 차이를 안전망 없는 X 가설의 맥락에서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코로나19바이러스는 세포 표면의ACE2 단백질에 달라붙어 안으로 침투한다. 그런데 ACE2 유전자가 X염색체에 있다.
예를 들어 바이러스가 잘 달라붙는 유전형(S형이라고 부르자)의 비율이 10%라고 가정하면 남성의 10%는 코로나19에 쉽게 감염되고 체내 바이러스 수치가 빠르게 올라갈 수 있다. 반면 여성의 9%는 세포의 절반만이 S형 ACE 단백질이기 때문에 감염 확률이나 바이러스 수치도 그만큼 낮을 거라는 말이다. 여성의 1%에서만 모든 세포가 S형 ACE 단백질이라 남성과 마찬가지로 취약하다.

X염색체에 있는 2000가지 유전자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면역에 관여하기 때문에 이 가운데 안전망 없는 X 가설에 따른 메커니즘으로 코로나19 치명률의 남녀 차이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가 여럿 있을 것이다.

흡연율과 성호르몬, 성염색체 가운데 어느 게 주된 이유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확실한 건 남성의 치명률이 여성보다 두 배 정도 더 높다는 사실이다. 셰익스피어의 표현을 빌자면 ‘약한 자여, 그대의 이름은 남자’라고 해야 할까. 그럼에도 성별은 두 번째 변수다. 코로나19의 치명률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변수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40대 이하의 치명률은 0.05%에 불과하다. 만일 40대까지만 거주할 수 있는 나라가 있다면 앞서 의사의 제안대로 평소대로 생활해 바이러스가 퍼지게 내버려 둬 일찌감치 집단면역을 획득해 넘기는 게 유효한 전략일 수 있겠다는 부질없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19바이러스의 수용체 역할을 하는 ACE2 단백질의 유전자는 X염색체에 있다. 그 결과 바이러스가 잘 달라붙는 유전형을 지닌 남성은 모든 세포가 바이러스에 취약하지만 여성은 세포의 절반만 영향을 받는다. 위키피디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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