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내겠다" 했더니…"정신상태 해이해졌나"

우리나라의 기혼 여성 10명 중 8명 이상은 출산 계획이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유는 자녀 양육비와 교육비 부담, 또 고용 불안정 같은 경제적 문제가 절반을 차지했습니다.

그래서 자녀가 꼭 있어야 한다는 응답도 2명 중 1명에 그쳤습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고 싶지만 도저히 할 수 없는 직장 여성들의 현실을 정시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해 12월 문을 연 서울 강서구의 거점형 공공 직장 어린이집.

직장 어린이집 설치가 어려운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 자녀들을 위해 고용노동부와 구청이 운영하는 곳입니다.

오전 7시 반부터 저녁 9시 반까지 이용이 가능해 반응이 좋습니다.

[중소기업 맞벌이 엄마]
"일반 어린이집은 (저녁) 7시 반까지 봐준다고 하지만 매우 눈치 보이거든요. 여기는 그런 눈치 보지 않아도 되고."

직장맘들의 눈치보기는 어린이집에서 뿐 만이 아닙니다.

10년 경력의 직장인 이모씨.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육아휴직을 신청했더니, 그만두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이 모 씨]
"이래서 내가 기혼자를 뽑지 않는다, 사업장에 피해를 주게 된다, 육아휴직을 못 주겠으니 그냥 퇴사를 권하시더라고요."

정 모씨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를 돌볼 방법이 없어 고민 끝에 육아휴직 얘기를 꺼냈습니다.

며칠 뒤, 질책과 함께 부당 전보가 돌아왔습니다.

[정 모 씨]
"정신상태가 좀 해이해졌다, 이런 얘기를 빌미로 육아휴직 개시일과 동시에 보직변경 공지를 올리셨어요. (웹디자인 팀장인데) 영업직으로…"

아예 육아휴직을 쓸 수 없는 중소영세사업장도 10인 미만 사업장은 3곳 중 2곳, 30인 미만도 절반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니 법적으로 의무화 되지 않은 '유연근무제'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은 꿈도 못꿀 일입니다.

[김 모 씨]
"팀원 조차도 공감이 이뤄지지 않아서… 그런 건 (유연근무제는) 큰 기업에서나 하는 거다, 우리는 작고 대체인력을 그렇게 할 수도 없고."

이들에게 아이가 있다는 건 배려가 아니라 배척 사유가 됐습니다.

[박 모 씨]
"(전화로 면접일정을 잡는데) 아이 소리가 나면 '면접 일정을 다시 잡도록 하죠'라는 대답을 제가 한 5번은 들었거든요."

지난 2017년 한국의 저임금 여성 노동자 비율은 35%로 지난 2000년부터 OECD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원인은 출산,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여성이 많기 때문이란 분석입니다.

MBC뉴스 정시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