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영아 상자에 넣어 개들과 방치한 부모 "무서웠다"
인천시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생후 7개월 영아(여)의 부모 A씨(21)와 B씨(18‧여)가 경찰에서 "키우던 반려견이 아이를 할퀸 다음날 아이가 숨졌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정확한 영아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하기로 했다.
두 사람은 3일 오전 1시 인천지방경찰청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A씨와 B씨는 사실혼 관계로 인천시 부평구 부개동 한 아파트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동거하고 있었다.
A씨 부부의 진술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30일 아이를 재우고 집 근처 마트로 향했다. 마트에 갔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 아이의 몸에 할퀸 자국이 있었다고 한다. A씨 부부는 집에서 허스키와 말티즈 개 두 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A씨 부부는 경찰조사에서 “귀가해보니 아이의 몸에 개가 할퀸 자국이 있어서 연고를 발라줬다”며 “이후 밤에 분유를 먹이고 아이를 재웠다”고 말했다.
다음날 오전 11시 A씨 부부가 잠에서 깼을 때 아이는 숨져있었다. A씨 부부는 사망한 아이를 두고 집을 떠났다. A씨는 “사망한 아이를 보고 무서웠다”며 “돈도 없어서 아내를 친구 집에 보내고 나도 다른 친구 집에 가 있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일용직 노동자인 A씨와 무직인 B씨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아이는 지난 2일 오후 7시45분쯤 외할아버지에 의해 발견됐다. A씨 부부가 연락이 되지 않자 이상하게 여긴 외조부모는 A씨 부부 집을 찾았다. 문이 걸려있었고 인기척이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신발장 앞 거실 바닥에 종이상자가 있었다. 아이는 종이상자 안에 숨진 채 놓여있었다.
상자 주변에서는 A씨 부부가 키우던 개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곧바로 112에 신고한 아이의 외할아버지는 “집안이 개들의 분변 등으로 매우 지저분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발견 당시 아이의 머리, 양팔, 양손, 발바닥에 상처가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개가 할퀴어서 생긴 상처로 추정된다”면서도 “자세한 것은 부검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아이의 사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다.
경찰 조사 결과 A씨 부부는 종종 개와 아이만 집에 두고 마트 등으로 외출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이전에도 개가 아이를 할퀸 적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A씨 부부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 압수한 A씨 부부 휴대전화의 포렌식을 맡기고 마트 주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할 예정이다.
현재까지는 A씨 부부에 어떤 혐의를 적용할지 정해지지 않았다. A씨 부부는 경찰조사에서 “아이를 학대한 적 없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체유기죄는 사체를 옮기는 경우나 집 안에 사체를 숨겨 찾기 어렵게 했을 때 적용된다”며 “이 경우는 아이가 그대로 집에 있었기 때문에 어떤 혐의 적용할지 애매모호하다”고 설명했다. 방치한 것만으로는 처벌할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경찰은 A씨 부부의 아이 학대 여부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 부부가 같이 있었다고 진술한 친구들도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며 “우선 아이의 사망 원인부터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부검결과가 나오고 A씨 부부 진술이 맞는 지 확인한 뒤 추가 조사 일정을 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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