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성·도박…낯뜨거운 중국게임 판쳐도 속수무책

중국 게임사가 만든 모바일 게임 `리치리치`(왼쪽)와 `왕이 되는 자`. 

중국 게임사 촹쿨엔터테인먼트가 지난해 국내에 출시한 모바일 게임 '왕이 되는 자'는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탈의, 옷 찢기, 감금, 납치를 소재로 한 영상을 광고했다. "미인과 뜨거운 밤을 보내고 싶으신가요"라며 성매매를 소재로 삼았다. 하지만 현행 법규정상 게임 허위·과장 광고에 대해서만 사후 조치가 가능할 뿐이고 나머지는 게임업계 자율에 맡겨둔 상황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게임사이기 때문에 국내 여론 눈치를 볼 필요도 없는 중국 게임사들이 당장 사람들을 자극할 수 있는 선정적 광고를 버젓이 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17일 애플리케이션(앱) 마켓 구글플레이에 따르면 국내 모든 앱 기준 최고 인기 앱은 중국 게임사 릴리게임스의 '라이즈 오브 킹덤즈'가 차지했다. 2위는 중국 상하이 소재 유엘유게임스가 지난 9일 출시한 '리치리치'였다. 중국 게임의 약진은 지난 2~3년간 두드러졌다. 지난해 모바일 게임 '소녀전선'을 시작으로 '왕이 되는 자' '신명' 등 중국 게임이 앱마켓을 휩쓸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앱마켓 매출 톱100에 진입한 중국 게임은 2016년 20개에서 지난해 35개로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중국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6년 18%에서 2018년 22%로 증가했다.

중국산 게임들은 선정적 광고뿐만 아니라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확률형 아이템을 공개하도록 하는 자율규제에도 동참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에 따르면, 중국 게임사들은 상습적으로 확률형 아이템을 미공개하고 있다. '총기시대'를 서비스하는 디안디안인터랙티브는 9회나 미공개 업체로 지적받았고, '황제라 칭하라'를 서비스하는 중국 게임사 클릭터치도 7회나 미공개 게임사로 지적받았다.

중국 게임사는 환불·게임 문의에 대응하는 고객 대응체계를 갖추지 않아 소비자 피해가 잇따른다. 중국 페이퍼게임스의 모바일 게임 '러브앤프로듀서'를 이용한 직장인 박 모씨는 "게임사가 표기된 확률보다 낮은 뽑기 확률로 아이템을 판매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져 환불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아예 못 받았다"고 밝혔다.

심지어 결제를 유도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서비스를 종료해버리거나 표절로 퇴출되는 사례까지 있다.

위정현 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은 "중국 게임업체가 한국 서비스에서 보이는 행태는 상당히 무책임하다. 중국 게임사에 대한 소비자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중국 게임사들의 탈법적 영업에 소비자 불만도 커지고 있다. 한 이용자는 지난 15일 "한국의 게임은 중국에 발도 못 딛는 상황에서 한국에선 거의 모든 매체를 통해 쏟아지는 중국 게임들 광고를 보면 분통이 터진다"며 중국 게임을 금지해달라고 국민청원을 올렸다. 이용자들은 중국 게임사들의 선정적 광고·소비자 환불 거부 등에 대해서도 "중국 게임을 규제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중국 게임이 국내에서 질주하는 사이 K게임은 중국시장에 발을 못 들여놓고 있다. 중국은 2017년 3월 판호를 내준 이래 국내 게임사에 한 곳도 판호를 주지 않고 있다. 2016년 한국 게임의 중국 수출액은 1조2950억원. 1조 시장을 잃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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