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살기 싫어요" 이민 가방 싸는 일본인들…62%가 여성, 왜

일본을 떠나 해외로 이민을 떠나는 일본인이 20년 넘게 늘고 있다. 일본 경제에 대한 불안감과 남녀 불평등에 대한 불만 등이 이민 증가의 배경으로 지적된다.

17일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외무성 자료를 인용해 해외에서 장기 체류하면서 영주권을 취득한 일본인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기준 생활 거점을 옮긴 일본인은 전년 대비 3.18% 늘어난 57만4727명으로 집계됐다.

이런 추세는 2003년부터 21년째 이어지는 것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도 변함이 없었다. 지역별로는 북미가 48.7%로 가장 많았고 서유럽이 16.9%, 호주, 뉴질랜드 등 대양주가 13.6%로 뒤를 이었다. 반면, 해외에서 장기 체류하면서 일본으로 귀국하려는 일본인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경제에 대한 장기 불안이 배경에 있다고 지적했다. 멜버른대 오오이시 나나 사회학과 교수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일본인 이주자를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 중 90%는 경제에 대한 장기적 불안을 이유로 언급했다. 응답자들은 저출산과 경기 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의료와 연금 등 사회보장제도의 지속성에 대한 우려 등으로 일본에 계속 거주하는 걸 리스크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또 일본의 해외 이민자 중 62%가 여성임을 고려할 때 여성의 활동에 제약이 많은 사회문화적 배경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오오이시 교수는 "아무래도 외국이 여성에 대한 제약이 적고 더 나은 커리어를 구축할 수 있다고 생각해 이주하는 여성이 적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의 남녀 임금 격차는 2022년 기준 22.1%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주요국 평균의 2배에 이른다.

그러나 해외 이민이 늘어나는 추세가 앞으로도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지금까지 해외 이민은 주재원 등 영주권 취득이 용이한 장기 체류자 증가에 힘입은 바가 큰데 최근 기업들이 주재원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엔화 약세로 해외 체류 생활비도 비싸졌다.

후쿠이현립대의 사사이 사토시 인구학과 교수는 "잠재적으로 이민을 고려하는 이들은 많다고 생각된다"면서 "장기 추세는 유학이나 해외 주재로 장기적으로 일본인이 해외에서 활약할 기회가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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