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경제 위기설’ 이번엔 진짜다
6월 7일 러시아 상트페테부르크에서열린 국제경제포럼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경호원의도움을 받아 행사장을 나서고 있다. [AP=뉴시스] |
미국과 중국 간 충돌이 폭도 깊어지고 갈래도 다양해지고 있다. 무역전쟁이 패권 다툼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이는 그러잖아도 내부적으로 개편 국면을 맞은 중국 경제를 중차대한 시험대 위에 올려놓고 있다.
중국은 1978년 말 덩샤오핑 체제 출범 이후 개혁·개방을 통해 각 부문에서 양적 팽창을 이뤘다. 그동안 ‘경제위기설’을 달고 살았다. 금융위기설, 부채 폭발론, 부동산 버블 붕괴론에다 정치체제 위기설 등이 그것이다. 1989년 톈안먼 사태 때는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처럼 중국이 붕괴된다는 예측도 나왔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위기 요소들을 해소하지는 못했지만 큰 위기를 피해가며 ‘소프트랜딩’을 추구해왔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의 경제위기설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번엔 상황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있다. 위기설의 요인들을 짚어봤다.
6월 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깊어져가는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공개적으로는 ‘친구’라고 표현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시진핑이 그만큼 급해진 걸까.
“미·중 간 완전한 결별은 상상하기 어렵고 우리나 미국이나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의 발언은 중국이 무역전쟁에서 타협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해석을 낳았다. 그렇다고 중국이 강경책을 빼놓은 것은 아니다. 중국은 미국의 화웨이 규제 등 기술전쟁 국면에서 삼성, SK하이닉스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편을 들도록 압박하고 있다. 희토류를 무기화하려 하고, 첨단 핵심 기술을 보호하고, 수출을 통제하기 위한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최근의 중국경제 위기설은 위기를 증폭시키는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이 존재하는 데다 웬만해선 화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과거의 위기설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미국은 원래 중국의 은인
현재 중국 경제의 가장 큰 위기 요인은 미국의 압박이다. 미국은 중국이 강대국으로 성장할 기회를 준 은인이었다. 미국은 1979년 소련을 봉쇄하기 위해 중국과 수교했고,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동의했다. 최강국이 덩치만 큰 빈국을 데리고 국제 무대에 데뷔시키고 국제시장에서 물건을 팔 수 있게 밀어준 셈이다.
중국이 ‘떼돈’을 벌어 오늘에 이르는 데 미국의 후원이 큰 역할을 했다. 그런 중국이 국내총생산(GDP)에서 미국의 3분의 2를 넘어서고 2050년 세계 최강대국을 꿈꾸며 은근히 패권에 도전하자 미국이 거세전략으로 나선 것이다.
미국은 1980년대 경쟁국 소련을 해체하고 유일 강대국이 됐다. 일본이 경제적으로 도전해오자 1985년 ‘플라자 합의’를 통해 10년간 엔화를 70% 절상시켰다. 일본의 수출경쟁력은 떨어졌고 일본은 주저앉았다.
‘너무 키워줬고 더는 안 된다’
트럼프는 ‘빌 클린턴 정부 이래로, 특히 버락 오바마 정부 때 중국을 너무 키워줬고 이제 더는 안 된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각론에서, ‘중국이 지적재산권 보호 같은 글로벌 스탠더드 도입 약속을 계속 지키지 않아 참을 수 없다’는 논리다.
‘제2의 플라자 합의’로 중국을 거세하려면 국제사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중국의 회피 수단이나 독자 생존 능력을 약화시켜야 한다. 현재 중국은 외교파워, 내수시장, ‘일대일로’ 프로젝트, 위안화의 국제화, 과학기술 수준 측면에서 과거의 일본과는 다른 점이 많다.
