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의 믿음, “SON, 포워드도, 펄스 나인도, 윙어도 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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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의 믿음, “SON, 포워드도, 펄스 나인도, 윙어도 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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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마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내세웠던 포르투갈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 시절이 연상된다. 손흥민에 절대적 신뢰를 보내고 있는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아니, 호날두를 기용할 때보다 더 넓은 활용폭으로 쓰려는 듯하다. 벤투 감독의 공격 전술에서 손흥민은 ‘만능 키’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3일 오후 3시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파주 NFC(축구 국가대표팀 트레이닝 센터)에서 호주·이란을 상대하는 6월 A매치 2연전 준비에 돌입했다. 이날 훈련에는 총 스물다섯 선수 중 2018-2019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소화한 손흥민과 2018-2019 이탈리아 세리에 B 승격 플레이오프에 출전한 이승우를 제외한 스물세 선수가 모였다. 

회복과 발맞추기에 주력하는 A대표팀 소집 첫날이기에 이렇다 하게 주목할 만한 훈련은 아니었다. 대신 아직 대표팀에 오지 못한 선수, 더 정확히는 손흥민에게 관심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당초 벤투 감독은 손흥민이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할 경우 소속팀 행사를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배려해 합류 시기를 늦출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손흥민이 대회 우승에 실패함에 따라 호주전에 무리 없이 합류할 수 있는 상태다. 때문에 벤투 감독이 손흥민을 경기에 내보낼지 여부에 관한 팬들의 궁금증이 큰 상태였다.

그런데 그 대목보다 더 시선을 끄는 답변이 있었다. 바로 손흥민의 활용법이다. 벤투 감독은 손흥민을 여러 포지션에 활용하고 있다. 주 포지션인 측면 공격수는 물론이며, 최근에는 최전방 공격수로 쓰는 경우가 많아졌다. 공격의 돌격대장이자 ‘월드 클래스 킬러’인 손흥민을 어디에 놓느냐에 따라 벤투 감독의 전술은 크게 바뀔 수밖에 없다.

벤투 감독이 규정한 손흥민의 포지션은 그냥 ‘공격의 토털 패키지’다. 벤투 감독은 손흥민을 ‘우리에게 해답을 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선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포워드도 볼 수 있고, 펄스 나인도 볼 수 있으며, 섀도우 스트라이커나 윙어로도 뛸 수 있다”라고 말했다. 

벤투 감독은 “토트넘에서도 그렇게 쓰고 있다”라고 말을 덧붙이긴 했다. 그러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주포인 해리 케인이 뛰느냐 마느냐에 따라 유기적으로 날개와 스트라이커를 오가는 수준에서 손흥민을 기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벤투 감독의 손흥민 쓰임새 폭이 포체티노 감독보다는 훨씬 넓다고 볼 수 있다. 사실상 승리를 따내는 열쇠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이말을 듣고 과거 벤투 감독이 포르투갈을 이끌었을 때를 떠올렸다. 익히 잘 알려져 있듯, 벤투 감독은 과거 포르투갈 사령탑 시절 팀 내 위상적 측면에서 손흥민과 흡사했던 선수를 거느린 바 있다. 바로 호날두다. 벤투 감독은 2010년 여름부터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까지 포르투갈을 이끌었는데, 지금도 그렇지만 이때 호날두는 리오넬 메시와 더불어 범접할 수 없는 ‘신계의 영역에 놓인 선수’로 평가받았었다. 

그런데 당시 호날두를 썼던 법과 지금 손흥민을 쓰는 법은 조금은 다르다. 벤투 감독은 당시 호날두를 측면에 내세우고, 반대편에는 당시 전성기를 누리고 있던 나니를 포진시켰다. 월드 클래스로 평가받았던 두 선수가 측면을 맡기고, 엘데르 포스티가나 우고 알메이다와 같은 중량감있는 스트라이커를 최전방에 배치했다. 상황에 따라 호날두가 최전방에서 뛰는 경우가 없지는 않았지만 호날두가 포함된 포르투갈의 공격 대형은 대개 이랬다. 

이 스리톱은 중원에 자리한 주앙 무티뉴·카를로스 마르틴스·라울 메이렐레스라는 훌륭한 미드필더들이 뒷받침하며 유럽 내에서 제법 매서운 파괴력을 뽐냈었다. 사실 기량적인 측면에서 ‘신계’라는 평가를 받았던 호날두에 크게 의존할 법한데도, 당시 벤투 감독의 포르투갈은 4-3-3이라는 큰 틀에서 제법 분업화가 잘 된 베스트 일레븐을 갖추고 있었다. 물론 다른 우승후보에 비해 스트라이커의 파괴력이 다소 약하긴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한국은 그런 실정이 못된다. 후방 지원을 받으며 최대한 자신 있는 포지션에 나설 수 있었던 호날두와 달리, 손흥민은 벤투 감독의 말마따나 팀 사정과 상대의 전술에 따라 스트라이커도 봐야 하고 윙어도 봐야 하며, 때에 따라서는 섀도우 스트라이커나 펄스 나인도 소화해야 하는 처지다. 

이유는 간단하다. 포르투갈에 비해 빈약한 한국의 선수진, 좀 더 직설적으로 짚자면 에이스와 다른 선수간의 기량 차가 포르투갈보다 한국이 더 크다. 두 선수의 기량 차를 차치하고, 호날두가 포르투갈 내에서 책임져야 했던 비중보다 손흥민이 한국 내에서 감당해야 할 몫이 크다는 얘기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단, 걱정스러운 점도 있다. 손흥민의 재능이 워낙 출중하다는 건 인정하나, 상황에 따라서 여기저기 어지럽게 기용하는 건 팀 승리의 원동력이 되어야 할 공격 전술 플랜 A 확립에 장애 요소로 작용할 소지도 있다. 팀 상황에 따라 ‘만능 키’로 써야 할 선수이기도 하지만, 손흥민이 자신의 재능을 폭발시킬 수 있는 확실한 주력 포지션 역시 정해줘야 한다.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예선이 다가오는 시점이기에 이점은 매우 중요하다.



글·영상=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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