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도입에도 제로페이 이용률은 제자리 걸음

[아시아경제 김봉기 기자]#편의점을 자주 이용하는 직장인 조민영(31)씨는 제로페이로 상품을 구매한 경험이 없다. 지인들에게 소득공제 등 혜택에 대한 얘기를 들었지만 기존의 신용ㆍ체크카드로 결제하거나 삼성페이를 제시하는 방식이 더 간편하기 때문이다. 그는 "카드나 스마트폰을 가져다 대면 결제가 되는 방식이 아니라 간편결제 앱에 따로 들어가 QR코드 등을 보여줘야 해서 거추장스러운 것 같다"고 말했다.

일상 소비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편의점에서 제로페이 이용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로페이는 서울시와 정부가 소상공인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결제시스템으로 지난 5월2일 정식 시행됐다. 하지만 도입 3개월이 지나도록 주요 유통채널 등에서 결제과정상 복잡함과 홍보 부족 등으로 인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제로페이 결제가 가능해진 이후 편의점 CU의 전체 결제 건수 중 제로페이 비중은 현재까지 0.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CU 관계자는 "제로페이 결제 건수가 워낙 미미한 수준"이라며 "결제 건수의 변화에서 유의미한 추세가 나타나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GS25의 경우 편의점 전체 매출 중 간편결제 앱을 이용하는 경우는 내부 시스템상 신용카드 결제로 분류된다. 이중 제로페이 비중은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세븐일레븐은 편의점 전체 결제 건수 가운데 간편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에 머물렀다. 전체 간편결제 매출 중 제로페이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미미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 매출 중 제로페이 결제는 극히 적어 구체적인 수치 확인조차 어려운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마트24는 전체 매출 건수에서 제로페이의 비중이 0.02%에 그쳤다.



제로페이 결제가 원활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결제과정이 신용카드나 삼성페이 등에 비해 번거롭기 때문이다. 제로페이의 경우 앱을 작동시킨 뒤 QR코드를 보이는 방식이 현물인 카드를 제시하거나 한 동작으로 삼성페이를 작동시킨 뒤 스마트폰을 건네는 것보다 불편할 수 밖에 없다. 회사원 김모(31) 씨는 "각종 혜택 등을 고려해 제로페이를 한 차례 써봤지만 번거로운 탓에 다시 카드 결제를 애용하고 있다"며 "편의점 직원들도 제로페이를 이용하는 고객이 적다 보니 낯설어하는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제로페이에 대한 실효성 논란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박맹우(자유한국당ㆍ울산 남구을) 의원은 "소비자는 외면하고, 소상공인에게도 도움 되지 않는 제로페이 관련 예산 전액을 삭감해야 한다"고 강력 주장했다. 지난달 1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추가경정예산안을 보고 받은 자리에서다. 박 의원은 "제로페이 사용률은 신용카드 대비 0.000012%, 체크카드 대비 0.00002% 로 수십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것에 비에 너무나 미비한 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제로페이 결제의 발전 가능성이 어둡다는 조사도 나왔다. 서울시의회가 지난 5월 실시한 '제로페이 사업 활성화에 대한 서울시민 여론조사'에 따르면 가맹점(-29.0%)과 일반시민(-46.2%) 모두 주변에 제로페이를 추천할 의향은 낮게 나타났다. 가맹점은 신용카드ㆍ간편결제 대비 제로페이의 장점으로 95.5%가 '수수료 무료'를 꼽았다. 단점으로는 '소비자의 인지도가 낮음'(56.0%), '결제과정이 복잡함'(22.0%), '고령층이 이용하기 어려움'(13.0%) 등을 지적했다. 시민 역시 신용카드ㆍ간편결제 대비 제로페이 장점으로 '수수료 무료'(67.0%)를 가장 많이 꼽았다. 단점으론 '인지도가 낮다'(56.0%), '결제과정이 복잡함'(22.0%) 등을 들었다. 일반 시민이 느낀 제로페이 사용 중 불편한 점은 '가맹점이 별로 없다'(49.3%)가 가장 많았다.

김봉기 기자 superch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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