미국의 중국 압박은 여러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2018년 가시화된 미·중 무역전쟁은 1년째 이어지고 있다. 2019년 4월 말 합의 시사 발언이 나왔다가 결렬됐다. ‘무역전쟁이 오래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보복관세의 경우 양측이 2018년 7, 8월 총 500억 달러어치에 대해 25%를 서로 때렸다. 9월 미국이 1900억 달러에 10%, 중국은 600억 달러에 5~10%를 각각 부과했다. 2019년 들어 미국이 5월 10일 2000억 달러어치 중국산 수입품의 관세율을 25%로 올렸고, 중국은 6월 1일 600억 달러어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25% 추가관세를 발동했다.
트럼프는 “6월 28, 29일 G20(주요 20개국)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을 만나본 후 2주 내에 325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압박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 전체에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게 된다.
트럼프는 시진핑이 회담에 불참해도 관세를 때리겠다는 말까지 했다. 그는 화웨이를 언급하면서 “중국이 잘 하기를 희망하지만 우리만큼 잘 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는 말로 중국 견제 의도를 노골적으로 털어놨다.
미국의 보복관세는 유효했을까. 미국 상무부는 2018년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전년 대비 11.6% 증가한 4192억 달러로 사상 최대였다고 밝혔다. 수출이 7.5% 감소하고 수입이 6.7% 증가한 결과다. 중국 측 통계로도 보복관세 이후 9개월간 대미 무역흑자가 전년 동기 대비 16% 늘었다.
이를 두고 중국 측의 우세라고 평가할 수 없다. 미국이 수입하는 중국산 물품 중에는 소비재뿐 아니라 자본재와 중간재도 많다. 관세가 높아졌다고 수입을 즉각적으로 줄이기 어렵다. 미국은 기업들의 대응이 더딜 수밖에 없다. 반면, 중국은 정부와 기업 주도로 미국산 제품의 수입을 재빠르게 줄였다. 근본적으로 보복관세로 미국의 거대한 대중 무역적자가 단기에 개선될 가능성은 없었다. 그러나 무역전쟁이 오래가면 수출이 많은 중국이 더 큰 피해를 본다.
양국은 투자에 대해서도 규제를 강화했다. 미국은 국가 안보를 지키고 기술탈취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중국 기업의 미국 기업 인수합병을 제한했다. 중국의 대미 투자는 2017년 이후 감소세다. 미국의 대중 투자는 예년과 비슷한 추세다.
수출 감소→소비 둔화→재고 증가→고용 불안
무역전쟁 1년에 더 흔들리는 쪽은 중국 경제다. 1991년 이래 매년 7% 이상의 고도성장을 누렸지만 2015년 6.9%를 시작으로 하향 곡선에 접어들었다. 두 자릿수 성장 시절에 비하면 반 토막이 났다. 2017년 6.8%, 2018년 6.6%로 성장 둔화가 확인됐다. 이 수치마저 정부 당국에 의한 통계 조작 의심을 샀다.
2019년 세계은행이 6.2%,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6.3% 등 6% 초반 성장률 전망을 내놓았다.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은 무역전쟁이 계속되면 5%대까지 낮아진다고 봤다. 1분기 실적은 6.4%였다. 특히 제조업 성장률이 둔화됐다.
수출 주도형 성장 전략의 한계도 드러나고 있다. 돈을 풀어 경기를 떠받치느라 재정적자는 계속 불어나고 있다. 국내 투자와 소비의 증가율이 떨어지는 가운데 무역전쟁으로 대외 환경이 나빠지면 재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소비 둔화와 수출 감소가 계속되면 생산과잉 문제가 불거지고 고용이 흔들린다. 구조조정 덕에 일시 감소했던 재고는 최근 2년째 증가했다. 미국은 중국을 찌르기에 좋은 타이밍을 찾은 셈이다. 중국 경제가 강했다면 미국은 무역전쟁을 미뤘을 것이다.
