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1명에 456만원” 오징어게임 마케팅 기승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만을 위한 오징어게임이 시작된다.”

12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한국문화원에서 시민들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놀이를 체험하고 있다. /UAE 한국문화원 제공.
14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속 안전 요원과 같은 검정 복면과 빨간색 옷 차림을 한 두 사람이 나타났다. 이들은 학생들에게 ‘○△□’ 문양이 담긴 명함과 달고나(설탕 과자)를 말없이 나눠줬다. 비슷한 시간 고려대, 연세대 서울 캠퍼스에도 비슷한 복장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명함 뒷면의 QR코드를 통해 들어간 홈페이지는 한 소개팅 업체였다. 이들은 ‘SKY 출신만 참여할 수 있고, 달고나·줄다리기·징검다리 온라인 게임에서 살아남은 한 명에게 456만원의 상금을 준다’고 했다. 게임에 참여하면 휴대폰 번호와 학교 이메일 주소 등 개인 정보가 넘어간다. 게임을 빙자해 업체를 홍보하고, 소위 명문대생들을 회원으로 끌어 모으겠다는 목적이다. 서울대 4학년생 안모(25)씨는 “소개팅 업체가 주최한 걸 모르고 게임을 신청했는데, 오징어게임이 뜨니까 별의별 마케팅이 다 등장하는 것 같다”고 했다.


세계적 화제를 모은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기업들의 각종 마케팅이 잇따르고 있다. 소개팅 업체부터 호텔, 캠핑장, 치킨 프랜차이즈 등 업종도 제각각이다. 강원도 강릉시의 한 호텔은 500만원을 상금으로 걸고 자체적으로 오징어게임을 열려고 했다가, 지난 13일 강릉시로부터 방역 수칙 위반을 이유로 주최 금지 행정명령을 통보받았다. 이 호텔이 지난 10일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게임을 공지하자, 1만원의 참가비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1100여 명의 참가자가 몰렸다. 호텔 관계자는 “거리 두기 상황에 따라 11월 중순쯤 재개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 여가·취미 예약 앱은 강원도 원주에서 드라마 속 게임을 체험하는 ‘오징어캠핑’을 기획했고, 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는 오징어게임을 본뜬 ‘오징어치킨’을 내놨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소위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식의 마케팅은 과거부터 있었다”며 “다만 오징어게임의 긍정적 의미는 제외한 채 사행성, 극한 경쟁만 부각시킨 마케팅은 지속 가능성이 떨어지고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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