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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자력우승 저지한 양효진 “이런 일이 있다니”




여자프로배구 현대건설의 뒷심이 무섭다. 최하위로 시즌을 마감하지만 선두 흥국생명에 매운 ‘고춧가루’를 뿌리는 저력을 발휘했다. 베테랑 센터 양효진(32·현대건설)의 노련함이 돋보였던 경기였다.

양효진은 지난 9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의 방문경기에서 블로킹 2개를 포함해 14득점을 기록했다. 공격성공률이 85.71%로 집계된, 알짜배기 활약이었다.

특히 양효진은 승부처였던 4세트에서 외인 헬레네 루소와 나란히 7득점씩을 올리고 흥국생명의 반격을 차단했다. 22-23으로 끌려가던 경기가 29-27로 끝나는 과정에서 양효진이 4점을 거들었다. 현대건설이 극적으로 흥국생명을 누르면서 흥국생명의 자력 우승 기회는 사라졌고 2위 GS칼텍스가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양효진은 “우리만의 경기력이 시즌 후반부에 나오는 것 같다. 지난 5일 GS칼텍스전도 2-3으로 지긴 했지만 괜찮은 경기였다”며 “흥국생명전도 가벼운 마음으로 우리 것을 맞춰본다는 느낌으로 했는데 잘됐다”고 말했다. 그는 4세트에서 ‘절친’ 김연경(흥국생명)과 대결했던 상황에 대해 “승부처가 되니까 김다인이 공을 나에게 줄 것 같았다. 준비하고 있었다”며 “경기가 박빙으로 가니까 정신 없었다. 한 점 한 점만 생각하고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올 시즌 양효진은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2009~2010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11시즌을 유지했던 블로킹 1위를 내줬다. 11일 현재 한국도로공사 정대영(40)이 1위, KGC인삼공사 한송이(37)가 2위를 달리고 있다. 왕관을 내려놓은 양효진은 덤덤했다.

그는 “연속 시즌 블로킹 1위는 언젠가는 깨질 기록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오래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며 “언니들이 블로킹 1위를 다투는 게 신기하다. 나도 선수로서 나이를 꽤 먹은 편이지만 언니들이 몸 관리를 그렇게 잘하는 것을 보면 놀랍다”고 말했다.

양효진은 오는 14일 한국도로공사전을 끝으로 시즌을 마무리한다. 시즌 마지막 3경기 대진 때문에 본의 아니게 ‘캐스팅 보트’를 행사했다. 양효진은 “(선두 싸움 중인) GS칼텍스, 흥국생명과 경기했고, 3위가 정해지지 않았다면 도로공사까지 연속 3경기를 순위 싸움 중인 팀과 할 뻔했다. 이런 일도 있구나 싶다”며 웃었다

그는 “지난해에도 (일정을) 이 정도 소화했는데 1위가 확정되지 않았고, 그 상태로 우리팀이 정규리그 1위를 하는 것으로 리그가 조기 종료됐다”며 “순위경쟁이 치열하니까 배구를 더 많이 보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도쿄올림픽이 정상적으로 개최된다면 시즌이 끝난 후 양효진의 다음 일정은 대표팀 훈련이 된다. 도쿄올림픽은 양효진의 마지막 올림픽이다.

양효진은 일단 마음을 비우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그는 “지금은 선수들이 시즌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올림픽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하지 않는 편”이라며 “코로나19 때문에 도쿄올림픽을 하는지 안 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아직까지는 물음표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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