관세에서도 중국이 불리하다. 2017년까지 중국의 대미 관세율은 평균 8%였다. 미국의 대중 관세율 3%보다 훨씬 높았다. 양측이 서로 25%까지 올린다면 중국산 수입품의 관세율이 더 크게 뛴다.
미국의 대중 압박은 기술 쪽으로 번졌다. 1987년 설립된 중국의 대표적인 IT(정보통신기술)기업으로 스마트폰 판매 세계 2위에 세계 통신장비 시장의 25%를 차지한 화웨이가 타깃이 됐다. 2019년 5월 미국의 구글, 인텔, 퀄컴이 이 회사에 서비스 중단 또는 제한을 선언했다. ‘미국 기업은 화웨이의 통신장비와 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미 정부의 명령 때문이다. 미국은 “화웨이와 68개 계열사가 미국 국가 안보나 외교적 이익에 잠재적 위험이 된다”고 주장한다. “화웨이가 선진 기술을 훔쳐왔고 수출하는 장비에 백도어를 설치해 도·감청을 해왔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찌르기에 좋은 타이밍
상하이 야경. 중국식 성장의 한편엔 상식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불합리함도 적지 않다. |
화웨이 사태는 ‘중국제조 2025’라는 국가 프로젝트와 관련이 있다. 2025년까지 세계 기술을 제패하겠다, 한마디로 미국을 추월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구상이다. 중국은 이미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한다는 목표 아래 2009년부터 10년간 해외에 머물고 있는 중국인 청년과학자 및 청년기술자 1000명을 귀국시키는 ‘천인계획’을 추진해왔다.
블룸버그통신은 “2018년 6월까지 과학기술인재 2629명이 중국으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는 “미래 전쟁 능력의 핵심 기술에 중국의 접근을 허용해와 큰 위협에 맞닥뜨리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런 바탕 위에 2015년 리커창 중국 총리가 발표한 것이 ‘중국제조 2025’ 구상이다. 이후 중국은 2019년 1월 달 뒷면에 탐사선을 착륙시키는 등 항공우주산업 파워를 보여줬고 5G, 자율주행, 얼굴인식 등 여러 분야에서 기술굴기를 과시했다.
미국이 중국의 ‘2025’에 화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 트럼프가 2018년 11월 “중국이 ‘2025 계획’을 포기했다”고 주장한 것이 가짜뉴스는 아니었던 것 같다. 시진핑도 계획의 수정을 시사했고 2019년 3월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양회 때 이 계획을 아예 언급하지도 않았다.
대신 ‘신흥 산업 발전 촉진’이라는 표현으로 바꿨다. 이 계획은 단순한 산업발전 전략이 아니라 시진핑이 내건 ‘중국몽(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의 핵심 추동력이었다. 매우 중요해 실제로 포기할 성질의 정책이 아니다. 잠시 늦추거나 미국의 주의를 끌지 않도록 해놓고 속으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거는 것으로 비쳤다. 양회 기간에 “‘2025’는 성과 없는 돈 낭비”라고 비판해 공산당에 밉보인 장관급 인사는 즉각 해임됐다.
화웨이 사태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중국의 의지가 읽힌다. 시진핑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때 화웨이는 2020년까지 러시아 전역에 5G망을 구축하는 사업을 따냈다. 중국이 미국의 화웨이 봉쇄전략에 대응하면서 러시아와 손을 잡은 것이다. ‘반(反)트럼프’ 동맹을 위해 중국은 큰 비용을 치렀을 것이다.
미국이 동맹국들에게 화웨이 규제 동참을 주문하자 중국은 6월 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델 같은 기업들을 불러 트럼프 정책에 협조하지 말 것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화웨이 제재에 동참하면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다. 중국 내 생산시설의 해외 이전은 응징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이런 대응 방식은 글로벌 스탠더드와 거리가 멀다. 실제 전쟁을 치르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화웨이 사태를 개별 기업의 사건이 아니라 ‘중국몽’에 대한 미국의 도전으로 인식해 피해를 각오하고 정면대응하고 있다고 풀이한다. 이런 강대강(强對强) 분위기라면 기술전쟁은 쉽게 마무리되지 않을 것이다.
