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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명대로 사는 닭의 수명, 얼마일까요?”

마법사 0 482 0 0

26일 평화운동가이자 한의사인 고은광순씨가 충북 옥천에 있는 자택이자 일터인 솔빛한의원 뒷마당 닭장에서 닭들을 지켜보고 있다.


닭이 몇 년까지 사는 줄 알아요? 한 번 맞춰보세요.”

평화운동가이자 한의사인 고은광순(64)씨의 한의원 뒷마당에는 닭들이 산다. “20년?”이라고 답한 기자에게 고은씨는 호탕하게 웃으며 “30년!”이라고 답했다.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대부분 1~2년이라고 말해요. 보통 1년도 채 안 키우고 잡아먹곤 하니까. 하지만 이렇게나 오래 사는 동물이에요. 이 땅에서 그렇게 제 명대로 사는 닭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 제가 자기 명대로 한번 살아보라고 닭을 키우기 시작했어요.”

2011년부터 9년째, 그는 닭과 동고동락 중이다. 공장식 축산 농장에서 태어난 닭들은 알을 품는 법을 잊었다는 말을 듣고, 물어물어 멀리 깊은 산골의 한 절에서 토종닭 6마리를 데리고 왔다. 6마리는 한 때 40마리까지 가족을 불렸다가 지금 16마리로 줄었다. 26일 고은씨의 자택이자 일터인 충북 옥천 솔빛한의원에서 그를 만나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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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명대로 살아보라고” 기르기 시작한 닭


고은씨의 말대로 닭의 자연 수명은 10년 안팎에서 길게 30년까지다. 하지만 공장식 농장에서 태어난 육계는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고기가 되고, 산란계는 1년 6개월~2년간 알을 낳다 생산력이 떨어지면 도태된다.

닭장 문을 열어주길 기다리는 닭들. 고은씨의 닭들은 종일 산책을 한다.


한의원 뒷마당에서 몇 년째, 별다른 임무 없이 지내는 닭들의 가장 중요한 일과는 산책이다. 매일 아침 고은씨가 닭장 문을 열어주면 닭들은 신나게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부리나케 문밖으로 나간다. 저녁이 되면 부르지 않아도 돌아온다.

지금 뒷마당 닭들은 그가 기른 2세대다. 8년 전 절에서 얻어온 부모 세대 닭들은 닭장을 노리는 다른 동물들에게 희생됐다.

“문을 닫으면 나오고 싶어서 난리를 치니까 희생될 수도 있단 걸 알면서도 열어줬다가, 잘못된 애가 생기면 ‘에라, 안돼. 하지 말아야지’하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자물쇠로 잠그기도 했다가 난리를 치면 열어주고… 반복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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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을 키우며 알게 된 것들


닭장 문을 열면 닭들은 해방되는 동시에 먹이사슬의 그물 아래 고스란히 놓이곤 했다. 매, 올빼미, 족제비, 고양이 등이 산책 나온 닭을 노렸다. 까마귀는 열린 닭장 문으로 들어와 달걀을 입에 물고 사라졌다. “아슬아슬하게 입에 달걀 물고 가는 까마귀를 보면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들어요. 저들도 제 새끼 살리려고 저러는구나.” 고은씨가 아득한 눈으로 말했다.

닭 지키는 반려견 로로. 반려견이 된 지 1년 됐지만 역할이 대단하다.


그래도 2세대 닭들은 이제 제법 든든한 울타리를 가지게 됐다. 지난해 반려견 로로가 오고 닭을 노리는 동물들이 가까이 다가오질 못한다. 지난해 아파트로 이사한 친구가 길러달라고 부탁한 7살 암컷 개 로로는 부지런하고 영리하다. “뒤에 마당에 가서 먼저 닭들 보실래요?” 고은씨의 말에 닭장으로 먼저 달려가며 기자를 안내한 이도 로로였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라고 일했던 그는 자연과 가까운 동네에 깃들어 닭을 키우면서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됐다. 입춘이 되면 어미 닭이 꼼짝 않고 알을 품기 시작한다든지, 지금 같은 봄이 오면 특히 더 부지런히 알을 낳고 품는다든지 하는 것들.

“겨울에도 알을 낳지만 14마리 모두 합쳐 하루 1~2개 낳았다면, 요즘은 7~8개씩 낳아요. 닭은 21일간 알을 품어요. 그런데 신기한 게 품기 시작하면 어미는 어디로도 도망을 가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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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도, 알 낳는 도구도 아닌 생명


고은씨에 따르면 알을 품기 시작한 암탉은 “붉은 볏이 푸르딩딩 창백해지도록” 고단함을 이겨내고 모든 알이 부화할 때까지 품는다. 밥을 줘도 부리나케 먹고 다시 달려가고, 목이 타도 정신없이 물을 먹고 달려간단다.

그렇게 꼼짝 않고 알을 품다 보니 몇 년 전 이런 적도 있다. “한 마리가 닭장 거의 꼭대기 쪽에 어떻게 올라가서 알을 품더라고요. 근데 거기 위치가 철망으로 된 지붕이랑 가까웠어요. 한밤중에 족제비인지 누가 철망을 찢고 닭을 잡아갔어요. 그 정도로 안 움직여요.”

들여다보니 십여 마리 닭의 사회에도 역할이 있고, 그들만의 규칙 같은 것이 있었다. 알을 품을 때가 되면 수탉들은 장소에 가장 먼저 들어가 바닥을 탕탕 치며 기울어지진 않았는지 확인하곤 했다. 맛있는 먹이는 병아리들을 키우는 암탉에게 양보하기도 했다. 병아리들이 마당을 돌아다니다가 벌레를 발견해도 절대 먹지 않고 “꼬꼬”하고 신호를 보내 암탉이 먹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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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머리가 나쁘다고?


그런데도 어쩐지 마음이 더 쓰이는 쪽은 알을 품고 키우는 어미 닭이었다. “암탉이 알을 다 부화시키고 나면요. 그때부터 병아리를 가르치기 시작해요. 만약에 사과 박스 같은 데서 알을 낳았다면 깔고 앉았던 지푸라기를 한쪽으로 모아 산을 만들어줘요. 병아리들이 딛고 올라가 나갈 수 있게요.”

닭은 머리가 나쁘다는 오해도 풀렸다. 그가 지켜본 암탉의 병아리 교육은 지혜롭고 꾸준했다. “병아리가 밖으로 나가면 그때부터 발로 땅을 헤집는 동작을 계속해요. 그 동작을 하면서 곡식도 집어 먹게 하고, 벌레도 집어 먹게 하고 열심히 가르쳐요. 그때는 내가 문을 열어줘도 어미는 안 나와요. 새끼들 지켜야 하니까.”

고은광순씨가 자연과 함께 하는 삶, 평화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한편으로 자기희생적이기도 했다. “어미랑 병아리들이 마당에 나와 있는데, 들고양이가 나타났다면 누구를 제일 먼저 노릴까요? 엄마를 노려요. 왜냐면 엄마는 도망을 가지 않거든요.”

20대 때 민주화운동에서 시작해, 여성운동, 평화운동으로 이어온 그의 시선에서 본 동물 사회는 명료해서 오히려 분쟁이 없다. “사람은 욕심을 채우려고 끝없이 시스템을 만들고 그 안에서 싸우잖아요. (닭이든, 숲의 다른 동물들이든) 얘네는 먹을 것만 있으면 싸울 일이 없어요. 욕심이 있다면, 살아 내기 위한 끈질긴 욕심 그런 것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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