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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1 교육비, 고3만큼 든다니"…부부는 아이 안낳기로 했다

보헤미안 0 1080 0 0


◆ 눈앞에 닥친 인구감소 / 다시 뜯어보는 저출산 원인 ◆

# 맞벌이 직장인 이재호 씨(41·남)는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둘째를 갖자고 아내에게 제안했다. 하지만 이씨 아내는 "방과 후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 학원비가 본격적으로 들어갈 텐데 돈 생각은 안 하냐"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말다툼이 반복되자 이씨는 "내년에 진급해 월급이 오르면 마지막으로 제안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 역시 맞벌이인 신지영 씨(39·여) 부부는 결혼한 지 10년이 됐지만 아이를 갖지 않고 있다. 결혼 당시 '큰돈 못 벌어도 경제적으로 자유롭게 살자'는 약속에 따라 둘은 지금도 월급통장을 별도 관리한다. 신씨는 "조카나 친구들이 과외·학원 등에 100만원 넘게 쓰는 것을 보면 내 삶이 차라리 더 행복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결혼을 하지 않으면 모를까 결혼을 하면 대개 아이를 낳기 마련'이라는 생각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유효한 사회통념이었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98명으로 1.0명 밑으로 떨어졌지만 배우자가 있는 여성 출산율을 뜻하는 '유배우 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합계출산율(1.68명·2016년)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게 학계 분석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결혼=출산' 공식이 들어맞지 않는다는 사실이 매일경제와 신한은행 빅데이터센터 분석을 통해 드러났다. 자녀 출산 의향이 "없다"고 답한 20~44세 기혼 무자녀 가구를 상대로 그 이유를 물으니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생활하고 싶어서(35.9%)'와 '자녀 양육비 부담(25.4%)'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부부만의 여가생활을 즐기고 싶다(8.8%)'는 응답까지 더하면 10명 중 7명이 경제적 압박 때문에 출산을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한 부부는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유독 큰 경제적 압박을 느꼈을까. 신한은행 빅데이터센터는 20~64세 유자녀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 내역을 소득분위 및 자녀 유무·수·학령기로 나눠 심층 분석했다.

그 결과, 소비지출 항목 중 교육비(보육비 포함)가 유자녀 가구의 출산 의지를 가장 심하게 억누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자녀 가구 월평균 교육비 지출은 45만원인 데 반해 무자녀 가구는 1만원에 불과했다. 전체 지출 항목 중 차지하는 교육비 비중은 유자녀 가구가 15.4%, 무자녀 가구가 0.6%였다. 출산과 동시에 전에 없던 소비가 대규모로 발생한 것이다.

20대 기혼 유자녀 가구가 교육비로 평균 19만원을 쓰는 데 비해 30대는 35만원, 그리고 40대는 68만원을 쓸 정도로 가파른 상승폭도 보여줬다. 아이가 있는 40대는 교육비를 식비(60만원)보다도 많이 썼다.

소득수준과 함께 자녀를 학교 단위로 구분했을 때 교육비를 가장 많이 쓰는 건 고등학생 자녀를 둔 소득 5분위(상위 20%) 가구로 월평균 115만원이 들어갔다. 전체 월 소비(461만원)의 25% 수준이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1분위(하위 20%) 가구는 한 달 교육비로 21만원을 썼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고소득·저소득 여부에 관계없이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순간 교육비가 이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나고, 이 금액이 자녀가 고등학교에 갈 때까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득 5분위(상위 20%)는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교육비가 월평균 57만원(미취학 자녀)에서 97만원으로 급증했다. 4분위(31만원→71만원), 3분위(30만원→60만원), 2분위(18만원→41만원)는 두 배 이상 확대됐고, 1분위도 14만원에서 21만원으로 증가했다. 교육비는 자녀가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더 늘긴 하지만 증가폭은 크지 않았다.

이는 '자녀가 중·고등학생이 돼야 본격적으로 사교육비가 증가한다'는 사회통념과 다른 결과다. 이에 대해 백선희 육아정책연구소장은 "영유아 시기에는 무상보육이 이뤄지면서 큰 비용 없이 자녀 돌봄 문제가 해결되지만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돌봄 공백이 생기기 때문"이라며 "돌봄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니 태권도·피아노 등 예체능 위주 학원을 보내는 데 사교육비가 들고 있다. 정부가 돌봄 기반 확충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의 교육비 지출은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는 초고소득층인 5분위(상위 20%)를 제외하고는 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보다 교육비 지출액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는 은퇴 시기가 다가와 가계소득이 줄어드는 경우가 발생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교육비는 자녀가 대학에 입학을 해도 사라지지 않았지만 금액은 고등학교 때에 비해 줄어들었다. 소득수준에 따라 최소 12만원에서 최대 75만원의 자금이 대학·대학원생 자녀 교육에 사용됐다.

마강래 중앙대 사회과학대 교수는 "한국 사회는 입시 교육, 즉 대학을 통해서만 좋은 일자리가 보장되는 획일화된 사회여서 사교육 분야에서 낭비가 심하다"며 "교육 경쟁이 지나치게 심화돼 어린 나이로까지 내려가다보니 초등학생 사교육비가 급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 교수는 "사교육 경감은 결코 공교육 정책과 프로그램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며 "양질의 일자리를 얻는 데 보다 다양한 통로를 정부가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올해 저출산 예산 관련 검토보고서를 통해 초등학생 자녀 돌봄 공백 문제를 지적하며 "돌봄서비스 수요에 상응하는 돌봄 인프라스트럭처와 지원 사업이 마련되지 않았다. 초등 돌봄 서비스 체계가 구축되지 않으면 맞벌이 부부 양육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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