부작용 심한 ‘스테로이드’ 같은 체제
3월 31일로 문을 닫은 톈진 롯데백화점 내부. [동아DB] |
트럼프는 중국의 역린으로 불리는 ‘하나의 중국’까지 건드리고 있다. 미 국방부는 인도-태평양 전략보고서에서 대만을 국가로 분류했다. 미중 국교정상화 이후 공식적으로는 처음이다. 앞서 트럼프는 당선 직후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한 바 있다. 대만에 20억 달러의 무기를 판매하는 계획을 흘리기도 했다. 홍콩 정부의 범죄인 인도법안에 대해 반대하는 홍콩인 100만 명의 시위에서 보듯 중국은 소수민족 문제를 안고 있다. 미·중 갈등이 격화돼 이런 이슈들이 트럼프의 무기가 되면 중국의 위기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판다는 날 수 있을까(Can pandas fly?)” 영국 경제잡지 이코노미스트는 2019년 2월 중국을 다루면서 “2012년 시진핑 집권 이후 시장경제가 안착할 것이란 기대와 정반대로 민간 부문의 활력이 실종됐고 기업 내에 공산당 기구가 만들어져 주요 결정 때 입김을 넣는 상황이 됐다”고 꼬집었다. 체제 탓에 중국 경제가 안팎곱사등이가 됐다는 지적이다.
판다(중국)가 날기(번영) 위해선 체제 개편이 선행돼야 하는데 ‘스테로이드 같은 국가자본주의가 글로벌 무역체계에 장애가 되고 국가 안보에 위험 요소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만병통치약인 것 같지만 부작용도 심한 ‘스테로이드 같은 체제’라는 표현이 흥미롭다.
정부가 국영기업에 저리 자금을 대주니 민영기업이나 외국 기업은 설 땅이 없어지고 결국 중국이 국내시장과 해외시장 모두를 왜곡시키고 있다고 평했다. 오래 비판받아온 중국 경제의 문제점을 간명하게 드러내준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완연히 밀리는 양상이 나타나면서 이제 시장에선 ‘판다가 곧 추락할 것 같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의 중국 압박은 무역적자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이 2001년 중국의 WTO 가입을 받아들인 것은 중국의 시장경제화와 민주화를 돕는 목적이 컸다. 그러나 시진핑의 중국은 전혀 다른 길을 갔다. 2018년 3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는 국가주석 연임 제한 조항을 헌법에서 삭제해 시진핑 장기집권의 길을 열었다. 덩샤오핑 이후의 임기제 원칙이 무너졌다. 1인 독재는 중국 경제의 자유화나 시장화, 개혁개방과는 결을 달리한다.
중국의 체제 문제는 중국 자신의 문제이기도 하다. 중국 출신 천즈우 미국 예일대학 교수는 2010년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가 계속 발전하려면 정치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 사유재산 보장과 국영기업 민영화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부가 가까운 미래에 자발적으로 근본적인 개혁에 나설 가능성은 아주 낮다”는 그의 말 그대로다.
“2% 저성장과 공산당 쇠퇴 가능성”
김기수 세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책 ‘중국경제의 추락’에서 “덩샤오핑은 집단지도체제하에서 경제 발전을 정통성의 근거로 삼았다. 시진핑은 1인 권력 집중과 이데올로기 중시로 회귀했다”고 분석했다. 경제성장이 멈칫하자 시진핑은 시장중심 경제개혁 대신 정치에 몰두한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경제 발전과 더 멀어지고 있다.
데이비드 샴보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교수는 2008년에는 “중국공산당의 개혁에 따른 탄력성이 생존 비결”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2015년에는 “시진핑의 권력 집중으로 공산당 통치의 쇠퇴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탄력성과 적응성이 있던 연성 권위주의가 시진핑 이후 통제가 강화된 개혁 부재의 경성(hard) 권위주의로 추락했다는 것이다.
