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죈 가계 대출…금리 올리고 모집인 대출 중단 나선 은행권

은행들이 다시 한 번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7∼8월 20여차례 금리 인상과 유주택자 대출 제한 등 관리 방안을 잇따라 내놓더니, 9월 들어 재차 금리를 상향 조정하고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 취급을 잠정 중단하는 등 추가 조처를 내놓고 있다. 이달 중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세는 전달에 비하면 축소된 모습이지만, 여전히 올해 초와 비교하면 큰 폭으로 늘고 있는 만큼 최근 증가 폭이 가파르거나 연간 대출 계획을 초과한 은행을 중심으로 추가 대책을 발표하는 모습이다.

26일 은행권 설명을 종합하면, 신한은행은 27일부터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 전세대출, 집단잔금대출 접수를 한시적으로 중단한다. 생활안정자금 주담대를 신규로 받으려는 경우에는 개별 지점이 아닌 본부의 승인을 받도록 한다. 다음달 4일부터는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도 개별 상품에 따라 0.1∼0.45%포인트 인상할 예정이다.

가계대출의 고삐를 재차 죄고 나선 건 신한은행만이 아니다. 농협은행 역시 대출모집인을 통한 취급 한도가 소진되면서 신규 취급이 잠시 멈췄고, 우리은행과 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도 다음달 중으로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 유치 등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기업은행은 다음달 2일부터 유주택자의 주택구입 목적의 주담대 취급을 중단하는 조처도 함께 내놨다.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 증가 폭이 커지면서 은행권은 7월부터 가산금리를 인상하거나 우대금리를 줄이고 나섰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금리인상을 비판한 후로는 유주택자들에게 대출 빗장을 걸어 잠갔다. 9월부터 정부 차원의 대출 규제도 시행되면서 은행권은 기존 대책의 효과를 지켜보자는 분위기였으나, 최근 들어 다시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 중단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은행권 자료를 종합하면, 5대 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의 주담대 잔액은 이달 들어 25일까지 약 4조5천억원 늘었다. 지난달 중 5대은행의 주담대가 8조9천억원 늘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확연히 줄었다. 전세대출과 신용대출 잔액은 오히려 감소하면서 9월 들어 25일까지 전체 가계대출 잔액 증가는 4조원 수준(지난달 중 9조6천억원)에 그쳤다.

그럼에도 추가 규제가 나오고 있는 것은 은행별로 주담대 증가 폭이 다른 데다가, 이미 두 달 가량 은행권에서 경쟁적으로 ‘대출 조이기’를 해왔던 만큼 대출 관리 정책에 있어 약간의 차이만 있어도 특정 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있어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금리인상 등의 조처가 시중은행에 비해 비교적 늦었던 편이라 금리 차이에 따른 대출 수요 쏠림을 우려해 추가 관리 대책을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이 이번에 꺼낸 ‘대출모집인 중단’ 카드가 완전히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이전에도 은행들은 연초 계획 대비 대출 취급 상황에 따라 속도 조절 목적으로 한시적인 모집 중단을 해왔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한 대출모집인은 “연말로 갈수록 은행별 대출 한도가 차면서 모집을 중단하는 일은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처럼 여러 은행이 비슷한 시기에 대출 모집 중단에 나선 것은 그만큼 가계부채 관리가 시급한 상황임을 방증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별로 연간 목표를 지키려다 보니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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