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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 귀국길 오른 김정은…미 요구 정확히 파악한 건 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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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표정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일 베트남 전쟁영웅·열사 기념비 앞에 ‘영웅렬사들을 추모하여, 김정은’이라고 적힌 화환을 헌화하고 있다. 하노이 | AFP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박5일간의 베트남 일정을 마치고 지난 2일 열차편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의 성과를 기대하고 먼 길을 달려왔지만 빈손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김 위원장의 심경은 어느 때보다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에서 비록 결실을 맺진 못했지만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요구 수준을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불확실성을 제거했다는 점에서 향후 협상이 이어질 동력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일 오전(현지시간) 베트남 공식친선 방문 일정을 마쳤다. 김 위원장은 베트남에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중국 접경지인 랑선성 동당역에서 전용열차를 타고 중국 내륙을 최단 노선으로 관통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최근 통지문을 통해 스좌좡, 톈진, 산해관으로 이어지는 철로에 대해 지난 2일부터 4일 오후 1시까지 모든 주변 공사를 중단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노선은 김 위원장이 북한에서 베트남으로 갈 때 이용했던 노선과 일치한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를 보지 못한 데다 중국에서 3일부터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가 열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 위원장이 귀국길에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만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김 위원장은 5일 새벽쯤 단둥을 거쳐 북한 국경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의 심경은 복잡할 듯하다. “나의 직감으로 보면 좋은 결과가 생길 거라고 믿는다”(지난달 28일 단독회담 모두발언)며 성과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합의문을 도출하지 못했고, 비핵화 수순과 방법론에 대한 미국과의 인식 차를 절감했기 때문이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그간 북·미 회담을 하면서 불확실성이 항상 있었는데 이번에 서로에 대한 요구사항이 분명해지면서 그 부분이 해소됐다고 볼 수 있다”며 “준비 시간 부족으로 이번에 합의는 불발됐지만 협상 동력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은 평양에 도착한 이후 간부들과 이번 회담 결과에 대한 평가와 향후 대응 방향 등을 놓고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 정상회담 합의 불발의 충격 속에 김 위원장은 베트남 공식친선 방문 일정을 최소화해 마쳤다. 지난 1일 베트남 응우옌 푸 쫑 주석, 총리, 국회의장을 잇따라 만난 데 이어 2일에는 호찌민 전 베트남 국가주석의 묘소와 베트남 전쟁영웅·열사 기념비를 찾아 헌화했다. 당초 예상됐던 경제현장 및 관광지 시찰 등은 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경제와 과학기술, 국방 등 모든 분야에서 베트남과의 교류 협력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는데, 향후 개혁·개방 모델이 될 수 있는 베트남과의 관계를 다져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쫑 주석에게 “편리한 시간에 북한을 방문해달라”고 요청함에 따라 정상 간 상호 방문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이번 베트남 일정이 “두 나라의 친선협조 관계를 강화시키는 획기적인 사변”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베트남 방문은 김 위원장이 집권한 뒤 중국 등 직접적 관계로 얽힌 주변국을 제외한 외국을 공식 방문한 첫 사례라는 의미도 있다. 북·미관계 교착 속에 김 위원장이 앞으로 러시아 방문 등을 통해 외교 다변화 행보를 보일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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