이런 정권이 범하는 흔한 실책은 경기부양책을 남발하고 겁 없이 부채를 늘리는 것이다. 재정과 금융을 통해 성장을 사들여 국민에게서 환심을 얻으려 한다.
성장률 하락과 무역전쟁에 따른 부정적 전망이 확산되자 2019년 양회 때 중국 정부는 감세와 인프라 투자 확대 등 GDP 대비 5.1%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제시했다. 6월에도 “소비를 제약하는 모든 장벽을 제거하는 데 집중하겠다”면서 대도시의 차량 구매 제한을 폐지하고 대출한도를 늘려줬다. 문제가 문제를 낳은 셈이다.
심지어 “중국의 고도성장이 끝나고 향후 10년간 2%대 성장에 그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영국 거시경제연구소 캐피탈이코노믹스의 아시아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마크 윌리엄스는 3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기업 및 가계부채, 노동인구 감소, 생산성 향상 둔화를 근거로 이렇게 말했다.
달러 부족한(?)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
중국 기업들의 이익이 저하되고 성장이 둔화되면 부채 상환 능력이 더 떨어지게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에선 ‘국영은행이 국유대기업에 빌려준 돈이 부실화하면 국가가 공적자금을 넣어 부도를 막아줄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이런 점이 효율을 떨어뜨리고 부실을 키우는 것이다. 연쇄부도 사태가 발생하면 결국 정부도 막아줄 수 없을지 모른다. 여기에다 노동인구 감소로 2030년까지 GDP가 0.5% 떨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1970년대 산아제한의 여파로 중국에선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2018년에도 신생아 수가 전년 대비 12% 줄었다.
“중국이 달러 부족으로 금융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인지 중국은 외환 통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6월경부터 개인의 달러 환전은 연간 5만 달러, 1회 3000달러로 제한됐다. 해외에서 주식이나 주택을 구입하기 위한 환전은 금지됐다. 정부는 5월 불법 송금을 한 사람들 명단을 공개해 창피를 주기도 했다. 무역수지 흑자가 줄어들거나 위안화를 절하하는 상황에 대비해 달러를 비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3조1000억 달러에 이르는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인 중국이 달러 부족 사태를 겪는다? 언뜻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대외채무 약 2조 달러, 외국 기업의 투자금 6000억 달러를 제외하면 중국의 가용 외환보유액은 5000억 달러뿐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2018년 발행된 1조 달러의 회사채도 상당 부분이 정부나 공공기관의 빚이어서 사실상 달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외국계 금융기관들은 미·중 무역전쟁 이후 중국의 경제위기 가능성을 의식해 달러를 빌려주지 않으려는 것으로 알려진다. 반면, 중국 중산층과 상류층은 해외로 자산을 빼돌리기 위해 달러를 구하려 든다고 한다. 결국 달러 품귀가 심해질 수 있다는 전언이다.
“최악 경기침체 올 수도”
중국 경제는 고성장 시대를 마감하고 소프트랜딩을 추구해야 할 시점에 세계 최강대국 미국과 전면적 무역전쟁을 벌이는 상황을 맞았다. 시진핑 정권이 이런 상황을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다. ‘중국제조 2025’ ‘일대일로’ ‘중국몽’은커녕 생존을 걱정할 수도 있다.
시진핑 체제의 중국은 미국과 서방이 요구하는 금융 개혁과 글로벌 스탠더드를 거부하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서구식 자본주의를 도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피했다’고 믿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 출신 민신페이 미국 클레어몬트매케나 대학 교수는 4월 홍콩의 한 회의에서 “중국 정부의 실패가 ‘중국 최악의 경기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과의 갈등을 계기로 중국은 시장을 개방하고 국가의 경제 장악력을 줄일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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