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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년 전 기억까지 불러와”…‘미투’ 이후 상담일지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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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투' 물결이 거셌던 지난해, 전국 170개 성폭력상담소가 진행한 상담은 20만 건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역대 최다치인데요.

이때 작성된 상담일지를 분석한 보고서가 최근 공개됐는데, 많은 피해자들이 '미투' 운동을 언급했습니다.

그들이 이야기한 '미투' 운동의 의미와 효과는 무엇인지, 김채린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고은 시인에게 성추행 당했다고 폭로한 최영미 시인.

예고생들의 문단 '미투'에 용기를 냈다고 말합니다.

유도선수 시절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공개 인터뷰에 나선 신유용 씨는 심석희 선수의 '미투' 고발이 힘이 됐다고 했습니다.

[신유용/前 유도선수/1월 14일 '뉴스9' 출연 : "심석희 선수의 이슈 이후, 제 사건도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라야겠다고 생각해서..."]

공감과 연대, 확산.

바로 '미투'의 정신이죠.

'미투'의 파급 효과, 실제로 그랬을까요?

638건의 성폭력 상담을 분석해봤습니다.

만 5천 장 안팎의 상담일지를 일일이 살펴봤는데, 결과는 '그렇다'였습니다.

가장 많았던 단어, "'미투' 때문에", "힘들다"였습니다.

짧게는 수년 전, 길게는 53년 전 기억까지 떠올랐다는 겁니다.

주로 어렸을 때, 학생 시절 당한 성폭력이었습니다.

TV에서 계속 성추행 얘기가 나와 힘들다, 트라우마가 올라온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기억에 짓눌리지만은 않았습니다.

내 피해는 '별 것 아닌 일'도, 내 잘못도 아니라는 걸 깨닫고 일어설 힘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동참했습니다.

지도교수라서, 선배라서, 상사라서 참았지만 "이젠 살기 위해 말해야겠다"며 상담소 문을 두드렸습니다.

물론 두려움도 컸습니다.

'미투' 보도를 보면 재판도 길고 고소가 망설여진다.

오히려 명예훼손으로 고소 당하는 건 아닐까, 걱정을 토로했습니다.

그래도 제일 큰 바람, 가해자 처벌이었습니다.

너무 시간이 흘러 공소시효가 많이 지났지만, 5천 9백여 명이 상담소 도움으로 가해자를 고소했습니다.

이 사건의 56%는 수사 중, 33%는 기소됐습니다.

'미투' 운동은 가해자에게도 영향을 줬습니다.

[김보화/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책임연구원 : "'미투' 운동을 보고 가해를 멈추거나, 사과하고 싶다고 요청하거나 합의금을 주거나 어떻게 보상하면 될지는 물어보는 사례들도 있었습니다."]

이런 성찰과 예방 역시 '미투' 운동의 또 다른 효과라고 연구진은 분석했습니다.

KBS 뉴스 김채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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