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첫 장관 탄핵 앞두고 여야 신경전 최고조

헌정 사상 첫 장관 탄핵 여부를 두고 여야의 신경전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소추안을 8일 본회의에서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고, 국민의힘은 김진표 국회의장을 찾아 이날 탄핵소추안 본회의 상정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野 "그저 정권 흠집 내기 위한 정치적 선택 아니야"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8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이상민 장관 탄핵 추진을 반대하는 국민의힘을 향해 "민주당과 다른 야당이 이 장관의 탄핵소추에 나선 것은 그저 정권을 흠집 내기 위한 정치적 선택이 결코 아니다"라며 "이 장관 탄핵 사유는 이미 충분하다"라고 날을 세웠다.
 
박 원내대표는 "이 장관은 재난과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라는 헌법만이 아니라, 주무장관으로서 재난안전관리법 등 법률이 정한 많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수차례 반복된 2차 가해성 발언과 허위 증언 등 고위공직자의 의무도 심각하게 위반했다"라면서 "장관의 경우는 대통령과 달리 후임이나 차관이 있어 파면되더라도 국정 혼란이나 공백이 적어 헌법재판에서의 손익 비교형량에서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 정치·외교·통일·안보에 관한 대정부 질문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박 원내대표는 이어 "지금부터 탄핵 인용까지는 국회 본회의, (탄핵 소추위원을 맡을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장, 헌재라는 세 개의 벽을 넘어야 한다"라며 "하나하나가 무척 높고 단단할 것 같지만 이 벽을 인간의 양심, 국민의 상식, 국가의 책임으로 반드시 넘어서겠다"라고 밝혔다.
 

與 "소추 요건 갖추지 못해…의사일정 잡으면 안 돼"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오른쪽)가 8일 오전 의장실에서 나와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탄핵소추안 상정 안 된다"고 건의했다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같은 시각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이날 오후 2시 본회의에서 이 장관 탄핵소추안 강행 처리 방침을 세운 것과 관련해 김진표 국회의장을 찾아 이날 탄핵소추안 관련 의사일정을 잡지 말 것을 요청했다.
 
주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실에서 김 의장을 20여 분간 만난 뒤 기자들에게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낸 이 장관 탄핵소추안은 소추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뿐 아니라, 양당 간 의사일정 합의가 없었기에 의장께서 오늘 본회의에 탄핵소추안을 의사일정으로 잡으면 안 된다고 강력히 요청했다"라고 설명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이어 그는 "김 의장이 '고민해 보겠다'라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주 원내대표는 앞서 국회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서도 "민주당 내에서도 반대하는 의견이 상당히 많으므로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기각되면 제일 좋고, 그렇지 않더라도 헌재에서는 (이 장관의) 법률 위반이 없기 때문에 제대로 결정을 내릴 것이라 본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 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 의사일정 공지했고 표결 올라가 있다. 대정부 질문 이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국회법 제77조에 따라 의사일정변경동의안 절차 통해 탄핵소추안을 우선 처리할 방침"이라며 "과거 대정부질문에 앞서 탄핵소추안을 먼저 처리한 임성근 법관,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전례로 봐도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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